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얼마 전에 소개해드렸던 아시아문화마루-쿤스트할레 광주의 두 번째 포스팅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복합문화공간의 신기원, 아시아 문화마루 쿤스트할레 광주'라는 포스팅을 통해서 쿤스트할레의 개념과 쿤스트할레가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쿤스트할레의 모습과 전시 중인 작품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해드리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스위스 아티스트 그룹 *'이토이(etoy)'의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토이의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소개됩니다. 하지만 쿤스트할레는 공간 활용을 정말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거 기억하고 계시죠? 어쨌든 흥미로운 작품들이 아주 많아요. 그리고 쿤스트할레 자체가 참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그럼 저와 함께 <쿤스트할레 광주>를 구경해보시죠.

▲ <쿤스트할레 광주>는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광주 지하철 문화전당(구도청)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만나볼 수 있으니 광주 시민이라면 전철을 타고 쉽고 빠르게 갈 수 있겠죠. ㅎㅎ

▲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이 공들입니다. 타마타(Tamatar)라는 이름을 가진 이 스티로폼 공들은 사람과 기계 간의 상호작용이 일상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프로젝트입니다. 이 스티로폼 공들은 사람과 소통하고 사람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대화도 나눕니다. 또한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하여 들려주기도 하는데요. 신기하고 재미있는 설치물이었습니다. 호기심 강한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 이토이 코퍼레이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림. 이토이 코퍼레이션은 개별적으로 예술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이토이는 자신들의 일부와 브랜드 자체를 상품으로 직접 판매하고, 거래하며, 교환합니다. 이들의 주식인 Etoy.Shares를 산다는 것은 이토이와 이토이가 만들어내는 문화적 가치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처럼 작품을 주식으로 실제 거래한다는 개념은 미술품 시장의 논리에서 보면 긍정적인 태도로 비춰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토이가 경제적인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기업으로서, 스위스 상공회의소에 등록하기까지 긴 싸움을 했던 것을 비추어보면, 이토이는 문화적인 가치와 그 교환 환경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 이번 작품은 'Skulls of The Artists'라는 이름의 다소 무시무시한 작품입니다. 아티스트 그룹 '컴앤컴(Com&Com)'의 스컬스 오브 더 아티스트는 RMI 스캔을 바탕으로 조각한 작가들의 두개골입니다. 이 작품은 불멸의 길로 남는 예술가의 유명세와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 관계를 아이러니컬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 지금 보고 계신 프로젝트는 점점 더 글로벌화되는 세계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와 국가들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풍자입니다. 2001년 '초국적 공화국(Transnational Republic)'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공화국이 선포되었는데 이 국가는 영토는 없으나 나라로서 필요한 여권과 통화 같은 요소는 상징적인 형태로 다 갖추고 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어떤 국가의 주도권적인 시민권과 글로벌한 경제 질서, 그리고 민족 국가에 한정되어 있는 민주주의를 되묻고 있는 작품입니다.

▲ '페인스테이션(Painstation)'이라는 이름의 게임기계입니다. 아케이드 게임을 개조한 이 기계는 단순한 게임을 통해 서로의 기량을 겨룰 수 있는 데요. 오른손으로는 게임기를 조종하고 왼손은 좌측에 보이는 철판 위에 올려놓습니다. 게임에서 지게 되면 기계에 내장되어 있는 전기충격장치 혹은 채찍이 발동하게 됩니다. 게임은 아주 단순했지만 벌칙 덕분인지 아주 재밌게 즐겼던 것 같습니다.

▲ 일본의 파친코 기계에서 힌트를 얻은 '이토이 게이트'입니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 팽배하는 왜곡된 도박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으며, 전통적인 문화 개념의 가치와 싸구려이자 중독성이 강한 도박을 혼합함으로써 이토이는 예술과 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故 백남준 작가의 'Passage(1986)'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기도 한 '이토이 게이트'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재해석이기도 합니다.

▲ 이번에는 밖으로 한번 나가보겠습니다. 앞마당 아트광장에 '이토이 브루드'라는 이름의 아이들을 위한 설치물이 보입니다. 저는 어린이가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보진 못했습니다만 이토이 브루드는 5살에서 11살 사이의 어린이들이 미술, 미래, 무한성을 재미있는 방법으로 탐험할 수 있는 실험실이라고 합니다.

▲ 드럼통 하나와 컨테이너 박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게 뭔지 궁금하시죠?

▲ 이 드럼통은 중국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저승에서 사용하라고 가짜돈을 태우는 풍습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작품입니다. 쿤스트할레 내부에 비치되어 있는 가짜 돈을 직접 태울 수도 있는데요. 가짜 돈을 태우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저승에서 풍족한 생활을 하라는 염원을 빌어 봅니다.

▲ 드럼통 뒷쪽에 위치한 컨테이너의 내부 모습입니다. 'Sarcophagus'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6미터 길이의 컨테이너 석관입니다. 데이터가 복잡한 네트워크에서 정보가 어떻게 안전하게 보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를 수반하는 본 프로젝트로 제작된 죽은 자에 대한 도발적이고 불안정한 기념비입니다.

▲ 한쪽에서는 이토이의 작가들이 모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토이 코퍼레이션은 예술, 테크놀로지 그리고 사회 사이의 분야에서 작업하는 예술 집단입니다. 이토이의 프로젝트는 컨셉, 연구, 기술적 실현의 한계 범위를 늘려나가고, 기술이 발달된 사회에서 생기는 중요한 문제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토이의 강점은 현대 테크놀로지 문화의 문제점에 비판적인 시각과 기술적인 해결책을 함께 제시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어떻게 재미있으셨어요?"

<쿤스트할레 광주>와 이토이 코퍼레이션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온 것 같아 뿌뜻합니다. 다음에 또 언제 기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쿤스트할레에 가서 다른 전시나 공연, 행사, 파티를 즐기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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