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Movie Info

SF 스릴러 <더 문>, 이렇게 차분하고 잔잔한 느낌의 SF영화는 또 처음이다. <A.I.>정도의 차분함이랄까.. 소재는 마이클 베이의 <아일랜드>와 비슷하다.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대략 이렇다. 가까운 미래, 샘 벨(샘 락웰)이라는 남자가 달표면의 자원채굴 기지에서 홀로 3년간 근무를 하고 있다. 그는 통신위성의 고장으로 외부와 단절되어 자신을 돕는 컴퓨터 거티(케빈 스페이시)와 대화하며 외롭게 일하고 있다. 3년간의 근무를 끝내고 2주 후 지구로의 귀환을 앞두고 있는데...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이 혼자 격리되어 있기 때문에 공간이 비교적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의 제작비는 500만달러라고 한다. 보통 헐리웃의 SF영화라고 하면 제작비 1억불은 우습게 넘기는데, 한국돈으로 60억이 채 되지 않는 제작비는 왠만한 헐리웃 배우의 개런티도 되지 않는 매우 적은 금액이다. 그렇다고 어색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거나 무명배우가 출연한 것도 아니다. 500만달러로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독특한 점이 하나 있는데, 이 영화는 시작부터 한글이 등장하여 호감을 갖고 보게 만든다. 이후로도 계속 한글이 등장하고 심지어 '안녕히 계세요'라는 한글 대사와 태극기도 나온다. SARANG-사랑... 자원채굴 기지의 이름인 것 같다. 기지 내부의 이곳 저곳에 붙어 있고, 유니폼의 가슴과 등짝에도 붙어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사랑이라는 발음이 외국인에게는 신비하고 아름답게 들리려나, 암튼 <더 문>의 연출을 맡은 던칸 존스감독이 박찬욱 감독을 매우 존경하기 때문에 그 존경심을 표현하기 위해 한글을 넣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영화 <올드보이>의 광팬이라 <올드보이> 속 장면을 <더 문>에 삽입하려고 까지 했단다. 한글과 태극기의 등장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였다. 한편 던칸 존스 감독은 슈퍼스타 데이빗 보위의 아들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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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원맨쇼

<더 문>의 주인공 샘 락웰... 필자가 샘 락웰을 처음 본 것은 영화 <그린 마일>을 통해서였다. 사악하고 난폭한 사형수를 기가 막히게 연기한 모습에 한눈에 반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매치스틱 맨>과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프로스트 VS 닉슨> 등의 영화를 통해서 샘 락웰을 계속 지켜 봤고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라고 결론지었다. 그런 그가 이 영화에서 원맨쇼를 펼친다. 샘 락웰 외에 출연한 배우가 대충 계산해봐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참 재밌는 경우다. (이게 저렴한 제작비의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어느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외로운 원맨쇼라는 것이다.

보통 영화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 상대 배우가 가진 역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곤 한다. 상대 배우와 함께 호흡하면서 더 좋은 연기를 펼치게 되고 상대 배우의 연기와 내 연기가 합쳐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추격자>의 김윤석과 하정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그런데 샘 락웰은 상대 배우가 없다. 아니.. 있긴 있다. 1인 2역을 하기 때문에 그의 상대 배우는 바로 자기자신이다. 자신을 상대로 연기를 하고, 자신과 호흡을 하며, 자신과 경쟁을 한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그는 해낸 것 같다. 그것도 제대로 해냈다. 쓸쓸하고 고독함이 느껴지는 주인공의 상황처럼 샘 락웰 역시 고독한 촬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독함이 연기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됐을 것이다. 

샘 락웰보다 연기를 더 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케빈 스페이시가 <더 문>을 통해 또 다른 연기세계를 선보인다. 그는 샘 벨의 유일한 친구인 컴퓨터 거티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그의 표정은 이모티콘이 대신한다. 비록 목소리 연기 뿐이었지만 과연 케빈 스페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제된 그의 목소리에서는 영화 <세븐>에서 보여준 연쇄살인범의 차가운 느낌이 있었고, <아메리칸 뷰티>에서 보여준 무기력하고 기계적인 느낌이 있었다. 케빈 스페이시만이 낼 수 있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이쯤 됐으면 샘 락웰의 고독한 연기와 케빈 스페이시의 기계적인 목소리를 감상하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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