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딱딱한 갑옷을 입은 초대형 파충류,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턱으로 먹이의 숨통을 단번에 끊어 버리는 바다의 악당, 공룡의 후예이자 물가 최상위 포식자로 알려진 녀석의 정체는 바로 악어. 악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 중 하나이다. 무시무시한 포스를 자랑하는 악어에게 천적 따위가 있을 리 만무, 악어는 모든 생물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무섭게만 느껴졌던 악어에게서 의외로 깜찍하고 귀여운 구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감하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그간 TV나 동물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악어의 무시무시한 면모를 종종 접할 수 있었지만 악어의 모습을 실제로 본 건 지난 남아공 여행이 처음이었다. 돌이켜 보면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기대를 엄청 많이 했던 것 같다. 악어가 좀 무섭고 위험한 동물이기는 하지만 평소 동물을 워낙 좋아하고 동물 관련 프로그램도 즐겨 보는 지라 악어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다 설렐 정도였다. 게다가 사파리 투어 일정도 잡혀 있었기 때문에 설렘과 기대는 더욱 커져만 갔다. 사실 가까운 동물원에서도 악어를 비롯한 동물들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동물은 뭔가 다르지 않은가. 자연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녀석들의 존재는 야성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남아공의 휴양도시인 선시티를 살짝 벗어난 곳에 퀘나 가든(Kwena Gardens)이라 불리는 악어농장이 있다. 악어농장은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과 수풀이 우거진 늪지대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14살 미만의 어린이는 보호자가 동행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농장 입구의 경고도 왠지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조심스럽게 악어농장을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악어가 별로 보이지 않아 악어가 몇 마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농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많은 악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퀘나 가든은 남반구에서 가장 큰 악어농장으로 농장에 서식하고 있는 악어의 수만 해도 500여 마리에 달한다. 이 악어들은 전부 상업적인 용도로 길러지고 있으며, 악어와 관련된 제품들은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기도 한다. 또한 농장 입구에 자리 잡은 기념품샵은 악어 관련 제품들로 가득차 있었다. 악어 모양의 열쇠고리와 악어가 그려진 옷가지부터 시작해서 악어 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지갑, 악어 고기와 악어 소시지까지 다소 충격적인 제품과 음식도 볼 수 있었다.

"정글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떼가 나올라, 악어떼!"

'악어떼'(이요섭 작사/작곡)라는 동요의 가사이다. 어렸을 때에는 생각없이 불렀지만 가만 보면 가사의 내용이 상당히 공포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슨 동요 가사가 이렇게 무서워? 꼬꼬마 어린이들이 정글숲을 엉금엉금 기어서 늪지대의 악어떼를 발견할 필요가 있는 거야? 뭐 이런 식으로 딴지를 걸 만한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것이고 또, 신경쓰지도 않겠지만 악어농장에 다녀온 후로 '악어떼'의 가사가 가슴에 확 와 닿는 것을 느낀 나는 '악어떼'를 만든 이가 악어란 동물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녀석들은 동요의 주인공이 될 만한 자격이 아주 충분하다. 또한 녀석들이 가진 공포성을 깜찍한 수준의 반전 가사와 멜로디로 재탄생시킨 이요섭은 가히 천재라 할 수 있다.

앞에서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악어 녀석이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다. 물론 사냥을 하는 악어의 모습은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악어의 모습은 동요에 등장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깜찍하다. 야생 악어는 아직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퀘나 가든에 서식하고 있는 악어들은 깜찍하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몸집과 그에 비해 현저히 짧은 네 다리, 거기에 만사가 귀찮은 듯한 표정의 악어 녀석들은 징그럽고 무섭기 보다는 깜찍하고 귀여운 인상을 주었다. 도대체 얼마나 깜찍하고 귀여웠길래 이토록 난리부르스인 거야? 백문이 불여일견, 깜찍한 악어 녀석들을 사진으로 만나 보자.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악어농장 퀘나 가든의 입구 풍경.
왠지 모르게 허술해 보이는 풍경에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고고씽~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악어농장에서 첫 번째로 만난 악어 녀석.
수면 위로 눈과 코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녀석을 뒤늦게 발견하고 순간 식겁했다.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지금 날 노려보고 있는 거냐?
눈빛이 너무 불결해!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한두 마리씩 보이던 악어들이 떼로 보이기 시작했다.
먹이를 물고 있는 꿈쩍도 하지 않는 악어 녀석, 자세가 불결해!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파충류인 악어가 산란을 하는 공간인 듯하다.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이 풀리면서 처음에는 무서워 보였던 악어들이 조금씩 만만해지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보면 덩치가 아주 산만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그냥 작은 언덕만함.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오동통한 몸집을 보며 악어의 귀여움을 서서히 느끼게 되었다.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그래도 이건 좀 위험해 보이는데?
이러다 한 방에 훅 가는 수가 있다. ㄷㄷ
카메라 조심, 사람 조심!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살아는 있는 거냐?
나뭇가지를 던져도 반응이 없는 악어 녀석.
사람들의 손길이 지겨운 듯 만사가 귀찮다는 반응이다.
아니, 무반응이다.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는 악어 녀석.
완전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ㅋㅋ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자기 입보다 짧은 숏다리, 진짜 귀엽다.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몇몇 악어들은 자고 있는 건지 죽은 건지 모를 정도로 박수 소리에도 리액션이 전혀 없었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화석!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가장 깜찍했던 새끼 악어들.
뽀로로의 절친 '크롱'을 보는 것 같았다며... ㅎㅎ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Kwena Gardens, Sun City, Republic of South Africa 2010,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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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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