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이런 공중전화 보셨어요?"

프리토리아에 도착해 '그 좋은 고기가 지겨워'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부르게 식사를 한 코카콜라 원정대는 버스에 다시 몸을 싣고 대통령 관저 유니온 빌딩을 향해 달립니다. 밥도 먹었겠다 졸음이 쏟아질 법도 한데 아직까지 여행 첫날의 설렘이 진행 중이라 그런지 바깥 구경에 여념이 없습니다. 버스 안에서 바라다보는 풍경이 워낙 생경한 느낌이어서 그 느낌을 간직하고자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댑니다.



사람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고, 자동차와 건물을 구경하는 것이 재밌습니다. 영어로된 간판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맥도날드를 보며 신기해 합니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또 재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흑인 밀집 지역인가봐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백인이나 동양인은 보이질 않습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고치고 있는 거리의 수선공이 보이고, 신문과 사탕 등을 팔고 있는 사람도 보입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손을 흔들면 손을 흔들어 줍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응원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남아공 사람들의 그런 리액션이 또 재밌가 있어서 창문에 대고 계속해서 손을 흔듭니다. 그러다 가끔 누가 무시라도 하면 혼자 속상해 합니다.


정지선을 칼같이 지키는 남아공의 모범 운전자들입니다.
값비싼 외제차들이 많이 보입니다. 남아공에서는 폭스바겐의 인기가 좋은가봐요.
우리나라 자동차 역시 현지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공중전화 보셨어요?"

바깥 구경을 열심히 하던 중 정말 신선하고 독특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아무래도 이거 공중전화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화기에 동전을 넣고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인에게 돈을 내고 전화기를 이용합니다. 검정색 점퍼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여성이 아무래도 주인인 것 같습니다. 밀리터리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 때문에 도심에서 뭔가 특별한 작전을 수행 중인 건 아닌가, 설마 어디서 폭탄테러라도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공중전화가 맞는 것 같습니다. 서랍에 있는 동전을 보니 장사가 제법 잘되는 것 같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가까이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신호에 걸려 조금이나마 더 구경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쨌든 버스는 계속 달립니다. 시내를 벗어나니 창밖의 분위기가 조금 한적해진 것 같습니다. 불과 몇 분 전 임팩트 강한 장면을 봤기 때문인지 창밖을 내다보는 게 영 심심해졌지만 그래도 파란 하늘 아래 남아공의 모습은 이색적일 따름입니다.


따스한 햇빛을 쬐며 뭔가를 기다리는 남아공 청년들도 보이고,


국기를 들고 자국을 응원하는 아르헨티나 청년들도 보입니다.
이 친구 이거 태극기가 붙어 있는 우리 버스를 발견하더니 구겨져 있던 국기를 펼쳐 보이며 도발을 하네요.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하고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주며 프리토리아를 질주하던 버스는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라 제동을 합니다. 대통령 관저 유니온 빌딩에 도착했으니 오늘 일정도 이제 끝이 보입니다. 아직 해가 쨍쨍한 오후인데도 몸이 가르키는 시간은 자정을 훨씬 넘긴 것 같습니다. 하루가 정말 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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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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