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따스한 봄볕과 선선한 봄바람이 역마살을 자극한다. 몸이 아주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다. 바람이라도 쐬러 나가기 위해 일산에 있는 고양 호수공원을 찾았다.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과거 10년 가까이 일산에 거주한 시절이 있기 때문인지 호수공원은 아주 친근하고 익숙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호수공원에 가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차를 타고서라도 늘상 지나치게 되는 곳이라 되게 많이 갔을 것도 한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선생님, 친구들과 한번 다녀온 기억이 유일하다. 게다가 그때는 졸업사진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규모가 큰 호수공원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다. 하긴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 학창시절에 공원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방과 시간 후에도 학원이며 야자며 계속되는 공부의 연속이었으니까...

공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유독 수학과 물리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 문과이기도 했지만 수학과 물리는 언제나 30점이었다. 그래서 학교 공부가 끝나면 수학과 물리 공부에 매진했다. 주로 각도와 회전, 마찰, 힘의 세기 등을 연구했는데 어찌나 열심히 했는지 서너달만에 무려 150점 이상의 성적을 받게 되었다. 연구는 계속되어 200점을 기록하게 되었고, 그 점수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수학과 물리 공부가 지루할 때면 음악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중음악을 공부하다 보니 모의고사의 평균 성적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수능을 몇 달 앞둔 시기에는 컴퓨터를 공부했다. 컴퓨터 과목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발전, 생산, 공급, 상성 등을 두루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결론은 학교 다니느라, 당구 치느라, 노래방 가느라, 스타크래프트 하느라 호수공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산 호수공원, 경기도 고양시 2012, ⓒ Reignman


선인장 전시관, 일산 호수공원 2012, ⓒ Reignman


옛 추억을 떠올리다 보니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 것 같다. 그만 정리하고 이제 호수공원을 소개할까 한다. 호수공원은 지난 1995년 12월 일산 신도시 개발과 함께 개장한 고양시민들의 휴식공간이다.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가 공원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꽃과 나무가 늘어서 있는 정갈한 산책로가 호수를 둘러싸고 있다. 또한 호수에는 약 2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다양한 조경시설과 전시관이 구석구석 배치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선인장 전시관과 화장실 전시관이 인상적이었는데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인 효과를, 어른들에게는 깨알같은 잔재미를 줄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조명과 함께 환상적인 쇼를 펼치는 노래하는 분수대 역시 호수공원의 명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4월부터 10월까지만 분수쇼가 열리기 때문에 이번에는 분수대의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호수공원 2주차장에 차을 대고 반시계 방향으로 산책을 시작했다. 노래하는 분수대를 지나 화장실 전시관, 선인장 전시관, 인공폭포, 주제광장, 한울광장, 장미원 등 호수공원의 주요 스팟을 모두 둘러보았다. 사진도 찍고 중간 중간 잠시 쉬어 가며 여유롭게 둘러보았는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물론 걸음이 좀 빠른 편이지만 많이 잡아도 3시간이면 공원 전체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걷기 싫은 사람은 자리를 잡고 앉아 도시락도 까먹고, 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 보인다. 게다가 주차요금이 워낙 저렴해서 부담이 없다. 참고로 호수공원의 주차요금은 30분 기본에 300원이며, 이후 10분당 100원이 추가된다. 1시간에 600원인 셈. 싸다.


일산 호수공원, 경기도 고양시 2012, ⓒ Reignman

산책을 하기 전 라페스타에 들러 햄버거를 샀다.
밖에서 먹는 햄버거라 그런지 맛이 아주 꿀맛.


일산 호수공원, 경기도 고양시 2012, ⓒ Reignman

공원 내 호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호수이며 관리가 잘 되어 있어 물이 아주 깨끗하다.


일산 호수공원, 경기도 고양시 2012, ⓒ Reignman

광장 부근에서 발견한 학생들.
카메라를 보고 예전의 나처럼 졸업사진을 찍으러 온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3월, 그냥 놀러 나왔나 보다.


선인장 전시관, 일산 호수공원 2012, ⓒ Reignman

선인장 전시관에 들어가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선인장 가시가 아주 뾰족하다.


선인장 전시관, 일산 호수공원 2012, ⓒ Reignman

'황신환'이라는 이름의 멕시코 선인장.
전체적인 모양이 마치 꽃봉오리 같다.


선인장 전시관, 일산 호수공원 2012, ⓒ Reignman

유치원생인지 초등학생인지 단체로 옷을 벗고 선인장 감상 중.
햇살이 강해 전시관 안이 좀 덥긴 했다.


선인장 전시관, 일산 호수공원 2012, ⓒ Reignman

독특한 모양만큼이나 이름 또한 독특한 선인장 '암'.


화장실 전시관, 일산 호수공원 2012, ⓒ Reignman

선인장 전시관 바로 앞에 있는 화장실 전시관에도 들어가 보았다.
의자 모양의 변기가 인상적이다.


화장실 전시관, 일산 호수공원 2012, ⓒ Reignman

전쟁 중인 군인들이 임시로 제작한 화장실.
엉덩이를 댈 수 있고 손잡이도 있어서 볼일을 아주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화장실 전시관, 일산 호수공원 2012, ⓒ Reignman

'똥장군'이라 불리는 이 물체는 분뇨를 퍼 나르는데 쓰이는 우리나라의 농기구이다.
이외에도 화장실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모형을 접할 수 있다.


화장실 전시관, 일산 호수공원 2012, ⓒ Reignman

중국의 문없는 화장실.
처음에는 소변기인 줄 알았는데 큰 거도 가능하다고 한다.
역시 대륙... ㄷㄷㄷ


메타세콰이아길, 일산 호수공원 2012, ⓒ Reignman

전시관을 벗어나 메타세콰이아길에 진입했다.
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다.


민속그네, 일산 호수공원 2012, ⓒ Reignman

메타세콰이어길 반대편에 위치한 민속 그네.
아이들이나 여자친구를 태워 밀어주면 사랑받을 수 있다.


일산 호수공원, 경기도 고양시 2012, ⓒ Reignman

절을 올리고 있는 조형물.
바로 앞에 서서 조형물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순간 왕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ㅋ


일산 호수공원, 경기도 고양시 2012, ⓒ Reignman

산책을 끝내고 카메라를 정리하려고 하는데 특이한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이 가방만 있으면 아이를 잃어버리가나 아이가 넘어져 다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마치 강아지의 목줄을 보는 것 같다.


선인장 전시관, 일산 호수공원 2012, ⓒ Reignman


일산 호수공원, 경기도 고양시 2012, ⓒ Reignman


일산 호수공원, 경기도 고양시 2012,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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