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소외받은 흑인 빈민가 소웨토!!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서부터 1시간 남짓 달린 버스는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소웨토란 도시에 도착합니다. 아프리카 최대의 경제 중심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시내에서 불과 20여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지만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소웨토는 20세기 초 백인정부가 흑인들을 강제 이주시켜 살게 한 흑인집단 거주지역으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투투 주교의 거주지로도 유명한 곳이며 '넬슨 만델라의 생가'를 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또한 남아공월드컵의 개막전과 결승전이 열린 메인 경기장 '사커시티'는 이곳 소웨토 지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웨토에서는 월드컵의 열기를 느낄 수 없습니다. 남아공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월드컵 분위기로 들떠있는 것을 생각해보니 이거 참 아이러니합니다.

버스에서 내린 코카콜라 원정대는 피터 헥터슨(헥터 피터슨인데 자꾸 피터 헥터슨이라고 하게 되네요)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해 헥터 헥터 피터슨으로 향합니다. 남아공 소년이 가츠님의 카메라를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빨간 양말을 신어서인지 빨간색 띠가 둘러진 L렌즈 뽐뿌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후후... 그렇게 원한다면 L렌즈로 네 모습을 담아주겠어.' 역시 악랄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찍어 주겠어.' 그렇다면 나도 당신을 찍어야 하는 건가?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자는 바람처럼님의 '무언의 딜'을 무시하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여행을 왔으면 이런 사진을 찍어야지요. '제목 : 이삭줍기'

남아공의 귀여운 꼬꼬마 어린이가 관광객들의 수많은 카메라를 보더니 수줍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손을 흔들어 줍니다. 순수하고 또 순수한 아이의 모습이 되게 귀엽습니다.

시선을 좀 돌려볼까요. 저기 멀리 백인들이 보입니다. 남아공 사람들인지 외국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소웨토에 관광을 온 것 같습니다. 우리 못지 않게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시선을 돌려볼까요. 햄버거 가게로 보이는 건물 앞에서 흑인 두 명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고 싶지만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멀리서 볼 수 밖에 없지만 이 사람들 분명히 좋은 사람들입니다.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혼자 여행을 왔다면 가까이 다가가 소통했을 것입니다.

한번 더 시선을 돌려볼까요. 남아공 청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입니다. 백인 두 명에 흑인 두 명이 함께 자전거를 즐기고 있습니다. 소웨토에도 백인이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벤츠를 타고 소웨토로 온 것인지 궁금합니다. 가서 물어보고 싶은데 단체여행이라 역시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영어가 안됩니다.

'어이, 이것봐. 나 좀 찍어달라구. 어때. 나 멋지지 않아?'

'나 자기가 창피해질라 그래.' 여친님인가 봅니다.

헥터 피터슨 박물관을 둘러 볼 차례입니다. 참고로 박물관 건너편에는 넬슨 만델라가 살던 집이 있습니다. 박물관 내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쉽지만 사진은 없습니다. 하지만 소웨토 흑인들의 한이 서린 슬픈 역사를 느낀 것으로 만족합니다. 소웨토에 막 도착했을 때의 아이러니는 이제 없습니다. 월드컵의 주요 경기가 소웨토에서 치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웨토 항쟁과 헥터 피터슨
소웨토 항쟁이라는 민주화 운동이 있었습니다. 1976년 6월 16일 남아공 학생들이 벌인 대규모 시위를 말합니다. 당시 백인 정부는 흑인 언어와 문화를 말살하기 위한 정책으로 흑인학교에서 아프리칸스어(백인 언어)를 사용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이에 분개한 학새들은 데모를 일으켰으며,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대략 45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대부분 중학생 나이의 어린 학생들이었고, (증거가 확보된) 첫 번째 희생자는 헥터 피터슨(향년 13세)이라는 이름의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박물관에서 나와 기념 사진을 한장 찍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쌀쌀한 겨울 날씨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버스에 올라야 합니다. 넬슨 만델라 생가는 헥터 피터슨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굳이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그런데 저 멀리 사람들이 보입니다.

소웨토에 거주하고 있는 남아공 현지인들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음악을 틀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남아공 청년은 우리쪽을 바라보며 멋진 댄스를 보여줍니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무엇이 그들을 미소짓게 하는 것이고, 무엇이 그들을 춤추게 하는 걸까요?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박스로 가득한 카트가 하나 보입니다. 박스 안에는 바나나를 비롯한 열대과일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과일을 내다 팔기 위해 가져온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매일 과일을 팔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보며 재미있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건 어쩌면 무례한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헥터 픽터슨 박물관에서 흑인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본 것이 불과 5분전입니다. 그들이 겪은 상처와 아픔을 나라도 기억해주겠습니다. 적어도 남아공에 있는 동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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