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던 지난 주말 강원도 정선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정선에 도착한 나는 얼마 전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기도 했던 '정선5일장'을 먼저 둘러보고 곤드레밥으로 배도 든든하게 채운 뒤 구절리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구절리역에서 출발하는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함이었다. 레일바이크는 페달과 브레이크를 이용하여 철도레일 위를 달릴 수 있도록 제작한 철로자전거로 특히 유럽의 산악관광지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레저스포츠이다. 보통 15~20km/h의 속도로 운행되는 레일바이크는 가족과 연인이 함께 페달을 밟으며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또한 4개의 자전거 바퀴가 레일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탈선이 되거나 넘어질 위험이 없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 또, 안전!"

레일바이크가 안전한 레포츠이기는 하나 탑승객의 부주의로 인하여 자칫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어느 정도 존재한다. 고로 안전에 대한 부분은 지나치게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우선 속도에 대한 부분. 레일바이크는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 그런데 가끔 너무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멈출 수 없는 질주 본능 때문이다. 레일바이크가 낼 수 있는 스피드느 의외로 빠르다. 내리막 구간에서는 시속 70km 이상의 빠른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너무 빠르게 달리다가 앞차와 부딪치게 되면 받은 사람이나 받힌 사람이나 심한 충격을 받게 된다. 물론 자전거에는 안전벨트와 범퍼가 있어 충격을 완화시켜 주고, 브레이크 성능도 아주 좋기 때문에 충돌할 가능성은 적지만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는 순간 목이나 허리에 디스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달리는 차 안에서 차창밖으로 손을 내밀면 안되듯이 자전거를 타는 도중 머리나 손을 옆으로 많이 빼지 않아야 한다. 나뭇가지 등이 신체부위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철에는 길고 두꺼운 외투가 바퀴에 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머플러나 스카프가 바퀴에 빨려들어가면 끔찍한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소지품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레일바이크는 페달이 안장보다 훨씬 아래에 위치한 자전거와는 달리 페달과 안장의 높낮이가 비슷하다. 거의 리컴번트바이크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바지 주머니에 휴대폰이나 동전, 열쇠 등을 넣어 놓았다가는 페달질을 하다가 빠져 버리기 십상이다. 그리고 강한 맞바람에 모자가 날아갈 수 있으니 이 또한 주의해야 한다. <정선레일바이크>의 경우 총 7.2km 구간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잃어버린 소지품은 다시 찾기 어렵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①강원도 정선의 <정선 레일바이크> ②경상북도 문경의 <문경철로 자전거> ③전라남도 곡성의 <섬진강 레일바이크> ④강원도 삼척의 <삼척 해양 레일바이크> ⑤경기도 양평의 <양평 레일바이크>까지 국내에서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이렇게 모두 다섯 곳이다. 이중 <정선레일바이크>가 가장 먼저 생겼고, 레일 주변의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나머지 네 곳의 레일바이크는 아직 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느 곳의 풍경의 더 낫다거나 못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선의 풍경이 가진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다.

"자전거 옆으로 병풍처럼 흘러가는 정선의 풍경!"

<정선레일바이크>는 기존 정선선의 종착역인 구절리역을 출발하여 아우라지역까지 총 7.2km 구간을 운행한다. 소요 시간은 약 50분.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자전거 옆으로 정선의 장엄한 풍경과 소소한 마을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풍경들이 계속해서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마치 7.2km의 병풍이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정선레일바이크>의 환상적인 풍경은 출발역인 구절리역에서부터 시작된다. 구절리역에는 폐객차를 개조하여 2마리의 여치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카페 '여치의 꿈'이 자리 잡고 있으며 여치의 꿈을 뒤로하고 페달질을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병풍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송천계곡의 맑은 물을 따라 먼 곳에는 푸르른 산과 숲이 보이고 가까운 곳에는 마을의 소소한 풍경이 보인다. 추수를 하고 있는 농부의 모습도 보이고 고추를 말리고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도 보인다. 레일바이크가 지나가면 소리가 제법 요란하게 나는데 익숙한 듯 미동도 하지 않고 햇볕을 쬐고 있는 개의 모습도 보이며 레일바이크를 향해 손을 흔드는 동네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레일바이크의 하이라이트, 터널!"

<정선레일바이크>는 7.2km의 구간을 운행하는 동안 총 3개의 터널을 지나게 된다. 그런데 터널을 지날 때의 기분이 여간 좋은 게 아니다. 밝고 따사로운 태양을 피해 또, 그림같은 풍경을 벗어나 어둡고 썰렁하고 콱 막힌 터널을 지나가는 것이 과연 기분 좋은 일일까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레일바이크를 타고 터널을 달리는 기분은 가히 환상적이다. 바퀴 굴러가는 소리의 울림을 고스란히 느끼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조명을 받으면 몽환적인 기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터널을 막 벗어났을 때의 그 짧은 순간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바늘구멍만했던 점이 점점 커지면서 결국 어둠을 뚫고 빛을 보게 되는데 이때 뭔가 통쾌한 쾌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제3터널을 지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정선레일바이크>의 종착역인 아우라지역에 다다른다. 출발역인 구절리역에 '여치의 꿈'이 있다면 아우라지역에는 '어름치 유혹'이 자리를 잡고 있다. '어름치 유혹'은 패스트 푸드와 음료, 커피 등을 파는 카페이지만 천연기념물 제259호로 지정된 어름치가 산란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독특한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색색의 조명으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터널.
개인적으로 <정선레일바이크>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정선레일바이크>의 출발역인 구절리역에서 한 컷.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정선레일바이크>는 4인용(노란색)과 2인용(빨간색)이 있다.
4인용의 경우 앞에 두 자리는 페달이 없어 아이들을 태우면 좋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출발에 앞서 브레이크와 안전벨트 등을 점검하는 사람들.
방송을 통해서도 안전에 대한 부분을 충분히 설명한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드디어 출발~
앞차와의 안전거리 확보에 시종일관 유의해야 한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첫 번째 터널에 진입하기 전.
처음에는 들어가기 싫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완전 좋다며... ㅋㅋ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한 컷.
바로 이 순간 가장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연달아 등장하는 터널 2개를 빠져 나오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일하고 있는 주민과 놀고 있는 여행객의 대비가 이채롭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페달질 하랴 사진 찍으랴 정신없이 바쁘셨던 은달님.
하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멀티태스킹 능력이 요구되는 레일바이크...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반면 앞에 가는 저 커플은 남자만 죽어라 페달을 밟았다.
여자는 아예 페달에서 발을 떼고 구경만.... ㅋㅋ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실제로 기차가 다니는 길이다 보니 이렇게 건널목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휴게소에서 옥수수와 음료수를 팔고 계신 아주머니.
정말 독특한 풍경인듯... ㅎㅎ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뒤를 한번 돌아보니 다들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어느새 마지막터널에 도착~
이제 슬슬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속도감을 표현하기 위해 저속셔터로 한 컷.
제3터널은 가장 스릴이 넘칠 뿐만 아니라 길이도 가장 길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누군가를 마중나온 꼬꼬마 어린이들.
일단 내 딸은 아니지만 귀여운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한 컷.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종착역인 아우라지역에 도착하니 어름치카페가 반겨 주었다.
이곳에서 뭔가 사 먹기 위해서는 물고기 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ㄷㄷㄷ;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삼대가 함께 레일바이크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아 사진을 찍었더니 일행이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이 <정선레일바이크>의 빨간색 자전거는 2인용이다.
그들은 각각 다른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정선레일바이크, 강원도 정선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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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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