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날씨가 참 좋았던 지난 주말. 가을이라고 제법 두께감이 있는 야상을 입고 나간 것이 민망했을 정도로 따뜻하고 쾌청한 날씨가 이어졌다. 이런 날에 집에만 꼭 처박혀 있는 것은 날씨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게다가 이렇게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건 왠지 올해의 마지막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예감은 적중했다. 다음날 비가 오더니 기온이 뚝 떨어져 버렸다. 그나저나 상쾌한 기분으로 집을 나서기는 했는데 어디 가지?

"tnm 파트너 야유회에 놀러 오세요!"

야유회 일정을 이미 한 달 전부터 알고 있었고 또, 참석하기로 했지만 마치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유유히 움직이며 야유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유회 장소로 정해진 한강공원 난지캠핑장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 가려고 했는데 너무 늑장을 부렸는지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석쇠에 올려진 고기의 익힘 정도를 보고 이내 안심할 수 있었다. 바비큐 파티가 이제 막 시작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한 나는 자리를 잡고 노릇하게 고워진 고기로 배부터 채우기 시작했다.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웁스... 맛있게 익고 있는 고기를 보니 침이 고인다.
사진이 처음부터 너무 센가?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맛있는 고기는 다 이분들이 만든 작품.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불 옆에서 고기 굽느라 엄청 고생하셨다.
연기도 많이 드시고....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있는 tnm 가족들.
한쪽에서는 굽고, 한쪽에서는 먹고 이래도 괜찮은 거겠지?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tnm 파트너 야유회 운영본부.
난지캠핑장은 모두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D지역은 단체손님을 위한 몽골텐트가 마련되어 있다.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음료수를 찾으려고 아이스박스를 열었더니 소주와 맥주가 한가득.
너무 무서워서 바로 뚜껑을 닫아 버렸지만...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대낮부터 병나발을 불고 있는 미니님과 더링님.
이게 다 애주가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그들에게 술은 술이 아니었다.
맥주는 그저 음료수에 불과하다며...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맥주를 음료수로 여기는 사람들과 괴리된 나는 잠시 자리를 벗어나 담배를 한 대 태웠다. 
그 사이 격투 블로거 길포토님이 tnm식구들 사진을 몇 장 찍어 주셨다.
버섯돌이님의 근엄한 표정이 보는 이를 압도하고 있다.
집에서 사진을 정리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을 깔았다.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이제 소화를 시켜야겠죠?"

리타님의 호령이 떨어졌다. 버섯돌이님의 눈빛 만큼이나 에너지 넘치는 리타님의 인솔에 사람들은 일제히 줄을 맞춰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3개의 팀으로 나누어 간단한 게임으로 시합을 벌였다. 첫 번째 게임은 바로 단체 줄넘기. 체대 출신인 나에게는 너무 시시한 게임이라 사진이나 찍으려고 했지만 선수가 부족하다고 하여 내가, 이 레인맨님께서 친히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저 체대 출신입니다!"

나는 줄넘기에 앞서 체대 출신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거들먹거렸다. 우리 팀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크게 환호했고, 2명 정도의 다른 팀원은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나머지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었다. 줄넘기는 팀별로 모두 3번의 기회가 주어졌는데 우리팀은 첫 번째 시도에서 2번밖에 넘지 못했다. 내가 점프를 너무 일찍하는 바람에 착지를 하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줄이 발목을 가격한 것. 뭐 처음이니까 몸이 아직 덜 풀린 거라 생각하고 두 번째 시도에 돌입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시도 역시 2번 밖에 넘지 못했다. 이번에도 나의 실수였다. 어이없게도 돌고 있는 줄을 밟아 버린 것. 점프력은 좋았으나 타이밍이 문제였다.

"이 새ㄲ 아니, 레인맨 이거 허당인데?"

팀원들의 불신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실은 체코 대학 출신이었다며 변명이라도 늘어놓고 싶었지만 체코는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어 그냥 마지막 기회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세 번째 시도에서도 2번밖에 넘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만세를 하며 점프를 했더니 줄이 손목을 가격한 것. 줄이 발이 걸린 것도 아니고 손에 걸리다니 체대 출신으로서 대단한 굴욕이 아닐 수 없었다.

"재원아, 재원이 형이 재원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함께 줄넘기를 했던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특히 나와 이름이 같은 재원이(버섯돌이님의 영식)에게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조용히 하고 있었으면 망신이 좀 덜했을 텐데 쥐뿔도 없는 주제에 체대 출신이라고 신나게 거들먹거렸기에 미안함에 플러스 민망함이 더해졌다. 역시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일은 B팀이 우리보다 줄넘기를 못한 것이다. 그들은 세 번의 시도를 모두 합쳐 5번밖에 넘지 못했고, 우리는 어부지리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자존심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

단체 줄넘기 시합이 모두 끝나고 팔씨름 대회가 이어졌다. 줄넘기 이후 자신감을 상실한 나는 그냥 구경만 하고 싶었지만 팀원들의 부추김과 응원 덕분에 A팀의 대표로 팔씨름에 나섰다. 첫 번째 상대는 tnm 오피스팀의 대표 감동님. 겉으로 보기에 체격 조건이 비슷한 상대라 한번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온 힘을 다한 결과 승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결승전. 무슨 팔씨름이 2번 만에 결승이냐며 키득거렸지만 1번 이기고 준우승을 확보한 상황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결승에 임했다. 결승전의 상대는 무려 백미러님을 이기고 올라온 와이엇님. 체격이 좋은 분이라 내심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짧고 강하게 승부를 걸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심판의 요이땅 소리와 함께 승부는 시작되었다. 막상 팔씨름을 해 보니 오고가는 힘의 강도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순간 줄넘기의 악몽이 떠올랐다. 이내 지금 이 시합이 체대 출신의 자존심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승리했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옆구리에 근육통이 느껴질 정도였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던 중 누군가 결승은 3판 2선승제가 아니냐며 고춧가루를 뿌렸다. 한 경기에 온 힘을 쏟아부은 나는 3판 2선승에 자신이 없어 은근슬쩍 사리살짝 자리를 벗어나 버렸고 팔씨름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여자부 팔씨름 경기가 시작되었다.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야심에 찬 표정으로 팔씨름에 도전했던 라라윈님.
의외의 강적 호련님을 만나 1초만에 실신 KO패. ㅋㅋㅋㅋㅋ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자그니님과 리타님의 번외 경기.
여자를 상대로 진지하게 승부한 자그니님은 구경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어떻게 그걸 이기냐며... ㅋㅋㅋㅋㅋ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마주 잡은 두 손에서 tnm과 파트너의 결속이 보이는 듯 하다.
참, 팔씨름 사진은 전부 길포토님이 찍어 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서 길포토님께 쌩유^^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꼬꼬마 어린이들을 위한 보물찾기 게임이 진행되었다.
지성군의 손에 들린 엄청난 양의 보물 쪽지들.
누군가 손을 내밀며 쪽지를 구걸하고 있다.
어른 사람인 주제에 아이를 상대로 하나만 부탁한다며... ㅋㅋㅋ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이럴 때 나도 딸바보가 되고 싶다!"

한편 아이들과 함께하는 신발 던지기 게임도 가족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 속에 펼쳐졌다. 이번 야유회는 tnm 파트너는 물론 배우자와 자녀 모두가 함께한 가족 야유회였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야유회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분들이 많아서 야유회의 분위기가 한층 더 화기애애해졌던 것 같다. 공기 좋은 곳에서 흙장난도 하며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과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 것 같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딸아이 앞에서 바보가 되어 버린 딸바보 아저씨들이 부러웠다. 심지어 아내를 닮은 예쁜 아이가 갖고 싶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을 정도였다. 사실 내 나이가 벌써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결혼하는 나이가 점차 늦어지고 있는 요즘의 추세를 생각하면 아직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만큼은 결혼 생각이 간절했다. 아이들 때문이라도 어서 빨리 현명하고 똑똑하고 착하고 유머러스하고 예쁘고 상냥하고 음식 잘하고 밥 잘 먹고 건강하고 애교 많은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해야겠다. 나도 딸바보가 되고 싶다. 물론 아들바보도 좋다. :)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가래떡이 어찌나 큰지 입에 잘 안 들어가요.
이렇게 완전 귀요미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어찌 바보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tnm 최연소 스태프 한다인양.
아빠와 함께 연을 날리고 있다.
언젠가는 나도 자식들과 함께 연을 날리는 날이 오겠지.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야유회가 끝나갈 무렵 여러 파트너들과 인터뷰를 시도했던 그만님.
그런 그만님의 인터뷰에 근엄한 자세로 응하고 있는 미스터브랜드님.
카리스마 진짜... ㅋㅋㅋ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마지막으로 tnm 파트너 야유회는 마무리 되었다.
사진을 클릭하면 좀 더 큰 사이즈로 볼 수 있음.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한강공원 난지캠핑장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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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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