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지난 주말 서울의 날씨는 추운 겨울을 인내한 사람들에게 내린 하늘의 축복이었다. 따스하다 못해 뜨거운 봄의 태양과 이를 식혀주는 선선한 바람,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만개한 봄꽃들의 어우러짐은 더없이 위대한 자연의 섭리를 그저 피상적인 일상의 가벼움 정도로 치부할 수 있을 만큼의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준 것 같다. 꽃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 하나가 되는 순간의 짜릿함, 수많은 사람들은 그 짜릿함을 만끽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나의 배낭을 받아줄래요?"

내 오랜 이웃인 여행블로거 배낭돌이의 프러포즈 멘트이다. 프러포즈는 성공했고, 배낭돌이의 그녀는 4월의 신부가 되었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하늘 역시 그들의 결혼을 축복하듯 최고의 날씨를 선물해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그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벚꽃처럼 화사하고 예쁜 사랑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두 사람의 아름다운 결혼식이 끝나고 또다른 여행블로거이자 어플리뷰 전문 블로거 바람처럼~과 함께 여의도 윤중로를 찾았다. 올해 들어 꽃놀이를 제대로 한 적이 없는데 마침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거야라서 무작정 나들이를 떠나게 된 것이다. 왠지 모르게 씁쓸하고 개운치 못한 두 남자의 나들이였지만 사람들로 가득찬 거리의 활기찬 분위기와 벚꽃의 화사함, 그리고 축제 현장의 흥미로운 풍경들 덕분에 나름 즐거운 나들이가 된 것 같다.

"ㅜㅜ"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여의도 봄꽃축제 현장에서 거리의 화가들을 여럿 만나 볼 수 있었다. 초상화와 캐리커쳐를 그려 주는 거리의 화가나 모델이 되어 주는 손님 모두 입가에는 작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구경꾼들 역시 즐거움으로 가득찬 얼굴이다. 실력 있는 화가들의 그림 그리는 과정을 지켜보며 봄꽃축제의 또다른 재미를 느낀 것 같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평화통일을 기원합니다!"

"시원한 물 한 잔 하고 가세요!"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담은 소원띠와 아리수가 가득 담긴 식수차도 보인다. 소원띠의 내용 중에는 역시나 국민소원이라고 할 수 있는 통일이 가장 많았다. 한편 윤중로를 찾은 시민들은 아리수를 마시며 따스함을 넘어 조금은 덥기까지 한 봄날의 갈증을 달래기도 했다. 페트병에 든 생수를 나누어 주는 것 보다 이렇게 식수차가 한 대 있으니 쓰레기도 생기지 않고 여러모로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배경이 된 벚나무의 꽃들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벚꽃의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아, 이래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꽃놀이를 하러 나왔구나'라고 감탄할 무렵 느닷없이 괴이한 물체 하나가 시야에 들어온다. 지니가 부릅니다.

"뭐야 이건!"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윤중로의 활기찬 분위기를 보다 넓은 시야와 높은 구도로 담아내기 위한 사진사의 열정이다. 망원렌즈를 마운트하고 여성들을 도촬하는 이른바 '축제의 불청객'이 있는 반면 더 좋은 그림과 구도를 위해,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무거운 장비에 대한 두려움과 촬영의 귀찮은 과정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적인 사진사들도 있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아낌없이 주는 나무!"

미관을 선물해주는 것도 모자라 뜨거운 봄볕을 막아주는 벚나무. 이렇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꽃을 꺾어서 귀에 꼽고 다니는 사람들이나 꽃비 내리는 장면을 보고 싶어 나무를 발로 차는 사람들은 도촬 전문 찍사와 더불어 벚꽃놀이를 즐길 자격이 없다. 여하튼 축제의 열기에 지친 시민들은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나마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헥헥~ 지친다 지쳐, 나도 좀 쉬고 싶다구!"

주인을 따라 벚꽃놀이를 나온 불독 한 마리가 많이 피곤했는지 가던 길을 멈추고 휴식을 취한다. 벚꽃놀이에 지친 강아지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이채로운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든다. 가히 인기 폭발이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땅바닥에 배를 완전히 밀착시키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강아지의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라. 근데 너 앞으로 운동 좀 열심히 해야겠다. 건강해야 다음에 또 벚꽃축제 놀러 오더라도 재미있게 놀지 않겠니?

"정중히 사양할게요! 헥헥~"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휴식을 끝낸 녀석이 떠난 자리에는 이렇게 스펙타클한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주말의 봄꽃축제는 꽃도 사람도 절정을 이루는 최고의 나들이였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축제는 막을 내리지만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은 당분간 절정의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부대행사가 없어지거나 교통 통제가 되지 않는 등의 변화가 있을 뿐 오히려 사람이 적은 시기에 벚꽃놀이를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이색적인 봄나들이 장소,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꽃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 하나가 되는 순간의 짜릿함, 그 짜릿함을 만끽하기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은 오늘도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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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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