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며칠전 택배를 하나 받았습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좋은 나눔과 좋은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계신
G_Gatsby
님으로부터 온 작은 상자였지요.
 
게츠비님은 꾸준히 책나눔을 하시는데,
얼마 전에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은 책이 하나 떴길래 냉큼 신청을 했습니다.

'아버지의 오토바이'라는 책인데요. 운이 좋게도 제가 이번에 선정이 되어서 책을 받게 됐습니다.
이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게츠비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



상자를 열어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책 말고도 다른 선물이 들어있었고 뾱뾱이 에어캡으로 꼼꼼하게 포장을 해주셨거든요.
세심한 배려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날 택배를 받아 보고 감사하다는 문자라도 한통 보내드렸어야 했는데,
정말 기쁜나머지 정신줄을 놓고 미처 문자 생각을 못했었나 봐요. ㅎㅎ 
용서하세요. ^^:


  

게츠비님의 자필 메세지와 쪽지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전투식량은 아침에 간편하게 먹으니 참 든든했고 맛도 좋았어요. 달지도 않고..ㅎㅎ
손청결제는 들고 다니면서 아주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신종플루나 다른 전염병에 걸릴 일이 절대 없을 것 같네요. ㅎㅎ



내가 생각해야만 하는데도 생각하지 않은 것과 말해야만 하는데도 말하지 않은 것. 행해야만 하는데도 행하지 않은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생각한 것과 말하지 말았어야 하는데도 말한 것. 행하지 말았어야 하는데도 행한 것. 그 모든 것들을 용서하소서. - 페리시아 조로아스터교 경전 기도문 중에서 (아버지의 오토바이 中 198p)





버지의 오토바이는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아버지 엄시헌은 처자식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본인 인생의 전부인 사람이다.
자신의 아들인 엄종세가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았을 때 보낸 축하 편지를 보면 엄시헌의 속을 잘 알 수 있다.

아버지 된 자의 손은 궂은일과 마른일을 가리지 않는다. 자식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비의 손과 궂은일을 하는 손은 별개가 아니다. 너도 이제 아버지가 됐으니 네 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가리지 마라. 그리고 네 손이 하는 수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마라. 아버지 된자, 남편 된 자가 처자식을 먹이고 입히는 일은 칭찬이나 상 받을 일이 아니다. 네 처자식이 네 평생의 상장임을 잊지 마라. (
아버지의 오토바이 中 166p)

이처럼 아버지 엄시헌은 가족의 안전과 생계를 위해 쉬지 않고 일한다. 또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자존심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굽신거리며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그렇다고 이타적이거나 남을 배려하는 사람은 아니다. 항상 가족만을 우선시할 뿐 다른 사람들에게는 냉혈한으로 보일 만한 지독한 인물이다.

나는 비교했다. 우리 아버지와 엄시헌의 모습을...
당연히 엄시헌은 우리 아버지보다 훨씬 지독하고 냉정한 사람이다. 뭐 '소설속의 인물이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내가 우리 아버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아버지도 나와 가족을 위해 자존심 대신 굽신거림을 택하고, 집에서는 따뜻한 아버지이지만 밖에서는 차갑고 냉정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반면에 엄시헌은 지독하고 냉정한 아버지이지만 이 세상 누구보다 자기 가족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다시 한번 비교했다. 엄시헌이 엄종세를 더 사랑할까, 우리 아버지가 나를 더 사랑할까?
정말 짧은 생각이었다.;; 이 세상 모든 아버지의 사랑은 모두 위대한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래도 내가 느끼고 헤아리기에는 아버지의 사랑과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너무 커다란 존재인 것 같다.
나는 아직 아버지라는 직업을 갖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마음을 헤아리기에
더욱 큰 어려움을 갖고 있지만 나도 언젠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될테고 아버지가 될 것인다. 아버지가 되어보면 좀 더 잘 알 수 있겠지...

예전에 TV에서 코미디언 출신 배우 임하룡씨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자신의 아들을 군대에 보냈을 때 임하룡씨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눈물의 이유를 묻자 그는..
'아들이 군대에 가니 슬펐다. 내가 군대에 갔을 때 내 아버지가 지금의 나처럼 슬퍼하셨을 생각을 하니 많은 눈물이 나더라...' 라고 대답했다.

당시 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 이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것은 감히 내가 범접할 만한 대상이 아니구나'라고 느꼈다.
적어도 나이 50은 넘어야... 아니면 책에서처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좀 알 것 같은 그런것이구나...
너무 늦게 알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알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한다.

암튼 이 '아버지의 오토바이'는 감동적인 책은 분명히 맞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감동이 뭔가 차갑다.
차가운 감동.. 작가의 냉정한 시선으로 들여다본 인간의 내면이 독자들에게는 차갑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본분을 잊은 것 같지는 않았다. 같다. 거기에 초중반까지 이어지는 스릴러 느낌에 몰입도가 더해져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책장이 아주 잘 넘어 가요. ㅎㅎ

이런 재미있고 소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G_Gatsby님 고맙습니다.

지루하고 재미 없는 서평을 읽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대단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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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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