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매우 적절한 시기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장마와 더위를 동시에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짙은 안개와 흐린 하늘,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비가 여행의 설렘을 반감시켰지만 뉴스를 통해 본 내륙지방의 비 피해 상황에 비하면 그마저도 감지덕지였다. 덕분에 제주도의 주요 관광지와 맛집은 주말여행을 온 가족과 커플로 붐볐고, 아름다운 해변은 물놀이를 즐기려는 피서객들로 넘쳐났다.

"사람 많은 건 딱 질색이야!"

나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제주도 서쪽에 자리를 잡은 차귀도, 과거에는 사람이 살았으나 현재는 아무도 살지 않는 제주도의 가장 큰 무인도이다. 웁스... 무인도에는 어쩐 일로? 평소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경치가 끝내주는 트레킹 코스가 숨겨져 있다고 하여 차귀도를 찾게 되었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사람의 흔적이 있어!" 

차귀도에는 현재 사람이 살고 있지 않지만 예전에는 사람이 살던 유인도였다. 그래서 차귀도 곳곳에서 사람이 살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생활을 하던 집의 잔해는 물론이거니와 선술집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무인도라는 사실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물 좋고, 공기 좋고, 제주도에서 배로 10분이면 닿는 거리임에도 사람들이 모두 떠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래도 차귀도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속세를 벗어나 이곳에 머물며 사색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트레킹을 즐기러 오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낚시를 즐기러 오는 사람이 가장 많다. 차귀도는 주변 바다의 수심이 깊고 물이 깨끗하여 참돔, 돌돔, 흑돔, 벤자리, 자바리 등 어족이 풍부하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강태공들이 몰린다. 내가 차귀도에 갔을 때에도 많은 낚시꾼들이 곳곳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차귀도 갯바위에 모여 낚시를 즐기고 있는 강태공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천연보호구역 제422호 차귀도!"

배를 타고 차귀도에 도착, 트레킹을 시작했다. 차귀도는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트레킹 코스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아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된다. 무성한 수풀 사이를 헤집고 올라가다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런데 길지 않은 코스에 비해 트레킹을 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많은 않다. 수풀이 너무 우거져 있기 때문인데, 바닥을 정리하고 가이드레일을 세우는 등 약간의 정비만 한다면 훨씬 좋은 트레킹 코스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트레킹을 하다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동·식물이 자주 눈에 띈다. 사실 차귀도와 죽도, 와도를 포함한 지역에는 우리나라에서 남방성이 가장 강한 아열대성 해산 동·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처음 보이는 생물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하니 생태계의 보고로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인 것 같다. 또한 차귀도 주변에는 사적으로 지정된 신석기 시대 초기 유적지인 고산리 선사유적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야호! 정상이다!"

수풀을 헤치며 열심히 걸었더니 어느덧 정상에 이르렀다. 차귀도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걷느라 약간 고생을 하긴 했지만 정상의 아름다운 풍경이 충분한 보상을 해 준 것 같다. 정상에 올라 강하면서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내 안의 모든 시름이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내 정상에서 바라본 환상적인 풍경들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담은 사진을 몇 장 공개한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차귀도 언덕 정상에 자리를 잡고 있는 하얀 등대.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시시각각 변하는 차귀도의 날씨에 무지개가 생겼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이쪽은 날씨가 맑은데 저쪽은 운무가 자욱하게 낀 모습이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차귀도에는 사람 대신 다양한 곤충들이 살고 있다. 이 거미에 물리면 왠지 뼈도 못 추릴 것 같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또한 차귀도에는 다양한 식물이 살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나무는 브로콜리를 닮았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차귀도는 죽도, 지질이섬, 와도 뿐만 아니라 작은 부속섬들을 거느리고 있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섬은 독수리를 닮았다고 하여 독수리 바위 혹은 독수리 섬이라 불린다. 옆모습이 독수리를 정말 많이 닮은 것 같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독수리 바위의 등판 부분.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잔잔하게 퍼지는 파도 소리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모습이 정말 시원하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영광의 상처!"

차귀도에서 내려와 다리를 확인하는데 정강이에서 빨간 액체가 흘러나왔다. 자세히 보니 피였다. 큰 상처는 아니지만 반바지를 입고 트레킹을 한 호기의 결과물이었다. 아니, 호기가 아닌 객기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차귀도는 산세가 험하지 않고 경사 또한 급하지 않아 트레킹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트레킹 복장과 신발을 갖춘 상태에서 적용되는 말이다. 내 다리에는 아직 자잘한 상처들이 남아 있다. 행여나 이 포스팅을 보고 차귀도에 갈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면 꼭 복장을 갖추길 바란다. 그리고 보다 원할한 트레킹을 위하여 차귀도가 잘 다듬어졌으면 좋겠다.

About Movie. 차귀도에서 촬영된 영화가 있어 잠시 소개한다.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의 제목은 <이어도>. 영화 <하녀> 를 연출한 스릴러의 거장 김기영 감독의 1977년 작품이다. 정일성 감독이 촬영을 맡았으며, 이화시, 김정철, 최윤석, 권미혜, 박정자 등이 출연한 1970년대 한국영화의 대표작이다. <이어도>는 전설의 섬 이어도를 배경으로 인간의 생존본능과 환경문제를 다룬 수작이다.


제주도 차귀도 해적잠수함 2011, ⓒ Reignman

제주도 차귀도 해적잠수함 2011, ⓒ Reignman


"차귀도의 전설!"

트레킹을 마치고 잠수함을 타기 위해 잠수함 기지를 찾았다. 그곳에서 해적 잠수함의 선장에게 차귀도의 전설을 들을 수 있었다. 옛날 중국 송나라 푸저우 사람 호종단이 제주도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하여 섬의 지맥과 수맥을 모조리 끊은 사건이 있다고 한다.

호종단은 돌아가는 길에 고산 앞바다에서 날쌘 매를 만났는데 매가 돛대 위에 앉자 별안간 돌풍이 일어 배가 가라앉았다. 지맥을 끊은 호종단이 돌아갔은 것을 막았다 하여 이 매를 차귀도라 불렸다고 한다. 침몰단 배에는 많은 보물이 있었는데 이 보물을 차귀도 매 바위가 지키고 있다. 나는 이 보물을 찾기 위해 잠수함에 올라탔다.


제주도 차귀도 해적잠수함 2011, ⓒ Reignman

제주도 차귀도 해적잠수함 2011, ⓒ Reignman


"차귀도 앞바다에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

차귀도 해적잠수함은 수심 40m까지 내려가서 이동하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았다. 또한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으로 의심되는 국내 유일의 해저동굴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보물을 찾지는 못했다. 비록 금은보화로 이루어진 보물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깨끗한 바닷물 속에서 서식하는 물고기와 산호들이 보물 그 자체였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해저여행을 즐기는 승객들 역시 보물을 발견한 듯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잠수함에서 바라본 바다 속 풍경을 동영상으로 담았다.
물고기가 정말 많다. 해적잠수함을 끝으로 제주 차귀도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트레킹과 잠수함투어를 통해 알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차귀도의 트레킹 코스가 개발되면 그때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정상에 오르고 싶다.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제주도 차귀도 해적잠수함 2011, ⓒ Reignman

제주도 차귀도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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