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세기의 커플, 졸리 뎁

데뷔작 <타인의 삶>을 통해 전세계를 사로잡은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보여지는 그의 차기작 <투어리스트>는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이라는 헐리웃 최고의 여남 배우를 투탑으로 내세운 스릴러 영화이다. 사실 <투어리스트>는 소피 마르소 주연의 <안소니 짐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렇게 때문에 스릴러 영화가 절대적으로 사수해야 할 시나리오가 이미 상당 부분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 노출에 대한 갭은 금세기 최고의 캐스팅,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의 치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 이미 소거되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고로 영화의 플롯 보다는 졸리 뎁 커플의 조우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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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예전에도 언급한 내용인데 영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기대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 기대되는 영화는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 기대를 크게 한 만큼 실망도 커지기 마련이지만 인식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높은 기대치 덕분에 영화의 재미와 몰입도가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작품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 받쳐주었을 때 적용되는 이야기이긴 하나 관객들의 선구안, 즉 영화를 보면서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와 영화를 관람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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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이러한 논리는 예상했던 것보다 저평가되고 있는 작품의 묘미와 상업 영화에 접근하는 평단의 어긋난 관점을 지지하는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냉소와 노파심이다. 이는 헐리웃 상업영화에 첫받을 내딛은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어수룩한 미장센과 노출된 시나리오의 핸디캡으로 인해 혀끝까지 연기하는 조니 뎁의 디테일과 치명적인 관능미를 과시하는 안젤리나 졸리의 비주얼이 묻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라고도 볼 수 있다.

ⓒ GK Films /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서스펜스보다 로맨스, 영화보다 배우

관광객이라는 제목의 영화 <투어리스트>, 제목에 걸맞게도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 올 로케로 촬영된 영화이다. 유럽여행 중이던 미국인 수학 교수 프랭크(조니 뎁)가 특수 요원인지 테러리스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너무나도 매혹적이면서도 묘한 베일에 가려진 여인 엘리제(안젤리나 졸리)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스릴러, 액션 장르를 표방하는 영화이긴 하나 서스펜스의 강도는 비교적 약한 편이다. 올여름 <솔트> 에서 보여준 안젤리나 졸리의 난이도 높은 액션도 없을 뿐더러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 조니 뎁의 액션 연기에는 묵직한 맛이 없다. 오히려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베니스의 아름다운 풍경에서 졸리 뎁 커플이 만들어 내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더욱 와 닿는다. 또한 두 사람의 짧지만 강렬하고 뜨거운 키스신은 에로티시즘을 부각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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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리스트>는 시나리오 노출이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액션 스릴러 장르에 구속되어 있는 영화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해방되어 다른 장점들을 부각시키는 것이 이 영화가 안고 있는 과제이다.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은 세기의 커플 졸리 뎁의 스타성에 녹아드는 방향으로 절제하는 연출력을 선보이고 있다. 감독이 열심히 숙제를 풀었으니 이제 관객들이 열심히 채점하는 일만 남았다. 물론 문제는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이고, 따라서 채점의 결과는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필자는 어려운 과제에 맞서 나름 선전한 감독의 의지를 인정, 여기에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의 만남, 그 자체로 확보된 고득점을 더해 <투어리스트>에게 종합 점수 8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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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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