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혹시 체부동이라는 곳을 아십니까? 서울 토박이인 저도 그동안 체부동이란 곳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알고 봤더니 '토속촌'이라는 유명한 삼계탕집이 있는 동네였습니다. 삼계탕만 먹고 왔지 그 주변은 미처 신경쓰지 못했거든요. 체부동은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작되는 작은 한옥마을입니다. 어찌나 규모가 작은지 별도의 주민센터도 없이 사직동 주민센터에서 통합 관리되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30분이면 느긋하게 동네의 구석구석을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그 어느 동네보다도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서울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체부동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작은 사잇길이 나옵니다. 차도 한 대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좁은 길은 200m정도 이어집니다. 금천교시장 또는 적선시장으로 불리는 체부동의 재래시장입니다. 작고 허름한 상점들이 모여 있는 재래시장이지만 있을 건 다 있어 대형마트 부럽지 않습니다. 시장의 분위기를 담으려 카메라를 들이밀자 쑥쓰러우셨는지 수줍은 미소를 띄우며 자리를 피하는 시장의 상인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날은 토속촌에서 삼계탕을 한 그릇 해치우고 소화도 시킬 겸 체부동 나들이에 나섰는데 다음에는 할머니 떡볶이집에 가서 떡볶이를 먹어봐야겠습니다. 되게 유명한 집이라고 하더군요.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금천교시장을 거닐다 보면 계속해서 골목길이 등장합니다. 유성여관 골목길 사이로 왠 현수막이 하나 보이길래 따라 들어가봅니다. 체부동이 한옥 보존 마을로 지정된 것 같은데 마을 주민들은 재개발을 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재개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좀 있었나봐요. 체부동이라는 동네를 몰랐으니 논란이 있었다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됩니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체부동의 이곳저곳을 돌아봅니다. 이곳이 정말 서울이 맞나? 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순간 어릴 때 뛰어놀던 우리 동네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80년대의 서울 외곽 지역이지만 2010년의 체부동보다는 현대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분이 묘합니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거리에 널어 놓은 빨래들과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자전거의 모습.
체부동의 순박하고 정겨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막다른 골목이 하나 나옵니다.
세 채의 집이 모여 막다른 골목을 만들고 이곳을 마당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푸른 잎의 화분들이 여름의 정취를 북돋아 주는 것 같습니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체부동의 골목길은 모두 이렇게 좁습니다.
오래된 골목길의 모습 그대로 잘 보존이 된 모습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골목길을 바라보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복잡하게 얽힌 전선들이 전봇대를 타고 이곳 저곳으로 뻗어있는 모습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전선 위로 제비들이 각을 맞춰 앉아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지요.
지금은 제비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참새를 보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지붕위에서부터 덩굴을 타고 내려온 호리병박의 모습이 보입니다.
앙증맞은 모습입니다.
서울의 거리에서 호리병박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반갑고도 신기합니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신기한 마음에 체부동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보니 20분도 채 안된 것 같은데 더이상 돌아볼 곳이 없습니다.
동네가 정말 작고 아담합니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배화여대 뒷쪽으로 인왕산이 보입니다.
다음에는 인왕산 정상에 올라 체부동을 한눈에 내려다 보고 싶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여대생 구경도 좀 하고요.


서울 종로구 체부동 2010, ⓒ Reignman


서울의 중심지에 있으면서도 가장 오래된 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체부동 주민들은 한옥보전을 반대하고 아파트를 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동네가 오랫동안 예전의 모습을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무튼 체부동 출사, 짧은 시간이지만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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