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Intro

어제 저녁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화 <퍼블릭 에너미>를 보고 왔습니다.
내가 사랑하고 세계인이 사랑하는 조니 뎁 형님과 크리스찬 베일, 그리고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더불어 액션 영화계의 거장인 마이클 만의 호흡이 미치도록 궁금했던 영화였지요.
그런데 위드블로그에서 재미있게 영화를 관람하라고 티켓을 보내줬어요. 덕분에 즐겁고 소중한 2시간을 선물받았답니다. 이자리를 빌려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Movie Info

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2009)는 1930년대 미국 시카고를 중심으로 벌어진 사건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 영화에서 조니 뎁이 연기한 존 딜린저는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로 미국 대공황기 때 가장 유명한 은행강도로 알려져 있다.

조니 뎁은 어렸을 때 전설적인 갱스터인 존 딜린저에 빠져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존 딜린저의 실제 모습과 퍼블릭 에너미에서의 조니 뎁의 이미지가 제법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존 딜린저는 서민들의 돈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으며 오로지 부자들의 돈이 모인 은행의 돈에만 관심을 갖는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 '언터쳐블'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했던 알 카포네와는 스타일이 많이 다른 악당이다. 홍길동이나 로빈 훗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알 카포네는 1920~30년대를 주름잡던 전설의 마피아 보스다.

이 영화는 제작비 1억불 이상이 투입되었고 마이클 만이 감독을 맡았으며, 기획은 로버트 드니로가 담당했다. 또한 출연진으로는 존 딜린저 역할의 조니 뎁과 수사관 멜빈 퍼비스 역할의 크리스찬 베일, 마리온 꼬띠아르, 채닝 테이텀, 스티븐 도프 등이 있다.


Before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마이클 만 감독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고, 제작에 프로듀서까지 도맡아 하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또한 마이클 만 감독은 라스트 모히칸, 히트, 알리, 콜래트럴 등을 연출했던 액션, 스릴러 영화계의 거장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퍼블릭 에너미라는 범죄 액션영화를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조니뎁과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날개를 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와 함께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했던 <히트>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적이 있다. <히트>는 18세 이상 관람가였기 때문에 입장이 불가한 상황이었지만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하나로 기어이 극장을 찾았다. 결국 몇 년이 지난후 성인이 되어서야 히트를 보게 됐지만 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인가.. <히트>는 내 생애 최고의 영화중 한편이 되었다. 범죄자 로버트 드니로와 강력계 수사반장 알 파치노와의 쫒고 쫒기는 영화 속 추격전과 심리전, 그리고 영화 밖 두 대배우의 연기 대결과 연기 호흡, 이 두 배우를 조련하는 마이클 만의 연출력.. 이 모든것들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액션 영화임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히트>와 마찬가지로 <퍼블릭 에너미>에서는 은행강도 역할의 조니뎁과 FBI 역할의 크리스찬 베일, 두 탑의 대결이 펼쳐진다. 어찌보면 <히트>와 비슷한 패턴의 흐름을 예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내 예상대로 비슷한 패턴이라면 그 패턴은 싫은 것이 아니라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일 것이고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요소일 것이다.
암튼 나는 극장으로 가는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퍼블릭 에너미>를 보기 시작했다.


After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쫓기는 자

영화 <퍼블릭 에너미>는 존 딜린저의 학교(감옥)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탈옥을 감행하는 존 딜린저와 그의 일당들은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어 있다. 망보는 사람, 시선을 끄는 사람, 위협을 담당하는 사람 등 각자의 포지션에 최선을 다해 최고의 팀을 이룬다. 이는 탈옥 뿐만 아니라 은행을 털때도 마찬가지다. 역시나 이 모든 것을 지휘하는 사람은 바로 존 딜린저다.

극초반 탈옥을 감행한 존 딜린저는 은행을 터는데,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금고를 열지 않고 시간을 벌어보려고 하는 은행 지점장의 죽빵을 한대 날리고 이러한 명언을 남긴다.

'겁쟁이로 살래? 영웅으로 죽을래?'

이는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영웅으로 죽을 수는 있지만 영웅으로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존 딜린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질문은 훗날 선택으로 이어진다. 그 선택은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존 딜린저는 2번의 탈옥과 11번의 은행털이를 저지른 범죄이지만 미국 국민들에게는 가장 사랑받고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는 존재이다. 미국 국민들은 대공황 시대에 불황의 원인으로 지탄 받는 은행만 터는 존 딜린저를 의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영웅대접을 받기도 한다.

존 딜린저가 이러한 인물이기 때문에 악역이라 하더라도 관객들의 응원과 호응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인이 아니고 존 딜린저가 어떤 인물인지도 잘 모른다. But, 우리는 조니 뎁이기 때문에 응원을 보낸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쫓는 자

공공의 적.. 존 딜린저 때문에 FBI가 만들어 졌다고 하니 그의 존재가치를 어느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러한 존 딜린저를 밤낮 없이 추격하는 사람이 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탁상공론만을 펼치는 FBI 국장은 존 딜린저를 공공의 적 1호로 규명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그러나 현장에 뛰어들지 않는 겁쟁이 국장은 멜빈 퍼비스(크리스찬 베일)를 앞세워 공공의 적 소탕 작전을 시작하게 된다.

멜빈 퍼비스의 지휘아래 정예팀이 구성되고 많은 시간과 돈, 인력을 투입하여 존 딜린저 검거작전에 나서지만 신출귀몰한 존 딜린저의 대담하고 치밀한 범죄에 당하고 만다.
멜빈 퍼비스는 범인이라면 무조건 잡아내는 뛰어는 수사관이자 강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가슴이 따뜻하고 머리는 차가운 인물이다. 언제나 이성적인 태도로 움직이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멜빈 퍼비스를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력에 의문을 갖게 된다.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이다 보니 심심하고 무료한 연기가 이어진다.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의 투탑영화지만 영화속에서 둘의 만남은 거의 없다. 존 딜린저가 2번째 탈옥을 감행하기 전 유치장에서 멜빈 퍼비스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유일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장면은 아주아주 소중한 장면이다. 두 캐릭터의 심리전과 두 배우가 대사를 주고 받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에 5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장면에서 크리스찬 베일의 절제된 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고 두 배우 사이에서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숀 펜의 전매 특허인 절제의 미학이라고나 할까...ㅋ

멜빈 퍼비스는 1960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의 자살에 존 딜린저의 죽음이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크리스찬 베일의 보여준 멜빈 퍼비스의 모습만으로는 그의 자살에 그저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랑

존 딜린저에게도 사랑이 있다. 아름다운 Black Bird 빌리 프리쳇(마리온 꼬띨라르)...
짙은 피부를 가진 아름 다운 그녀의 모습에 존 딜린저는 첫눈에 반한다. 첫 만남에 자신이 은행강도임을 당당히 밝히는 존 딜린저...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일까...

라비앙 로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마리온 꼬띨라르가 연기한 빌리와 존 딜린저의 러브라인은 영화전개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퍼블릭 에너미는 총격씬이 남발하는 아날로그 액션 영화지만 긴 러닝 타임에 몰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을 두 남녀의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터프하고 강한 남자 존 딜린저는 빌리에게 자신의 사랑을 항상 확신시켜주고, 그녀의 입을 통해 사랑의 확인을 얻고자 한다. 요즘 나쁜남자가 대세라 그런가 존 딜린저의 나쁜남자 컨셉은 여심을 흔들어 놓았다. 어쩌면 남자관객들의 마음도 흔들렸을지 모른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가 빠진 곳이 조니 뎁의 매력속인지, 존 딜린저의 매력속인지...

둘의 러브라인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빌리가 자기자신 때문에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되어 가는 빌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에 분노하고 또 슬퍼한다. 그런 그의 모습을 조니 뎁이 연기한다. 그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필자는 블로그에 실화영화와 관련된 포스팅을 수차례 했을정도로 실화영화의 매력을 잘 알고 있다. 영화의 감동과 공감대는 실화라서 더욱 크게 다가온다. <퍼블릭 에너미>는 좋은 영화지만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영화를 밤시간에 봐서 조금 피곤했고 극장에서 앞쪽 좌석에 걸려 제대로 보지 못한 것도 있지만 제대로 봤다고 해도 내가 알만한 부분은 아니다.

시원시원한 총격전은 무더위를 날려주기에 충분했고 극장안의 과도한 에어콘 콤보가 더해졌다.전체적으로 봤을 때 탄탄하고 깔끔한 영화였다. 조니 뎁이 말했듯이 마이클 만 감독은 디테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다. 암튼 퍼블릭 에너미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히트가 9점일때 6.47점을 주고 싶다.

아니 리뷰 쭉 잘 써오다가 왜 막판에 갑자기 점수를 낮게 줘?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히트가 워낙 재밌었다.

둘째, 존 딜린저의 대사중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들은 어디 출신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건 어디에서 왔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향할 것인가다." 이 대사를 곱씹어 보니 자연스럽게 점수가 낮아지게 됐다.

셋째, 10점을 주고 싶다. 왜? 조니 뎁이니까, 크리스찬 베일이니까, 마이클 만이니까.. 참으로 비겁한 생각이다.
하지만 작품을 평가함에 있어서 냉정함은 그 작품에 바치는 최고의 예의다. 나는 예의 있는 사람이다.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그 모든 권리는 ⓒ Universal Pictures. 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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