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독특한 조합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영화 <나잇 & 데이>의 연출을 제임스 맨골드가 맡았다는 것이 약간 어색하면서도 대단히 흥미롭다.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 주연이라면 분명히 짐작 가능한 스타일의 장르영화일 것이 뻔한데 감독이 제임스 맨골드라니 이거 뭔가 독특한 느낌의 조합이다. 제임스 맨골드의 필모그래피를 감안해봤을 때 코믹 액션물과는 거리가 좀 있다. <처음 만나는 자유>와 <앙코르>를 통해 보여준 묵직한 드라마적 감성과 <아이덴티티>로 드러난 정교하면서도 창의적인 연출력, <3:10 투 유마>에서 느껴지는 중후함을 생각해보자. <나잇 & 데이>는 제임스 맨골드와 어울리지 않는다. 상당히 독특한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Reignman
<나잇 & 데이>의 장르 또한 독특한 조합을 이룬다. 흔해빠진 액션영화가 아니라 로맨스와 코미디가 적당히 믹스되어 있다. 웃기고 사랑스러운 액션이라고나 할까. <3:10 투 유마>의 중후한 액션도 아니고, <미션 임파서블>의 참신한 액션도 아니지만 장난스러운 듯 하면서도 거칠고 시원시원한 액션을 선보인다. 여기에 남녀 주인공의 로맨틱하면서도 코믹한 분위기가 더해지니 아주 묘한 매력이 있다. 두 주인공의 조합 역시 신선하고 독특하다. 이제는 헐리웃의 대표적인 액션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액션영화에 집착하고 있는 톰 크루즈. 그가 맡은 로이 밀러란 인물은 개그 내공을 쌓은 이단 헌트의 재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방면에 만능한 요원이다. 그런 로이가 지극히 평범한 여성 준(카메론 디아즈)을 데리고 작전을 펼친다는 설정이 대단히 독특한 재미를 준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프롬파리 위드러브>나 <셜록 홈즈>식의 유쾌한 버디무비인데 커플을 투탑으로 하는 영화이다 보니 이렇게 사랑스럽고 독특한 매력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Reignman

ⓒ New Regency Pictures / 20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So Cooooooooool

액션영화는 모름지기 시원한 맛이 있어야 한다. 앞서 말한 코미디와 로맨스라는 장르적 요소를 제거한다고 해도 <나잇 & 데이>의 액션은 충분히 시원시원한 맛이 있다. 액션 자체도 짜릿하고 화끈하지만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영상미가 또 시원한 그림을 만들어 준다. 외딴섬에서 펼쳐지는 사랑싸움 및 폭격신과 고속으로 질주하는 자동차 추격신, 그와 함께 하는 총격신도 좋지만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신나게 달리는 기차에서 벌어지는 시퀀스가 매우 인상깊다. 무엇보다 스페인에서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단연 압권이라고 볼 수 있는데 로이와 준이 빨간색 모터사이클을 타고 황소떼와 함께 달리는 장면은 마치 투우 경기를 보는 것 같은 흥분을 느끼게 한다. <나잇 & 데이>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명장면이다. Reignman

<나잇 & 데이>는 코믹한 액션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부추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악역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너무 약하기 때문에 대립 구도가 시시하다는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3>는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악역으로 등장함으로써 단순한 재미 이상의 장치를 구축했다. 그에 비해 <나잇 & 데이>에 등장하는 악당의 축인 피츠제랄드(피터 사스가드)의 카리스마는 너무 싱겁다. 물론 피터 사스가드는 좋은 배우다. 이것은 연기력의 문제가 아닌 연출력의 부재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약 제임스 맨골드가 흥미 위주의 플롯은 유지한 채 악역의 매력을 좀 더 부각시켰다면 관객들은 흥미를 느낌과 동시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나잇 & 데이>의 북미 흥행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클립스>와 <토이스토리 3>와의 경쟁은 그렇다치고 아담 샌들러에게 완전 발리고 있다. 아담 샌들러의 미국 내 인지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톰 크루즈의 인지도 역시 만만치 않다. 톰 크루즈, 벌써 50이 다 됐다. 이제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잇 & 데이>는 그에게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되어주지 못했다. 제임스 맨골드와 카메론 디아즈에게 역시 제자리걸음이 될 뿐, 퇴보가 아니란 것에 만족해야 할 지경이다. 이 영화 분명 재밌는 영화지만 그 재미가 너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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