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온타리오호 북쪽 연안에 위치한 토론토는 온타리오주의 주도이자 캐나다의 대표 도시이다. 도시의 규모로 보나 인구의 수로 보나 몬트리올과 밴쿠버를 이미 한참 앞서고 있다. 토론토는 5대호를 통해 시카고,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등과 같은 미국의 상공업도시와의 연결이 용이하고, 도심을 흐르는 세인트로렌스강을 통해서 캐나다의 다른 도시와도 잘 통하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명실상부한 캐나다 제1의 도시라고 볼 수 있다.

"만남의 광장, 토론토!"

토론토는 인디언 말로 '만남의 장소' 또는 '만남의 광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참고로 온타리오는 '빛나는물', 오타와는 '물건을 사고 파는 곳', 퀘벡은 '강폭이 좁아지는 곳', 그리고 일전에도 소개한 바 있지만 나이아가라는 '천둥소리가 나는 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디언의 말마따나 만남의 장소인 토론토에는 세계 각국에서 찾아든 약 400만 명의 여러 인종들이 다 함께 모여 살고 있다. 다문화 국가인 캐나다 내에서도 이른바 '작은 지구촌'을 형성한 도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토론토를 가리켜 피플시티(People City)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는 미국의 뉴욕과도 비견할 만한 인종 전시장인 셈이다.

혹자는 천만 명이 넘게 살고 있는 서울과 비교하며 '토론토 인구가 겨우 400만?' 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캐나다의 엄청난 면적과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구를 생각해 보면 400만이라는 숫자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중에는 우리나라 교민도 아주 많다. 약 6만여 명의 교민들이 음식점, 식료품점, 비디오가게, 주유소, 세탁소, 여행사 등을 운영하거나 변호사, 회계사, 의사, 교수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며 코리아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덕분에 캐나다여행을 하면서 교민들은 물론 한국에서 날아온 관광객들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겁나 재미없는 이야기 때려치워!"


Eaton Centre,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Eaton Centre,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Eaton Centre,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앞서 늘어놓은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 겁나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토론토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잡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겁나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살짝 재미있을지도 모르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겠다. 토론토에서 야경사진을 찍으면서 겪게 된 일인데 스타가 될 뻔했다가 결국 사람들의 외면을 받은 애처로운 에피소드이다.

"이곳은 토론토 최고의 번화가!"

캐나다여행 열흘째가 되던 날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킹스턴으로 이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나이아가라에서의 일정만 소화한 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호텔로 복귀했다.

레인맨  :  선생님 그럼 푹 쉬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
임부장  :  인맨군도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면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아요.

그러나 온타리오주에서 가이드를 맡아 준 임영선 부장과 헤어지자마자 삼각대를 어깨에 둘러메고 거리로 나섰다. 토론토 시내의 아름답고 화려한 야경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레인맨  : 토론토의 마지막 밤을 이대로 그냥 보낼 수 있나, 아직 초저녁밖에 안됐는데 젊음을 불살라야지!

그렇게 찾아간 곳은 토론토 최고의 번화가라 할 수 있는 이튼 센터(Eaton Centre) 앞 광장. 화려한 네온사인과 젊은이들의 열기가 밤새 식을 줄 모르는 곳이다. 서울로 치면 그나마 명동이나 강남역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튼센터는 시어스(Sears) 백화점 외에도 350개 이상의 점포가 들어있는데 패션과 잡화는 물론 서점, 레코드샵, 은행, 극장, 레스토랑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상점들이 몰려 있어 1년 365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쇼핑센터 안에는 분수대와 벤치, 휴게실 등이 있어 도심 속의 공원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 있으며, 460여 개의 객실을 보유한 토론토 메리어트 이튼 센터 호텔까지 있어 토론토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Yonge Street,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하버프론트 지역에서 영스트리트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이튼센터 광장이 나온다.


Yonge Street,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하드락카페 뒤쪽으로 던다스 스퀘어(Dundas Square)와 광장이 보인다.


Eaton Centre,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광장 건너편에 위치한 이튼센터. 극장에서는 <행오버2>를 상영하고 있었다.


Eaton Centre,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Eaton Centre,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이튼센터의 화려한 네온사인!"

영스트리트를 걸어 이튼센터 앞 광장에 도착했다. 이튼센터는 토론토에서 묵었던 로얄 요크 호텔(Fairmont Royal York)과 제법 거리가 있었다. 오전 일정으로 인하여 피곤해진 몸에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짊어지고 걷느라 조금은 힘이 들기도 했지만 화려한 네온사인과 시원한 분수쇼는 자양과 강장의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마치 박카스에 우르사를 먹은 듯한 기분이랄까...

흑형     :  나이스 카메라~
레인맨  :  그냥 뭐...

이튼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삼각대를 펴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외국인들은 커다란 DSLR카메라를 들고 사진에 몰두하고 있는 내 모습이 흥미로웠는지 한마디씩 툭툭 내뱉으며 관심을 보였다. 잘 생긴 외국인이 광화문 광장에 죽치고 앉아 사진을 찍고 있으면 다들 한번씩 쳐다보지 않는가. 내가 잘 생겼다는 건 아니지만 대충 그런 상황이었다. 참고로 나는 우둔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백누나  :  나이스 카메라~
레인맨  :  땡큐! 알러뷰!

나는 인종차별을 하지 않지만 성차별은 한다. 흑형이든 백형이든 남자들이 관심을 보이면 시큰둥하게 반응하지만 흑누나든 백누나든 누나들이 관심을 보여 주면 바로 사랑 고백 들어간다. 그러나 나의 뜬금없는 농담이 부담스러웠는지 백누나는 금새 사라져 버렸다. 무리수는 이제 그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구도를 잡고 초점을 맞춘 뒤 카메라와 조금 거리를 두고 무선릴리즈를 이용하여 셔터를 작동시켰다. 그렇게 몇 번 촬영을 하다보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그리고 이튼센터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매직아워의 파란 하늘이 극명하게 나타난 결과물을 보며 감탄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  Excellent! Awesome! Fantastic!
레인맨  :  땡큐 겁나 머치!

누누이 강조한 부분이지만 카메라에 달린 3인치 LCD는 매직 LCD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출이 어긋난 사진, 흔들린 사진 모두 그저 예쁘게 보인다. 사기에 가깝다. 게다가 화려한 야경사진의 경우 더욱 예뻐 보일 수 밖에 없다. 결국 리모콘을 이용한 독특한 촬영 방식과 보다 과장된 색감을 선보이는 작은 LCD 덕분에 사진 실력이 매우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구경꾼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타가 될 뻔했던 내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느닷없이 등장한 코미디언 때문이었다. 내 주위에 몰려들었던 많은 사람들은 독특한 쇼를 펼치는 코미디언의 등장에 동양에서 온 풋내기 찍사를 순식간에 외면하고 말았다.


Tip. 영 스트리트(Yonge Street)는 토론토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간선도로이다. 남쪽의 하버 프론트 지역에서부터 북쪽의 외곽 도시들까지 연결되어 있는데 그 길이가 정말 엄청나게 길다. 세계에서 가장 긴 스트리트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을 정도. 영 스트리트는 토론토의 도시계획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길이었고, 영 스트리트를 기준으로 토론토를 동, 서로 구분한다. 이튼 센터를 비롯하여 던다스 스퀘어, 캐나다 최대 규모의 신문사인 토론토 스타, 토론토 시청 등 토론토의 유명한 건물은 영 스트리트 근처에 밀집되어 있다. 따라서 토론토 여행 시 영 스트리트를 지표로 동선을 짜는 것도 좋다. 


Eaton Centre,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느닷없이 나타난 코미디언의 정체.
이튼센터 앞 광장에 모인 군중들은 그의 쇼를 구경하며 잇따라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가 바로 진정한 스타였다.
나도 스타가 되고 싶은데 조만간 한민관에게 연락을 한번 해야겠다.


Eaton Centre,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나는 사람들의 외면을 뒤로 하고 묵묵히 사진을 찍었다.
코미디언의 쇼는 뭔가 되게 재미있어 보였지만 끝내 구경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근처 바에 들어가 더욱 좋은 구경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토론토에서의 마지막 밤은 화끈하게 저물어 갔다.


Bremner Boulevard,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Bremner Boulevard,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Bremner Boulevard,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이곳은 토론토의 또 다른 번화가!"

캐나다여행을 하면서 토론토에서는 2박을 하게 되었는데 첫째 날 밤에는 하버 프론트(Harbour Front) 북쪽에 위치한 브레머 대로(Bremner Boulevard)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곳은 이튼센터 못지않은 토론토의 번화가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낮에만 해당되는 일, 낮의 활기찬 분위기를 떠올리며 다시 찾았건만 밤이 되니 거리는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낮과 밤의 분위기가 이렇게 극명한 차이를 보이다니 흥미로웠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혼자 열심히 싸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조금은 외롭기도 하고 조금은 무섭기도 했지만 무작정 걸으며 사진을 찍다 보니 외로움도 무서움도 시나브로 잊혀지고 있었다. 카메라에 담기는 야경은 이튼센터 만큼 화려하지도 않고 매직아워를 벗어난 시간대라 하늘의 발색 또한 썩 예쁘지 않았지만 낯선 도시의 밤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렇게 즐거운 기분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몇 장 공개하는 것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토론토의 야경을 다시 담게 될 날이 머지않길 기대해본다.


Rogers Centre,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로저스 센터의 야경.
로저스센터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으로 1986년 완공된 세계 최초의 계폐식 돔구장이다.


Union Station,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밤이 되자 조용해진 유니온 스테이션.
왼쪽 뒤로 내가 묵었던 로얄 요크 호텔이 보인다. 


Union Station,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호텔로 가기 위해 기차역과 연결된 지름길을 지나다 한 컷.


Union Station,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이곳은 분위기가 다소 음침해보인다.


Union Station,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기차역 뒤로 CN타워가 보인다.


CN Tower,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CN타워는 역시 이렇게 봐야 제맛.


Fairmont Royal York,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야경 촬영을 모두 끝내고 이제 숙소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로얄 요크 호텔(Fairmont Royal York) 로비.


Eaton Centre,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던다스 스퀘어는 건물의 절반 이상이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광고 비용도 엄청날 것 같다.
그래도 뉴욕 맨하탄의 타임스퀘어보다는 싸겠지?


Rogers Centre,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Eaton Centre, Toronto,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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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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