세상을 지배하다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음식이다. 일차원적으로 봤을 때 여행에서의 음식은 체력 소비가 많은 여행자들의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여행을 하며 단순히 배가 고파서 먹고, 에너지를 얻기 위해 먹는 것은 너무 무미건조한 일이다. 여행을 통해 평소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맛보고 다른 고장의 특산물이나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인가. 음식을 먹는 것은 여행의 한 과정이며, 더 나아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른 지역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충분한 당위성을 갖는다. 여행에 있어서 음식과 사진을 비교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는다. 반면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을 가는 사람도 많다. 마찬가지로 음식을 먹기 위한 여행,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를 체험해 보기 위한 여행도 충분히 해 볼 만하다. 그만큼 여행과 음식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제주도 2011, ⓒ Reignman

제주도 2011, ⓒ Reignman

제주도 2011, ⓒ Reignman


은은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단잠을 깨운다. 전날 '제주승마공원' 에 다녀와서 그런가, 몸이 뻑적지근한 것이 잠에서 깨고 싶지 않다. 좀 더 누워 있고 싶지만 여행에서 늦잠을 자는 것은 사치 아니겠는가. 졸린 눈을 비비며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욕실에 들어간다. 15초에 한번씩 물의 온도가 제멋대로 바뀌는 샤워기 덕분에 어렵사리 샤워를 끝낸 후 서둘러 숙소 앞 바다로 향한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부서진 파도가 바위틈으로 빠지면서 쏴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얗게 부서진 파도의 모습이 시원하고,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소리가 시원하다. 거센 바닷바람 때문에 가뜩이나 추워 죽겠는데 시원한 풍경에 소리까지 더해지니 체감온도가 5도는 더 내려가는 것 같다. 춥다.


제주도 2011, ⓒ Reignman

제주도 2011, ⓒ Reignman


낡은 벤치에 앉아 담배를 태우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어제 저녁 위를 가득 채워 놓았던 제주 흑돼지가 장으로 밀려 소화가 되고 있다. 이제 슬슬 배가 고프다. 추운데 배까지 고프면 그것 만큼 서러운 것도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기분이 아주 좋다. 왜? 여행을 하고 있으니까...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 날씨가 점점 개고 있다. 햇살은 아주 따뜻하고, 내륙 지역으로 들어오니 바람도 확 줄어들었다. 겉옷을 벗어 어깨에 걸치고 제주의 돌담길을 따라 가볍게 걸어 본다. 기분 참 좋다. 아, 상쾌한 이 기분~


제주도 2011, ⓒ Reignman

제주도 2011, ⓒ Reignman


돌담 너머로 탐스러운 밀감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뜩이나 배가 고픈데 오렌지색의 탐스러운 열매들을 보니 식욕이 마구 돋는다. 이제 밥을 먹어야겠다. 오늘의 점심은 황금륭버거라는 특별한 메뉴를 선택했다. 황금륭버거는 제주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허브를 비롯한 야채와 과일, 제주산 돼지만을 사용한 패티로 만들어진 커다란 햄버거이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햄버거를 처음 본 순간 입이 떡하고 벌어졌을 정도...

 

제주도 황금륭버거 2011, ⓒ Reignman

제주도 황금륭버거 2011, ⓒ Reignman


이것이 바로 황금륭버거, 그중에서도 빅버거이다. 총 8조각으로 구성된 황금륭 빅버거는 성인 남자 3~4명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많다. 단순히 크기만 한 것이 아니라 패티와 야채 등 속도 아주 알차게 채워져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15,000원이면 황금륭 빅버거를 먹을 수 있고, 빅버거의 절반 크기인 커플용 버거를 10,000원에 팔고 있으니 가격에 대한 부담은 없을 것 같다. 대신 양에 대한 부담이 좀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처 먹지 못한 버거는 포장까지 해주니 이래저래 부담이 없다.

황금륭버거를 한 조각 덜어 허브티와 함께 맛을 본다. 허브향이 입안에 감돌면서 햄버거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맛이 제법 괜찮다. 사실 버거킹,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햄버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황금륭버거의 맛이 왠지 모르게 심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간이 덜 되어 있는 패티와 자극이 덜한 소스 때문일 수도 있고, 야채의 양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너무 맛있어서 매일 먹고 싶은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제주도에 갔을 때 한번씩 들러서 먹고 싶은 정도의 맛은 되는 것 같다.

"가격 100점! 양 100점! 맛 70점!"


제주도 황금륭버거 2011, ⓒ Reignman


입에 넣은 햄버거를 오물거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가게 안은 온통 낙서로 도배가 되어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곳일 터,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만들었을 것이다. 낙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함께 있으니 식사 시간이 더욱 즐겁다.

황금륭버거를 맛있게 먹고 담배나 한 대 태울 겸 가게 밖을 나선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허브를 직접 재배하고 있는 뒷마당에 가보니 웬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장난을 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친한 척을 해보지만 다가가면 도망가고, 다가가면 도망가고... 거리를 좁히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먹다 남은 햄버거를 조금 떼어 던져 주니 먹지는 않고 눈치만 보는 고양이, 그런 고양이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더 이상 놀라게 하고 싶지는 않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내 발길을 돌린다.

도움 주신 분들 ☞ 제주아띠 (www.jejuatti.com) & 티웨이항공 (www.twayair.com)


제주도 2011, ⓒ Reignman

제주도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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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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