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영월에 들러 우리 한우를 실컷 맛보고 돌아온 것. 영월에 가면 다하누촌이라는 유명한 한우마을이 있는데 이곳에서 고기 파티를 벌였다. 이번 여행은 여행 일정도 아주 즐거웠지만 맛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어 더 행복한 여행, 맛있는 여행이 된 것 같다. 사실 고기를 워낙 좋아해서 평소에도 고기를 자주 먹고 있기는 하지만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더 많이 먹는 편이고, 소고기를 먹더라도 주로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 쇠고기를 먹고 있다. 한우의 경우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명절이나 가족의 생일 등 특별한 날에만 맛을 볼 수 있었는데 영월 다하누촌의 소고기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 덕분에 부담이 덜했다.

"소고기가 돼지고기 값이야!"

영월 다하누촌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우의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생산농가와의 직거래로 한우를 제공하는 만큼 유통의 거품이 빠지기 때문이다. 250g의 육회 한 접시를 맛볼 수 있는 가격은 단돈 8천원, 서울이나 기타 다른 도시와의 가격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산지에서 제공되는 한우는 가격 뿐만 아니라 맛과 신선도 역시 훌륭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100% 토종 한우라는 것에 대한 믿음이 산지 한우의 가장 큰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이곳의 한우는 한우 판별 DNA 검사까지 실시하여 신뢰도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그럼 토종 한우의 맛을 한번 볼까? 육회, 육사미 같은 생고기를 먹은 후에 차돌박이처럼 얇게 썬 고기부터 굽기 시작하여 두툼한 고기들을 마지막에 구워 먹는 것이 소고기의 풍미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산지에서 즐기는 한우의 가장 큰 이점은 가격보다 신선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우의 신선도를 십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날것으로 먹는 것. 개인적으로 생선회를 비롯한 여타 날것의 음식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쇠고기를 날것으로 먹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육회의 경우에도 자주 먹다 보니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되었지만 어렸을 때에는 잘 먹지 못했다. 그런데 육사시미는 약간 충격적이었다. 이건 뭐 그동안 먹어 본 적도 없는 음식이거니와 처음 보는 순간 당연히 익혀 먹는 고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뭐하자는?"

육사시미를 불판 위에 올리자 지인들은 지금 뭐하자는 거냐며 타박하기 시작했다. 육사시미는 날로 먹는 음식이라는 것이었다. 살짝 어색해진 나는 반쯤 익은 육사시미를 앞접시에 재어 놓고 날것 그대로의 육사시미를 한 점 집어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아무런 기대 없이, 오히려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맛을 보았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먹을 만했다. 하지만 육회보다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육사시미에는 빨간 양념이 발라져 있었다. 그럼 나도 양념에 찍어 먹어 볼까?

"쇠고기 맞아? 생선회 아냐?"

육사시미를 양념장에 찍어 먹는 순간 입안에서 신세계가 펼쳐졌다. 한우의 부드러운 육질과 매콤한 양념장이 조화를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매콤한 양념을 바른 육사시미는 뭐랄까, 마치 초고추장에 생선회를 찍어 먹는 것 같은 식감이었다. 난생 처음 맛보는 묘한 진미에 반한 나는 육회가 담긴 접시와 육사시미가 담긴 접시의 위치를 잽싸게 바꾸었다. 물론 육사시미를 내쪽으로 육회를 저쪽으로... 그리고 육사시미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우리 한우에 웬 사시미?"

너무나도 훌륭한 맛에 반한 나는 앞으로 육사시미를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육사시미라는 이름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우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사시미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보고 있나, 한우협회?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양념장을 바른 육사시미는 되게 맛이 좋았다.
양념장이 없는 육사시미는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았다.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다하누촌에 위치한 정육점.
정육점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고기를 구입한 후 근처 식당으로 가져가면
소정의 비용(1인 3천원)을 받고 상차림을 해주는 방식이다.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또 다른 정육 코너인 다하누 본점.
소고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와 즐길거리가 있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사골 국물을 종이컵에 담아 마시며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고기는 물론 다양한 가공품도 판매하고 있는 모습.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내가 아주 환장하는 육포도 팔고 있었다.
ㅜㅜ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고기를 사서 바로 옆 식당으로 가져가면 된다.
주류와 음료, 식사도 즐길 수 있다.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생고기로 입맛을 끌어올렸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고기를 구워 먹을 차례.
아름다운 마블링의 차돌박이와 꽃등심부터 맛을 보았다.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채끝살과 갈비살 등 새로운 고기도 맛을 보고...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들은 게 눈 감추듯 사라져 갔다.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숯불에 구워진 한우가 아주 먹음직스럽다.
평소에 음식 사진은 잘 안 찍는 편이지만 다들 이렇게 하길래 흉내 한번 내 보겠다며...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술을 전혀 하지 못하는 나에게도 소주 한 잔 들게 만드는 한우의 힘.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냉면 옷을 입은 등심 한 조각.
양념갈비 뿐만 아니라 소고기나 삼겹살도 이렇게 먹는 걸 아주 좋아한다.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다하누촌 한우마을, 강원도 영월 2011, ⓒ Reignman

※ 다하누로부터 무상 제공된 음식을 바탕으로 제작한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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