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우설 드셔보셨어요?"

우설은 소의 혀를 말하는 것으로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음식이지만 아직까지 다소 생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맛을 보게 되었는데 식감이 예상했던 것과 많은 차이가 있더군요. 혓바닥이라고 하니까 씹는 맛이 뭔가 물컹물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쫄깃쫄깃하더란 말이죠. 그리고 근육부위와는 또 전혀 다른 조직이기 때문에 고기가 아주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우설의 맛있는 이야기 들려드리겠습니다.



우설을 맛보게 된 장소는 충무로에 위치한 <한일관>이라는 식당입니다. 일본식 야키니쿠 전문점 한일관은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한인 식당이 그 원조라고 합니다. 일본식 *야키니쿠와 한국의 전통 음식의 조화로 오사카의 일본인들과 한국 여행자들에게 20년이 넘도록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주인장께서 한국에도 가게를 오픈한 것이죠. '관세청 취재'를 하고 뒷풀이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으니 거의 두 달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때만 해도 막 오픈한 시점이라 입구에 많은 화환들이 보이는군요.

※ 야키니쿠는 '굽다'라는 뜻의 야키(やき)와 '고기'라는 뜻의 니쿠 (にく)가 합쳐진 일본 단어입니다. 주로 소고기를 숯불에 구워먹는 일본 야키니쿠는 오래 전부터 전 세계에 알려진 일본 음식 중 하나입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지극히 평범합니다. 제가 갔던 날에는 넥타이에 정장을 차려입은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퇴근 후 맛있는 고기와 함께 한잔 하려는 것처럼 보이던 평범한 직장인들의 입에서는 일본말이 나오더군요. 일본식 야키니꾸 전문점이라 그런지 일본인 손님도 종종 볼 수 있더라고요. 그것 말고는 여타 다른 식당들과 같이 인간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드디어 주문한 우설이 나왔습니다. 피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페퍼로니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식감도 페퍼로니와 비슷합니다. 참고로 <한일관>의 우설은 100g에 16,000원인데요. 국내산 한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혀 주변의 맛없는 부위를 모두 잘라내고, 가장 부드럽고 맛이 좋은 중간 부분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많이 먹는 것보다 맛있게 먹는 것을 선호하는 미식가들에게는 적당한 가격이 아닐까 싶어요.


무한 리필이 가능한 <한일관>의 밑반찬들.
우측 사진의 홍어 무침이 특히 맛있더군요.




"고기는 역시 숯불에 구워야 제맛!"

우설은 두께가 얇아 빨리 익기 때문에 각자 먹을 만큼만 소량만 올려놓고 살살 뒤집어가며 타지 않도록 굽습니다. 불판에 고기를 잔뜩 올려놓고 태워가며 먹고, 다 식은 고기를 먹는 것에 익숙한 우리와는 스타일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어쨌든 골고루 잘 구워진 우설은 그 맛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해 레몬즙 + 비밀의 소스가 더해진 특제소스에 살짝 찍어 먹는데요. 레몬의 상쾌한 향이 우설 특유의 향과 어우러져 입안 가득 퍼지는데... 그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고기를 먹는데 술이 또 빠질 수 없겠죠. <한일관>이 일본식 고기집이라 이치코(iichiko)라는 일본 소주도 판매를 하고 있는데요. 저는 술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사이다에 섞어서 살짝 마셔보긴 했는데, 술을 너무 조금 넣었는지 그냥 사이다 맛이 나더군요. ㅋㅋㅋ 술 맛을 본 지인들의 의견은 괜찮다와 독하다로 나뉜 것 같습니다. :)




우설을 맛보았으니 이제 다른 고기도 좀 먹어봐야겠습니다. 우설이 <한일관>의 대표 메뉴이긴 하지만 그외에도 갈비와 갈비본살,안창살, 차돌박이, 갈비살, 양깃머리, 대창 등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다양한 부위가 있습니다. 우설을 제외하면 모두 익숙한 부위의 고기들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4인 이상이 이곳을 찾게 된다면 세트 메뉴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한일관>에는 4만 5천원짜리 A세트(450g, 갈비살, 안창살, 양깃머리, LA갈비, 파전)와 5만 5천원짜리 B세트(550g, 우설, 갈비본살, 안창살, 양깃머리, LA갈비, 낙지볶음)가 있어서 고기를 부위별로 맛볼 수 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낙지볶음!!
15,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메뉴인데 무려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완전 감동 ㅜㅜ


어우... 맛있게 익어가고 있는 고기의 향연.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 소리와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쩍한 일본말에 귀를 귀울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아무튼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고기가 익어갈수록 술자리의 분위기도 함께 무르익어 갑니다. 맛있는 고기와 함께 가볍게 술 한잔 하면서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고기를 드셨으니 이제 식사하셔야죠!"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한 것은 식사가 아니란 말인가. 당시 술자리에서도 나눈 대화입니다만 고기를 먹고 마지막에 식사를 따로 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식습관인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은 절대 이해 불가! 어쨌든 육개장과 순두부를 주문하고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고기를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긴 하지만 늘 먹어오던 육개장과 순두부와는 다른 스타일에 숟가락이 자꾸 냄비로 향합니다. <한일관>에는 된장찌개와 순두부, 육개장, 냉면, 갈비구이 정식 등의 점심메뉴가 있는데 5~7천원 밖에 하지 않는 저렴한 가격에 일본 스타일의 찌개들을 맛볼 수 있어 충무로 인근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메뉴로 안성맞춤이 될 것 같습니다.

두 달 전에 먹은 우설의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제 연말이라 술자리도 자주 있을 것 같으니 조만간 다시 한번 우설을 먹어줘야 겠습니다. 이게 나름 중독성이 있어서 자꾸 찾게 되더라고요.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우설 한번 맛보세요.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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