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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레옹> & <맨 온 파이어>

나문희가 왜 위대한 배우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고, 류승룡이라는 명품 배우를 처음 알게 해주었던 영화 <열혈남아>. <열혈남아>의 이정범 감독이 4년만에 <아저씨>란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아저씨>는 원빈 원탑의 느와르 영화다. <여행자>라는 독립영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아역배우 김새론양이 원빈의 파트너로 등장한다. 아저씨와 꼬꼬마 소녀와의 정(情)을 그린 이야기, 흔한 소재는 아니지만 왠지 낯설지가 않다. 당신은 15년 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영화 <레옹>을 기억하는가. 또한 덴젤 워싱턴과 다코타 패닝의 <맨 온 파이어>를 알고 있는가. 아저씨와 소녀, 마·약, 전직 특수요원, 납·치, 복수 등의 설정이 <레옹>과 <맨 온 파이어>를 적절히 믹스시켜 놓은 것 같아 보인다. 이정범 감독은 분명히 두 영화를 보았을 것이고, <아저씨>를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저씨>란 영화가 낯설지 않은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를 본 사람들이 <레옹>이나 <맨 온 파이어>와 비교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만큼 설정이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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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익숙한 정도는 아니다. 즉, 신선함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런 영화가 거의 없었을 뿐더러 배우 원빈의 변신이 새롭다. 잠시 후 이야기를 하겠지만 기존의 한국 액션영화와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고, 악역을 포함한 캐릭터의 배치가 대단히 좋다. 그런데 문제는 <아저씨>의 하드보일드한 비주얼이 국내 정서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감성적인 드라마 장치를 통해 상쇄시켜보려 하지만 그것 또한 조금 버거워 보인다. 원빈의 감성액션과 덴젤 워싱턴의 감성액션은 완전히 다르다. 작품의 완성도나 배우의 역량을 떠나 정서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가 문제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수작인 <달콤한 인생>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시도가 좋은 영화다. 관객에게 말한다. 이런 영화도 있다, 익숙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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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옹> 이후 국내에서는 킬러를 소재로 하는 아류작들이 쏟아졌으며, 각종 TV 프로그램에서는 <레옹>의 패러디가 잇달았다. 또한 레옹의 비니와 선글라스가 엄청난 유행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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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이 어딜 봐서 아저씨인가

영화 <아저씨>에는 반전 아닌 반전이 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반전이다. 내러티브 또한 지극히 정직하다. 하물며 하나의 쇼트를 통해 잠시 후 반전이 있을 거라고 암시하기도 한다. 부드러움, 꽃미남,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배우 원빈의 이미지다. 그런 그가 <아저씨>를 통해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곱상한 외모와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배우의 잔인하고 강렬한 액션 연기, 나름 반전이다. 절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겉멋만 잔뜩 든 발성은 예상했던 그대로의 결과이긴 하지만 그의 화려한 액션 연기는 예상했던 것 이상이다. 표정도 아주 훌륭하다. 원빈은 역시 표정연기가 좋다. 그러나 이 영화는 차태식(원빈)이 란 인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원빈의 존재감으로 차태식이란 인물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이미지 자체가 어긋나 있다. 원빈의 어디를 봐서 아저씨인가. 아무리 봐도 오빠다. 결국 이번 영화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완벽한 차태식이 되는 것에는 실패했다고 본다. 류승룡같은 배우는 굳이 이미지 변신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아저씨 느낌이 팍팍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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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를 본 사람들은 원빈에 다들 열광하는 것 같은데 그보다 악역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송영창과 김희원을 비롯한 악역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아주 대단하다. 또한 타나용 웡트라쿨이라는 왠 태국 배우 하나가 등장하여 차태식과 멋진 대립구도를 만들고 있는데, 타나용이 맡은 람로완이란 인물은 앞서 말한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결국 이 영화는 원빈 원탑의 액션 느와르이지만 악역 캐릭터들이 탄탄한 지지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원빈 혼자만의 영화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최근에 개봉한 <솔트> 의 경우 안젤리나 졸리만의 영화라 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이런 게 바로 존재감의 차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이 영화 액션 하나 만큼은 볼만하다. 기존의 한국 액션영화와는 차별화된 액션을 선보인다. 예컨대, 경찰에 쫓겨 유리창을 깨고 낙하하는 차태식을 컷 없이 쫓아가는 촬영기법은 <매트릭스>에서 볼 수 있었던 카메라 워킹이다. 이것은 일례일 뿐, 새롭고 신선한 감각의 액션신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점이 <아저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소득이며, 이는 한국 액션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본보기로써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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