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VS 천하장사 마돈나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란 제목을 곰곰히 한번 생각해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손지현(이나영)이란 인물은 아빠이자 여자다. 여자를 좋아해도 너무 좋아해서 여자가 되어버렸다.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빌리자면 겉모습은 무쏘지만 심장은 벤츠인,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은 전부 여자인 인물이다. 한마디로 트랜스젠더란 말이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를 다시 한번 영화 속 대사를 빌려 소개하자면 어디에 채워져 있느냐 보다 무엇이 채워져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다소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영화와 매우 닮아 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오동구(류덕환)라는 소년이 성전환 수술을 하기 위해 씨름 선수가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낯설지만 신선한 소재를 아주 해학적으로 풀어냈던 수작이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웃음&감동으로 관객들의 인식마저 바꿔버린 작품성과 완성도를 고루 갖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지극히 코미디에 충실한 영화다. 이 영화를 <천하장사 마돈나>에 비교하니 너무 부족하게 느껴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과 감동을 억지로 유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트랜스젠더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는 가벼운 깃털처럼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코미디로 이어지다 감동으로 마무리를 하는 전형적인 흐름에 진지한 메시지는 모두 묻혀 버린 것이다. 배우들의 의지도 참 비교가 많이 된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류덕환과 故이언은 각각 27kg과 20kg의 체중을 불리며 완벽하게 자신을 지운 반면 이나영은 코털만 붙였을 뿐 전혀 캐릭터화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나영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외모는 남장을 무력하게 만들어 짐바브웨의 관객들도 여자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만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은 여자가 되고 싶었다고 하니... 관객들은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려야 할 타이밍인 것을 알면서도 실소를 터트리게 되고 손발의 경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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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과속스캔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내용을 곰곰히 한번 더듬어본다. 그냥 2시간짜리 시트콤을 한 편 보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지극히 코미디란 장르에 충실한 영화다. 그리고 감동과 해피엔딩으로 영화를 마무리짓는 진부하고 전형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 중 유빈(김희수)이란 아이가 있는데 바로 손지현(이나영)의 아들이다. 손지현은 자신에게 아들이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과속스캔들>과도 매우 닮아 있다. <과속스캔들>은 83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던 영화로 역대 흥행순위 9위(현재 아바타가 8위), 코미디 중에는 1위에 올라있는 대박영화다. <과속스캔들>의 흥행돌풍에는 왕석현이라는 아역배우의 역할도 상당히 컸다고 본다. 그런데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김희수군은 존재감이 별로 없다. 아이라서 귀여울 뿐 별로 웃겨주지도 않는다. 김지석의 존재감도 별로 없다. <과속스캔들>로 치면 박보영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고, 이나영의 상대역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는 게 별로 없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덤덤한 준서(김지석), 심지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남자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별다는 갈등 없이 아주 쿨하게 포용하는 준서는 참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암튼 이 영화는 코미디에 충실한 영화답게 킬링타임용으로는 매우 적합하다. 이 영화의 관계자들은 <과속스캔들>의 영광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 같은데 <7급 공무원> (400만을 돌파, 같은 제작사)의 영광도 어림없어 보인다. <만남의 광장>이란 영화에서 건질 만한 것은 카메오로 출연한 류승범의 코믹연기뿐이었다. 필자가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에서 건진 것은 영광(김흥수)이란 인물의 차에 대한 집착 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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