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Intro

오랫만의 극장 나들이, 어떤 영화를 볼까? 2011년의 첫 번째 극장 관람이니 후회하지 않을 만한 작품을 골라야겠다. 옳지,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라면 탁월한 선택이 될 것 같다. 음, 그런데 한국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 같다. 자막을 읽을 자신이 없다.

변신

그렇게 선택한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1월 말께 개봉하여 한달 동안 500만에 가까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2011년 상반기 최고 흥행작이다. 김명민의 팬이라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긴 했지만 작품에 대한 기대가 아닌 단순히 김명민에 대한 기대였을 뿐, 그렇게 끌리는 작품은 아니었다. 영화를 본 결과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역시나 적절한 마음가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치가 적었던 만큼 <조선명탐정>이 주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오달수의 존재감은 유쾌한 버디무비로서의 완성을 이끄는 힘이 되며, 변화무쌍한 김명민의 이미지 변신은 관객들의 웃음을 보다 쉽게 훔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김명민은 과거 <불량 가족>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코믹한 캐릭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바 있지만 그의 평소 이미지는 절대 가볍지 않다. 배우가 지닌 평소의 이미지는 다른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했을 때 플러스 요인이 된다. 이는 물론 연기력이 뒷받침 되었을 때 유효한 이야기이고 연기가 안되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김명민은 명탐정역을 잘 소화해냈고, 그런 점에서 그의 연기 변신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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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성

김명민의 연기 변신과 더불어 <조선명탐정>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고 한다면 영화가 가진 단순함을 주저없이 꼽고 싶다. 사실 <조선명탐정>은 김탁환의 추리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참고로 김탁환 작가는 오늘날의 김명민을 만든 작품이기도 한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추리물은 단순한 장르가 아니지만 <조선명탐정>은 지극히 단순한 영화라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이는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 같은 영화와 그 맥락을 함께한다. 원작과 전작이 가진 무거운 느낌을 버리고 유쾌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르적 요소로 승부를 보겠다는 영화의 의도이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관객들에게 아주 잘 먹힌 것 같다. <혈의 누>와 같은 영화는 싫어. 무거운 분위기도 싫고, 내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도 싫어. 우리나라 관객들의 취향이 그렇다. 치밀하게 잘 짜여진 내러티브와 그로 인한 서스펜스보다 눈으로 보여지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을 원한다. 즉, 단순하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르적 요소를 원한다. 코미디, 액션, 판타지가 그러한 요소들이다. <조선명탐정>은 그런 관객들을 접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업영화이고 결국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나름대로의 반전요소들이 산재되어 있다. 사실 반전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짜맞추기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에서 해놓은 것이 없다. 뒤에 와서 여러 내용과 설정을 비틀어 봤자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수준이지 별다른 감동을 느낄 수 없다. 뭐 이런 것들도 반전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요소라고 본다.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좋다. 그런데 좋은 영화를 잘 만들면 관객들은 알아서 극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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