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지난 주말 오전에는 부여에 들러 '백마강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였고, 점심식사를 하고 난 뒤에는 공주에 위치한 충청남도 역사박물관을 찾았습니다. 공주시 중동의 중동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충남역사박물관은 충청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고 바로 세워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역사박물관입니다.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충청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접해볼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는데, 백제시대부터 전해내려온 전통놀이를 재현하는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이 재현한 백제의 전통놀이는 저포놀이와 삼륙(삼육)놀이인데요. 저포놀이는 윷놀이와, 삼륙놀이는 서양의 체스와 매우 흡사한 놀이였습니다. 그렇다면 충남역사박물관의 간단한 관람기와 백제의 전통놀이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충남역사박물관은 소나무와 벚꽃나무 등 울창한 나무숲으로 둘러 쌓여 있어 운치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경치가 워낙 좋아 많은 분들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부여군민으로 보이는 어떤 아저씨도 열심히 사진을 찍고 계시는군요. 

서울시민인 저도 열심히 사진을 찍습니다.

이때 박물관 관계자께서 등장하여 직접 박물관과 그 안의 유물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럼 박물관 안으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왼쪽에 보이는 은잔은 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열이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은 잔과 잔받침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것들은 조선시대 신분증으로 16세 이상의 남자들이 차고 다니던 호패입니다. 신분에 따라 그 재질과 내용이 차이를 두었는데, 세종실록에 보면 종2품 이상은 상아와 녹각을, 서인 이하는 참나무나 소나무 같은 잡목을 쓰도록 했다고 합니다.

왼쪽에 보이는 문서는 조선시대 명필 석봉 한호의 편지글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문서는 교지입니다.

충청도 관찰사를 지낸 이세근(1664~1735)의 환도와 화살통도 볼 수 있습니다. 우측에 보이는 지도는 19세기 진주성의 전경을 그린 진주성도입니다.

율곡 이이(1536~1584)의 유문중에 원집에 빠진 부분을 박세채(1631~1695)가 편집한 율곡선생별집입니다. 합죽선을 쥐고 있는 저 손은 부여군민 포스를 자랑하는 악랄가츠님의 손입니다.

관찰사 순력 행차 모형입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모형이라 한참을 쳐다봅니다.

추사 김정희(1786~1856)와 명재 윤증(1629~1714)의 초상화입니다. 김정희 초상은 1857년 이한철이 그린 작품이며, 보물 제1495호인 윤증 초상은 1744년 장경주의 윤증 초상을 토대로 1788년 이명기가 자신의 필법을 살려 그린 작품입니다. 두 초상 모두 복제품이며, 윤증초상의 경우 모사본임에도 불구하고 천만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위에 보이는 유물들은 아메미야 히로스케 선생이 기증한 유물들입니다. 아메미야 히로스케(76) 선생은 공주에서 태어나 심상소학교(현 공주봉황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주중학교에 입학하던 해인 1945년 한국의 광복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갔으며, 현재 일제시대 공주와 학연지연을 가진 일본인들의 모임인 '공주회'의 회장으로 활동중입니다. 기증된 유물은 총 68종 328점입니다.

박물관에 전시된 사진 자료를 통해 충청남도의 역사를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포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윷놀이와 비슷한 느낌의 저포놀이는 윷가락처럼 생긴 5개의 나무가락을 던져서 나오는 숫자만큼 말판을 이동하여 정해진 말을 먼저 통과시키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입니다. 생각보다 규칙이 단순해서 남녀노소 모두 쉽게 배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지금 보고 계신 놀이는 쌍륙인데요. 저포놀이와 마찬가지로 규칙이 아주 단순합니다. 쌍륙은 나무가락 대신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에 따라 1~6의 칸에 말을 채워 넣고, 주사위 2개가 같은 숫자일 경우에 나머지 3개의 말을 가운데 놓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15개의 말을 채워넣고 모두 빼내는 규칙인데, 쌍륙(6,6)이 나오는 경우에는 상대편 말을 하나 제거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직접 해보면 금방 배울 수 있는 게임인데 글로 설명하려고 하니까 어렵게 느껴지는군요. ㅎㅎ

이 아이는 저포놀이를 하다 말고 갑자기 뭔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봤더니 돛자리 위로 올라온 개미를 잡고 있습니다. 개미가 다치지 않게 살짝 잡아다가 돛자리 밖으로 놓아주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 한참을 웃었습니다.

왠지 10년 후에는 소녀시대 윤아와 비슷한 모습으로 성장할 것만 같은 여자 어린이입니다. 저포놀이를 즐기는 아이의 표정에서 진지함이 묻어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우리의 전통놀이를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석갈비를 먹으며 이날 여행을 정리해봅니다. 대백제전을 통해 저포놀이와 쌍륙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최신 보드게임에 비해 전혀 뒤질 것이 없습니다.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놀이를 체험하면 아이들과 어른 모두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고, 전통놀이 체험 뿐만 아니라 천연염색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충남역사박물관 관람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교육적 효과가 크겠지요. 이래저래 즐겁고 유익한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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