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현대의 기술로 가공된 늑대인간

커트 시오드맥이라는 시나리오 작가에 의해 탄생된 늑대인간은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등과 함께 고전 호러영화의 대표적인 괴물 캐릭터로 자리매김해왔다. 커트 시오드맥의 1941년작 '울프 맨(감독 - 조지 와그너)'으로 부터 시작된 늑대인간은 그 동안 많은 리메이크작을 탄생시키며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고, '쥬만지'와 '쥬라기 공원3' 등을 연출한 조 존스톤 감독 버전으로 2010년 재탄생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괴수의 공격을 받은 로렌스(베네치오 델 토로)라는 한 남자가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으로 변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고전 호러가 현대극으로 재탄생 되었을때, 감쪽같은 특수효과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은 노출된 시나리오의 갭을 소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된다. 기술적인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리메이크작품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울프맨'과 같은 괴수 영화라면 더욱... 그런 의미에서 '울프맨'은 2010년의 진보된 기술을 통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을 충실히 만족시켜 주고 있다. 첫째,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고 있는 1890년대 후반의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세트와 미술. 둘째, 늑대인간으로의 변신과정이나 늑대인간의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보여준 CG. 셋째, 배우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늑대인간의 모습을 감쪽같이 표현해낸 특수분장. 이러한 기술적인 방법을 통해 현대판 늑대인간으로서의 화려한 부활을 가능케 한 것이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고전(苦戰)을 면치 못할 고전(古典) 호러

앞서 말했듯이 늑대인간의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으므로 현대의 기술을 통해 그 갭을 없애야 한다. '울프맨'은 거기에다가 화려한 캐스팅을 더해 쐐기를 박고자 한다. 베네치오 델 토로, 안소니 홉킨스, 에밀리 블런트(필자의 이상형임), 휴고 위빙 정도면 쐐기를 박기에 충분한 캐스팅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에서 통할만한 캐스팅은 아닌 것 같다. 일단 국내에서는 그렇게까지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이 아니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야 환장할만한 캐스팅이긴 하다) 그리고 그들의 연기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무난하다. 네 명 모두 연기를 매우 잘하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카리스마를 표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늑대의 상징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는 울음소리 역시 마찬가지. 슬픔과 분노, 환희, 희열, 고통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해 내야할 울음소리가 너무 밋밋한 느낌이다. 좀 더 섬세하고 강렬한 에코의 조율이 필요했다고 본다. 비주얼에 중점을 두고 있는 영화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허술한 구성이 배우들의 카리스마를 깎아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넷 중에서 가장 비중이 적은 휴고 위빙이 자신의 캐릭터를 그나마 잘 소화해내고 있다.

'울프맨'은 18세 관람가 영화다. 대사중에 욕설도 없고 노출씬이 있는 것도 아닌데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순수하게 고어 장면들 때문이다. 그 장면들은 매우 사실적이고 적나라해서 비위가 약한 관객들에게는 구토를, 마니아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줄지도 모른다. 늑대인간의 공격에 머리나 팔다리가 툭툭 잘려나가고, 창자가 튀어나와 바닥에 널브러지는 등의 고어씬들이 18세관람가의 이유인 동시에 '울프맨' 백미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한정된 관객들에게만 지지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현대의 기술로 가공된 고전(古典) 호러는 영화의 허술한 구성과 배우들의 카리스마 부족, 관객들의 편향된 취향 등을 이유로 결국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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