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문화재청이 문화재청 창립 50주년(10월 2일)을 기념하여 궁과 능의 무료개방 및 궁궐 야간개방을 실시했다. 4대궁을 비롯한 종묘, 조선왕릉, 현충사의 무료개방은 2일을 마지막으로 이미 끝이 났지만 경복궁과 창경궁의 야간개방은 이번 주말까지 이어진다. 작년 이맘때쯤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으로 무려 615년만에 처음으로 야간개방을 했던 경복궁은 올해 5월 두 번째 야간개방에 이어 다시 한번 야간개방을 실시하게 되었다. 615년 동안이나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최근 1년 사이에 세 번이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경복궁의 야간개방이 앞으로도 자주 이루어져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운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복궁 우리꺼자나, 밤에도 좀 보고 살자!"

경복궁 야간개방 소식을 접한 나는 날씨가 좋은 평일을 골라 경복궁을 찾았다. 주말에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다른 행사가 또 잡혀 있기 때문에 일부러 평일을 골랐지만 금요일이라 그런지 평일의 특수는 전혀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단체 관람객과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역시나 카메라와 삼각대를 둘러멘 사진가들이 가장 많이 보였다. 나 또한 사진이 가장 큰 목적이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조금 여유를 두었지만 조금의 여유 따위로는 좋은 자리를 잡는 것이 불가능했다.


경복궁 경회루 2011, ⓒ Reignman


"역시나 엄청난 인파!"

이번 경복궁 야간개방은 광화문과 흥례문 권역 및 근정전, 수정전, 경회루까지만 허용된다. 그중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포인트는 역시나 경회루. 근정전의 웅장함도 탐이 났지만 카메라 앞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궤적을 -어쩔 수 없이- 담는 것보다 연못에 비친 경회루의 아름다운 반영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하지만 경회루와 근정전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두 곳 모두 매직아워의 힘을 빌려 촬영할 것이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경회루에 도착하자마자 적당한 자리를 찾았지만 비집고 들어갈 만한 틈은 보이지 않았다. '엄청난 여유'를 두고 경복궁을 찾은 사진가들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버드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바닥에 쭈그려 앉아 삼각대를 펼쳐 놓고 구도를 잡았다. 하지만 딱히 구도를 잡을 필요가 없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프레임 우측으로 나뭇잎과 땅바닥이 들어왔지만 이것이 유일한 구도였기 때문에 다른 구도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카메라를 조금이라도 우측으로 돌리면 오른쪽에 있는 카메라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고, 카메라를 조금이라도 앞으로 전진시키면 왼쪽에 있는 카메라의 시야를 가렸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렌즈를 교체하거나 줌을 땡겨 화각을 바꾸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카메라와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경복궁 경회루 2011, ⓒ Reignman

경회루를 찾은 사진가들.
딱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인자기의 위치선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경복궁 경회루 2011, ⓒ Reignman

엄청난 포스의 대형 카메라. ㄷㄷㄷ
이건 뭐 중형 카메라도 아니고 대형이라니...
그 속에 담긴 결과물이 궁금할 따름이다.


경복궁 경회루 2011, ⓒ Reignman

오른쪽 나뭇잎과 땅바닥을 제하면 이런 화각이 나온다.
그렇게 나쁜 구도는 아니지만 여백의 미가 없는 것이 아쉽다.


경복궁 경회루 2011, ⓒ Reignman

그렇다고 같은 구도에서 계속 셔터를 눌러 댈 수는 없는 노릇.
사진가들이 바통터치를 하는 틈을 타 구도를 살짝살짝 바꾸어 보았다.


경복궁 경회루 2011, ⓒ Reignman

변화 없는 구도가 지겨워 파노라마 사진도 찍어 보았다.
원본 사진을 보려면 클릭~


경복궁 경회루 2011, ⓒ Reignman

변화 없는 구도가 지겹기는 했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운치를 더해가는 경회루에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
경회루를 비롯한 경복궁의 야경은 불꽃축제처럼 스펙터클한 맛은 없어도 고아한 매력이 있다.
경회루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고 이제 근정전으로...


경복궁 근정전 2011, ⓒ Reignman

서둘러 찾은 근정전의 하늘에 매직아워의 발색이 미세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어둑해진 하늘, 근정전 조명과의 노출 편차가 아주 심하다.


경복궁 근정전 2011, ⓒ Reignman

근정전 위로 떠 있는 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경복궁 근정전 2011, ⓒ Reignman

근정전을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
근정전의 조명이 너무 강해서 하이라이트가 모두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두 장의 사진을 합성했다.


경복궁 광화문 2011, ⓒ Reignman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도 매표소 앞에 줄이 보인다.
경복궁 야간개방은 10시까지이며, 수정전 앞에서 무료 공연도 열린다.


경복궁 광화문 2011, ⓒ Reignman

광화문을 나서면서 그냥 가기가 아쉬워 수문장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제법 장노출로 촬영했는데도 흔들림이 없는 수문장, 역시 대단하다. ㅋㅋ


경복궁 경회루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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