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Intro

영화 <하녀>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동명 원작인 김기영의 <하녀>는 물론이고, 임상수 감독 연출 더하기 포스터에 보이는 네 명의 배우가 출연했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전도연이 부잣집에 하녀로 들어가길래 '아, 그래서 제목이 <하녀>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어떤 정보도 수집하지 않으려는 의식때문에 저런 멍청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어쨌든 정보가 없기 때문에 원작과의 비교는 하지 않겠다. 안그래도 할 말은 많다. 좀 까야겠다.

<하녀> 시사회 현장에 무대인사차 방문한 임상수 감독과 전도연. 사진을 여러장 찍긴 했는데 죄다 흔들흔들, 개중에 그나마 잘 나온 사진을 하나 올려본다. 대략 30초의 무지하게 짧은 무대인사가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동영상은 찍었다. 본의 아니게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이 되었다. ㄷㄷㄷ;


서스펜스는 어디에...

영화 <하녀>의 장르는 스릴러다. 스릴러영화에는 스릴이 있어야 한다. <하녀>의 마케팅팀은 '스타일리쉬 에로틱 서스펜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비싸보이는 미술품들로 가득찬 초호화 세트와 레드를 강조한 영상미, 스타일리쉬하다. 전도연과 이정재의 섹시한 자태, 에로틱하다. 그런데 서스펜스와는 거리가 멀다. <하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제하고 스토리라인만 보게 되면 충분한 서스펜스가 느껴지긴 한다. 불륜, 치정, 욕망, 탐, 멸시, 본능, 복수 등 생각만 해도 자극적인 이 모든 것들이 <하녀>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것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고 있다. 캐릭터에도 문제가 좀 있다. 전도연과 윤여정의 연기는 말이 필요가 없다. 그런데 <하녀>의 서스펜스를 십분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라(서우)와 해라 엄마(박지영)의 역할이 중요해보인다. 그러나 서우도 박지영도 함량 미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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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해라(서우)가 은이(전도연)를 협박하는 장면이 있다. 분명 해라의 협박이 진지하고 무섭게 느껴져야 할 터인데 객석에서는 냉소 섞인 실소가 마구 터져나온다. 그 실소를 전도연이 멈추게 한다. 관객들은 서우의 정직한 발성이 아니라 전도연의 변칙적인 표정을 보고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다. 사실 영화배우 서우의 연기는 그렇게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드라마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파주> 에서도 그렇고 이번 영화에서도 그렇고 무난한 수준이다. 하지만 해라가 <하녀>의 서스펜스를 담당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박지영 역시 마찬가지, 악녀 포스가 좀 많이 부족해보인다. 오히려 코믹한 이미지가 엿보이는 것은 분명 의도한 바는 아닐 것이다. 해라 엄마역에 이혜영을 캐스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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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클로이>란 영화와 닮아 있다. 등장인물들의 치명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임에는 다름이 없으나 묘사의 퀄리티에서는 차이가 많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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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부족한 플롯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동반 진출한 영화 <> 가 그렇듯 <하녀> 역시 다소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프롤로그 영상으로 시작한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프롤로그 영상의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성격을 마지막 시퀀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내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파격과 자극은 제외된 상태다. 이것은 <하녀>의 실패다. Reignman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정체불명의 한 여성이 고층 빌딩에서 추락한다. 자살인 것 같다. 매우 파격적이다. 그리고 자극적이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잔인하리만치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걱정하는 표정, 놀란 몸짓 같은 것은 전혀 없다. 마치 하찮은 쥐새끼 한 마리의 죽음을 본 처럼 지극히 평범하다. 에필로그 역시 마찬가지다. 은이가 자살(그것도 목 매달기 + 분신 콤보)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미의 생일 파티를 즐긴다. 그들에게 은이란 존재는 그저 하찮은 쥐새끼에 불과했었나보다. <허트로커> 의 샌본 하사가 말한 개죽음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하찮은 이의 죽음을 부모님 말고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그런데 가족들은 왜 갑자기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일까? 나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안좋은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 별로 관심없다. 왜냐하면 앞서말한 파격과 자극이 제외됐다는 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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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생각보다 짧다. 그래서 초중반은 되게 좋은데 후반부 즉, 은이가 복수를 결심한 이후의 과정이 다소 빈약하다. 다시 말해 플롯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원인은 거대하게 만들어 놓고 그에 맞는 결과를 너무 급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내러티브의 비율이 잘 맞지 않는다. 물론 은이의 파격적인 분신자살이 자극적이긴 하나 이것만으로 공들여 만들어 놓은 원인을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서 파격과 자극은 마무리된다. 이것이 <하녀>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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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녀>에 등장하는 넷북은 적어도 한국 관객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불필요한 존재다. 넷북만 없어도 시대적 배경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영화를 관람할텐데 넷북이 등장함에 따라 동시대라는 인식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하녀>의 설정과 전반적인 분위기는 2010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추어 보면 판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히 현실성이 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 것 같은데 넷북이 눈에 들어오니 유치한 느낌이 더해진다. 이것은 비단 나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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