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황당한 진짜 이야기

짐 캐리를 아주 오랫만에 보는 것 같다.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 캐롤> 이란 작품을 통해 짐 캐리의 얼굴을 형상화한 늙은 할아버지를 만나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애니메이션이었고, 한국 팬들에게는 <예스맨> 이후 근 2년만에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그는 여전하다. 짐 캐리, 코미디의 제왕 아니겠는가. 언제나 그래왔듯 <필립 모리스>에서도 재기 발랄한 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인다. 그런데 상대역이 이완 맥그리거다. 짐 캐리는 그동안 코미디 영화에 주로 출연했지만 그의 파트너는 언제나 여자사람이었다. 그것도 카메론 디아즈, 케이트 윈슬렛, 르네 젤위거, 제니퍼 애니스톤, 티아 레오니, 주이 디샤넬 등 최고의 인기 여배우들과 함께 했었다. 그런데 이완 맥그리거가 상대역이라니, 이거 <덤 앤 더머>의 속편같은 영화인가, 아니면 <쇼생크 탈출>의 코믹 버전인가, 뭐 그런 생각들을 했다. 한국판 포스터의 죄수복을 입고 있는 두 배우와 탈옥기라는 문구, 원제에서 I Love You를 제한 제목을 보면 충분히 그럴 듯한 생각이지 싶다. 그리고 짐 캐리의 게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Reignman

그렇다. <필립모리스>는 두 남자의 사랑을 그린 퀴어무비다. 짐 캐리가 출연을 하니 당연히 코믹한 퀴어무비가 된다. 그렇다면 영화의 플롯을 황당하면서도 흥미로운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변모이며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그 이유는 이 황당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화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러셀(실존 인물)이 실제로도 짐 캐리의 연기에서 보여지는 괴기스럽고 괴짜같은 인물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인생 자체가 대단히 파란만장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손을 쓰지 않아도 영화의 플롯이 자연스럽게 황당함으로 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하나만 신경쓰면 된다. 스티븐 러셀이란 인물을 어떤 배우가 맡아야 할지 말이다. 결국 짐 캐리가 선택이 되었고, 그 선택은 당연한 선택이자 올바른 선택이었다.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스티븐 러셀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다른 배우에게 이 역할을 맡기느니 차라리 스티븐 러셀에게 연기를 가르쳐 자신을 연기하게 만드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만큼 짐 캐리의 연기는 위대하다.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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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의 진정성

<필립모리스>가 풀고자 하는 썰은 두개다. 하나는 동성·애, 다른 하나는 사기극이며, 이 둘은 맥락을 함께 한다. 경찰 출신의 스티븐이 사기꾼으로 변모한 이유는 마음속 깊숙히 자리잡은 소외감과 피해 의식때문이다. 버림받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스티븐은 때마침 당한 교통사고를 계기로 삶의 변화를 꾀하게 되는데 하필이면 럭셔리한 게이의 삶을 추구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스티븐의 천재적인 기질이 발휘되지만 난데없이 등장하는 경찰에게 체포되어 감옥에 들어가고 비로소 필립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스티븐의 탈옥과 사기행각은 필립을 만난 후로 더 대담하고 비범해진다. 스티븐이 가진 천재성의 원천은 필립에 대한 사랑인 것이다. 사기꾼에게 진정성은 그야말로 사치다. 거짓이라는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누군가의 재물을 약탈하는 행위에 진정성이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러나 스티븐의 사기행각이 필립에 대한 사랑과 결부되면서 가당치도 않을 것 같았던 진정성을 차츰 느끼게 된다. 이는 전적으로 짐 캐리가 선보이는 관록의 연기 덕분이다. 관객과 필립의 감성을 자극하는 짐 캐리의 연기를 보면서 진정성을 느끼고, 실화영화라는 것을 밝히고 시작하는 영화임에도 반신반의했던 황당한 이야기에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를 정당화시키는 짐 캐리의 재주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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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이 영화는 대단히 좋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짐 캐리의 명성을 재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으며, 일반적인 퀴어무비의 형식을 깨고 있다는 것 또한 칭찬해주고 싶다. 퀴어무비는 보통 <브로크백 마운틴>이나 <싱글맨> 과 같이 일반적인 대중의 성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인권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필립 모리스>가 확보한 대중성과 재미는 진지한 통찰 못지 않은 장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필립 모리스>가 풀고자 하는 썰은 두개다. 고로 스릴 넘치는 사기행각과 애상적인 동성애라는 부분에서는 각각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만약 당신이 사기극을 좋아한다면 <캐치 미 이프 유 캔>같은 영화를 봐야 할 것이고, 퀴어무비를 좋아한다면 <브로크백 마운틴>같은 영화를 봐야 할 것이다.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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