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은은한 햇살이 내리쬐는 어린이 대공원의 산책숲


내 책상 위의 보물

위드블로그에서 '<내 책상 위의 보물> 여러분의 소중한 물건들을 소개해주세요'라는 공감 캠페인이 진행중에 있길래 과연 내 책상의 위의 보물은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터라 딱히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얼레벌레한 물건들이야 많이 있지만 '보물'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만한 녀석은 쉽게 찾을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책상위라는 국한된 범위에서 보물을 찾기란 더욱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카메라로 책상 위를 찍어봤습니다. 컴퓨터와 모니터가 가장 먼저 보이고 그 다음에 스피커, 마우스, 모뎀, 키보드 등 컴퓨터 관련 제품이 눈에 들어오네요. 그리고 소량의 책과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선글라스와 안경, 담배, 화장품, 향수, 헤드폰 등이 있습니다. 뭐 더 없나 뒤적거리다가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생각... '아.. 내 인생의 반을 함께한 녀석이 있었지..' 바로 책상입니다. ㅎㅎㅎ
책상 위의 물건들만 찾아보고 책상 그 자체가 가장 큰 보물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네요. 나무를 찾다가 숲을 보게 됐습니다.



  

파란들을 기억하십니까?

파란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낸 가구 브랜드입니다. 당시에도 보루네오, 선 퍼니처, 동서가구 등 유명한 가구회사들이 있었으나 파란들은 새로운 스타일과 디자인으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제가 어렸을적 살던 동네에 파란들 매장이 2개나 있었으니 인기가 대단했다고 봐야죠. '패션이 숨쉬는 가구'라는 문구를 달고 가구에 패션을 도입하여 주로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한 것이 파란들의 성공요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파란들'을 볼 수가 없네요. 회사가 망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매장도 홈페이지도 아무런 정보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패션이 숨쉬는 가구 파란들을 아직까지 잘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쓸 거 같고요. :)
책상이 오래되서 살짝 지워졌는데 제조년이 94년이네요. 미국월드컵이 열린 해니까 제가 중학교 2학년 때군요. 벌써 까마득한 15년전입니다. 사실 이 책상이 처음부터 제것은 아니었습니다. 94년에 누나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기념으로 열심히 공부하라고 부모님께서 사준 것이죠. ㅋㅋ  그후 누나가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제가 물려받은 거에요.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친구가 됐습니다. ^^



  

당시 책상이나 가구들은 대부분 원목의 색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더랬죠. 파란들이 파스텔톤의 색깔이나 원색을 가구에 입히면서 젊은 층들이 아주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보더라도 세련됐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최소한 촌스럽지는 않은 거 같아요. ㅎㅎ
그리고 당시에는 좀 파격적인 반조립식 형태의 책상이라 원하는데로 배치가 가능합니다. 게다가 어찌나 튼튼한지 15년을 사용했는데도 어디하나 고장난 곳이 없습니다. 제가 디지털제품들은 자주 닦아주고 애지중지하면서 사용했지만 책상에게는 관심을 별로 주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도 이렇게 깨끗하고 멀쩡한걸 보면 이런게 바로 '명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이 책상이 저에게 의미있고, 소중한 물건이라다 라고 말할 자격이 없는 것 같네요. 15년이나 함께 하면서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껴 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기회로 그동안 망각하고 지냈던 내 책상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포스팅으로 내 책상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앞으로 이 책상위의 물건들은 계속 바뀌겠지만 이 친구만큼은 나와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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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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