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가족판 제리 맥과이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볼만한 영화들이 대거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설 시즌은 극장가에서도 대목이라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중에서 직설적인 제목의 헐리웃 영화 한 편이 유독 눈에 띈다. 지난 2006년 유럽을 감동시킨 벤자민 미의 실제 이야기를 재구성한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가 바로 그 작품. <부러진 화살>과 <페이스 메이커>, <댄싱퀸> 등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맷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 등 스타 배우들의 캐스팅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족영화라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는 북미에서 먼저 개봉되었다. 북미판 포스터만 보아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가족영화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아니다. 또한 상식을 벗어난 기적적인 과정이나 결과로 억지스러운 감동을 전하는 영화도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를 표현하는 형식 역시 매우 정형화되어 있다. 어디까지나 실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가족영화이기 때문에 스타일의 과잉이나 불필요한 비틀기식의 요소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라는 특권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형태를 띠고 있는 이유는 실화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영화를 보는 이들의 공감 가능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자 하는 연출자의 의도에 기인한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의 연출과 각색을 맡은 카메론 크로우 감독은 전작 <제리 맥과이어>를 통해서도 이러한 양상을 보인 바 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도 아닌 것 같은데 현실적인 화법으로 공감을 유발하고 그 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찾는 카메론 크로우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거기에 적당히 드라마틱한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 이야기의 연결선상에서 결코 튀지 않는 결말의 압축으로 기나긴 여운을 선사하는 센스까지, 그의 이러한 작품세계에는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과 감동을 느꼈을 때 입가에 맴도는 미소와 같이 자연스러움이 배어 있다. 게다가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는 영화의 모든 것을 단 한마디로 표현하는 명대사가 등장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미소와 그 명대사가 함께 맴돌게 될 것이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고정관념의 탈피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자 영국의 유명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였던 벤자민 미는 지금도 영국 데번 지방에서 '다트무어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속에서 ‘로즈무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동물원은 아이들의 희망이자 가족의 행복을 위한 용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내를 잃고 아이들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던 벤자민 미(맷 데이먼)가 전 재산을 털어 폐장 위기에 놓인 동물원을 매입하게 되면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그로 인해 아픈 상처의 기억을 치유하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집을 찾다가 동물원을 매입한다는 것이 다소 황당해 보일 수 있다. 벤자민이 엄청난 갑부도 아니고 다 쓰러져 가는 동물원에 전 재산을 투자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동물원의 직원인 켈리(스칼렛 요한슨) 역시 벤자민에게 동물원을 매입한 이유를 묻는다. 벤자민의 답변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때 앞서 언급한 명대사가 나오는데 이유를 듣는 순간 호날두의 무회전 프리킥에 뒤통수를 강타당한 것 같이 머리가 잠시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켈리 역시 마찬가지였을 터,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명쾌한 답변에 반론할 생각마저 잊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참고로 벤자민의 명대사는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에 다시 한번 등장하여 뒤통수를 재차 강타한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상처, 용기, 치유, 행복을 이야기하는 영화이지만 고정관념의 탈피를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영화, 그리고 영화의 명대사가 주는 임팩트는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과 감동 역시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고정관념의 탈피란 부분에 있어서 내용적인 측면도 그렇지만 배우들의 이미지 변신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본 시리즈 이후 액션배우 이미지가 강해진 맷 데이먼이나 섹시 여배우 이미지가 강한 스칼렛 요한슨 모두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또한 아역배우들의 깜찍한 연기와 다양한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볼까 말까 망설여진다고? 예매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20초, 미친척하고 20초만 용기를 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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