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홍콩에서 가장 트렌디한 지역을 꼽으라면? 글쎄, 홍콩은 지역마다 개성이 넘치고 천차만별의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기 때문에 선뜻 한 지역을 꼽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한 곳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소호에 손을 들어 주고 싶다. 'South of Hollywood'의 준말인 소호(SOHO)는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과 카페, 바 등 감각적인 샵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거리의 길이나 지역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소호의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소호에는 워낙 예쁘고 독특한 가게들이 많아서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까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특히 서양인들의 모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일단 서양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많다. 그리고 카페나 바의 인테리어와 메뉴가 홍콩의 전통을 벗어난 서양 스타일로 꾸려져 있어서 서양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술집에 모인 서양인들이 시원한 맥주와 함게 럭비 경기를 감상하며 소리를 질러 댄다. 이는 소호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라 할 수 있다.

"뉴욕과 런던에만 소호가 있는 것이 아니야!"

소호라고 하면 흔히 뉴욕이나 런던의 소호를 떠올린다. 물론 두 나라의 소호가 더 유명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트렌디함을 따진다면 홍콩의 소호 역시 만만치 않다. 뉴욕과 런던은 아직 가 보지 않았고 사진으로만 접했기 때문에 사실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그런데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름은 같지만 거리의 분위기는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물며 소호라는 이름도 약자가 같을 뿐이지 그 뜻을 자세히 따져 보면 각각 다르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홍콩의 심장부, 센트럴!"

홍콩여행을 시작한지 이틀째가 되던 날 스타페리를 타고 바다 건너 홍콩섬을 찾았다. 첫날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고 피곤하기도 해서 침사추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튿날은 아침 일찍부터 홍콩섬으로 넘어가 홍콩섬 북부 지역의 주요 스팟을 모두 찍을 계획이었다. 홍콩섬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바로 센트럴 지구. 센트럴은 홍콩의 정치·경제·문화·교통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홍콩 시청을 비롯해 총독 관저, 행정 기관, 대형 쇼핑몰, 국제 규모의 기업들과 각 은행의 본사가 모두 이 지역에 모여 있다. 그리고 홍콩의 명물인 트램도 만나 볼 수 있다.

센트럴에 위치한 건물들은 30층 이상의 고층빌딩이 대부분이며, 7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도 많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2003년에 완공된 투 IFC 빌딩. 영화 <툼레이더2>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뛰어내리던 바로 그 빌딩이다. 420m(88층) 높이의 투 IFC 빌딩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빌딩이며 홍콩에서 단연 돋보이는 마천루이다. 투 IFC 빌딩을 비롯한 센트럴의 고층 빌딩들이 모여 울창한 빌딩숲을 이루고 밤이 되면 백만불짜리 홍콩의 야경을 만들어 낸다.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센트럴의 한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던 한 여학생.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캔디드샷을 날렸다.
이런 사진은 선촬영 후동의가 관건.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센트럴에서 소호로 올라가는 길.
트램이 지나다니는 찻길 위로 천장이 있는 육교가 가로지른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세계 최장 길이의 옥외 에스컬레이터, 미드레벨!"

침사추이를 출발한 스타페리가 어느새 센트럴 선착장에 도착했다. 홍콩섬에서 가장 먼저 가기로 작정한 곳은 영화 <중경삼림>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였다. 센트럴의 고층 빌딩숲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콘아우트 로드에 도착하니 눈짐작으로도 엄청 길어 보이는 옥외 에스컬레이터가 나타났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총길이가 무려 800m에 달하는 세계 최장 길이의 옥외 에스컬레이터이다. 고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출퇴근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30개월 동안 300억원 이상을 투자하여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관광객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홍콩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규모는 지하철 2호선 이대역의 에스컬레이터가 가장 길다고 생각했던 서울 촌놈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만 무려 20분. 나는 타다 보니까 오기가 생겨 끝까지 올라갔지만 이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일, 적당한 곳에서 내리는 것이 좋다. 위로 올라갈수록 계단으로 내려와야 하는 길이가 길어질 뿐만 아니라 윗쪽은 주택이 모여있는 곳이라 볼거리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중간중간 끊어져 있기 때문에 주변 분위기를 보며 점점 조용해지고 사람이 적어진다 싶으면 바로 내리는 것이 좋다. 참고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인근 주택 거주자들의 출근시간인 6시부터 10시 15분까지 하행으로만 운행하며, 이후 밤 12시까지는 상행으로만 운행한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다소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에스컬레이터 옆으로 보이는 셩완 지역의 거리 풍경.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화려하지는 않지만 과거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소호,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소호,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소호,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홍콩의 삼청동, 소호!"

홍콩의 소호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톤튼스트리트와 엘진스트리트, 그리고 필스트리트에 둘러싸여 있다. 사실 소호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10분이면 충분히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 하지만 소호 주변으로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소호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아무튼 소호를 둘러보면서 우리나라 서울의 삼청동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소호에는 기념품샵이나 여타 다른 샵들 보다 카페나 레스토랑이 더 많기 때문에 삼청동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로 분위기가 제법 비슷하다. 홍콩에서 가장 트렌디한 골목이면서도 서민적인 분위기 또한 느껴지는 매력적인 곳 소호. 다음 홍콩여행에서는 소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소호,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소호에서 만난 백인 누나.
헬멧을 손에 들고 남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쪽으로 올라가자 한적한 분위기의 주택가가 나타났다.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인근 주택가의 소경.


셩완,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소호 인근의 어느 재래시장.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아주 많았다.


셩완,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관광객들에게 길을 알려주고 있는 경찰 아저씨.
홍콩의 경찰은 여행자들에게 매우 친절하다.
무엇보다 영어가 잘 통해서 좋다.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소호, 센트럴, 홍콩섬, 홍콩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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