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감각적인 튜닝

시라노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연애조작단이라니 제목만 봐도 참 유치찬란하다. 출연진들에게서도 별로 신뢰가 느껴지지 않는데 이거 웬걸, 평단의 호평과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퀴즈왕> 등의 추석 개봉영화 중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바로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라는 영화이다. 이거 왜 그런가 했더니 <YMCA 야구단>과 <스카우트>라는 야구영화에 시사와 해학을 불어넣으며 가치 있는 작품을 완성시켰고, <광식이 동생 광태>를 통해 감각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던 김현석 감독의 작품이다. 그가 <스카우트> 이후 3년만에 돌아온 것이다.Reignman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아주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배우들(송새벽은 예외)에 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는 전적으로 김현석 감독의 감각적인 튜닝에 의거하는 결과이다. 그의 세련된 감각은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설정을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공감시킨다. 사실 로맨스 영화를 구성하는 주된 요소들 즉, 대사나 상황은 이미 창작의 한계에 부닥치고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감독의 역량 혹은 배우들의 호연이 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로맨틱 코미디의 (이미 정해져 있는) 진부하고 유치한 요소들을 감독의 세련된 미장센을 통해 로맨틱하고 코믹하게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보면 이 영화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범주를 벗어난 영화는 아니란 뜻도 된다. 결국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클리셰한 요소들로 세련된 얼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김현석 감독의 감각적인 튜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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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한 로맨스 영화

(필자가 그랬듯이) 영화를 보면서 '아, 시라노가 그거였어?'라고 할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시라노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겠다. 필자는 올 초 <500일의 썸머> 라는 감각적인 로맨스 영화를 보며 남자를 위한 로맨스 영화의 수작이란 호평을 보낸 적이 있다. 조셉 고든-레빗의 실감나는 연기에 감정을 이입하며 매력적인 여친 주이 디샤넬에게 반할 수 밖에 없었는데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보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 감정이입의 대상은 최다니엘이 아닌 엄태웅이 될 것이고, <시라뇌 연애조작단>의 히로인 이민정에게 반하게 될 것이다. 이민정의 매력은 아리따운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백야행>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연기도 곧잘 하는 배우이다. 한편 송새벽이라는 위대한 조연은 작품을 거듭할수록 존재감이 배가되고 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물론 <방자전>, <해결사> 이렇게 세 작품만으로 그는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기패턴을 계속해서 고수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고, 계속되는 변화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Reignman

그러나 송새벽 덕분에 메인 디쉬보다 달콤하고 맛있는 애피타이저를 내놓게 된 <시라노; 연애조작단>. 이 영화의 프롤로그를 구성하고 있는 작은 에피소드는 관객들의 식욕을 돋게 하는 것은 물론 메인 디쉬에 대한 암시와 기대치를 끌어올리는 장치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같은 패턴의 이야기에 삼각관계라는 양념이 더해진 메인 디쉬의 경우 애피타이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로맨스의 깊이와 감동을 소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김현석 감독의 튜닝이 워낙 감각적인 탓에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연신 입가에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쿨한 디저트가 기다리고 있으니 개운한 기분으로 영화의 결말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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