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캐나다 9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도시를 꼽아 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퀘벡을 선택할 것 같다. 퀘벡은 프랑스인들이 개척한 땅답게 독자적인 문화가 형성되어 있고, 그로 인한 도시의 분위기가 매우 특별하기 때문이다. 퀘벡은 캐나다가 아닌 그냥 퀘벡이었다. 특히 퀘벡주의 주도인 퀘벡시티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만큼 퀘벡 내에서도 가장 고풍스럽고 클래식한 분위기로 결집되어 있다.

"구관이 명관인 법이지!"

퀘벡에 진입하는 순간 밴쿠버를 기점으로 사즈카추완주와 마니토바주, 그리고 온타리오주로 넘어가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했던 프랑스풍의 독특한 분위가 도시 전체에 퍼져 있었다. 주의 경계를 넘어선 것 뿐인데 마치 국경을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특히 퀘벡시티에 발을 들었을 때에는 몬트리올을 비롯한 퀘벡주의 다른 도시와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다른 대륙으로의 공간 이동 혹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퀘벡시티는 프랑스보다 더 프랑스스러운 곳이었다. 그것도 수백 년 전의 프랑스를 연상케 하는...

사실 퀘벡에서 프랑스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노트르담 성당을 비롯한 각종 프랑스풍의 건물과 그로 인한 도시의 외적인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요소도 포함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사람과 문화가 프랑스와 많이 닮아 있었다. 퀘벡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고, 프랑스 스타일로 식사를 하는 등 프랑스 문화가 몸에 배여 있다. 프랑스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캐나다보다 프랑스를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프랑스는 너무 멀어, 퀘벡으로 고고씽!"

영화 속 배경이 프랑스가 되는 헐리웃의 유명한 작품 중에는 로케이션 장소로 퀘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퀘벡에서도 영화의 프랑스 배경을 충분히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프랑스까지 가서 촬영을 하는 것보다 접근성이 좋은 퀘벡을 선택하는 것이다. 퀘벡에서의 로케이션으로 프랑스를 대신한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있다. 이 영화는 프랑스 몽트리샤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구현해 냈으며, 퀘벡이 지닌 프랑스풍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아주 좋은 예가 된다.

스필버그가 누구인가? 작품의 완성도와 디테일에 목숨을 거는 헐리웃 최고의 영화감독이자 제작자 아니겠는가. 그런 사람이 영화를 만들면서 프랑스 대신 퀘벡을 선택한 걸 보면 퀘벡이 프랑스보다 더 프랑스답다고 하는 것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퀘벡에서 촬영된 장면들은 극의 내러티브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신이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등장하는 퀘벡의 모습과 어떠한 장면이 촬영되었는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소개는 아래 링크로 갈음한다.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프티 샹플랭 거리의 아기자기한 간판과 상점들.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캐나다여행 17일째가 되던 날, 아침 일찍부터 퀘벡 시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 8시 몬트리올을 출발한 그레이하운드 버스는 3시간을 내리 달려 퀘벡시티에 도착했고 눈앞에는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사실 캐나다를 여행한 지도 보름이 넘었고 여행의 막바지 단계라 어느 정도는 익숙해질 만도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퀘벡시티는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 모두 이루어지는 매력의 도시이기 때문에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캐나다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보다 더 새로운 느낌이었다. 퀘벡 시티가 캐나다여행의 마지막 코스였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퀘벡 시티를 먼저 돌아보았다면 다른 도시들이 시시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퀘벡 시티는 아름답고 또 예쁜 도시이다

"유네스코도 거부하지 못한 올드퀘벡의 치명적인 유혹!"

퀘벡 시티는 몬트리올과 마찬가지로 구 시가지와 신 시가지로 나뉘며 구 시가지를 올드퀘벡이라 부른다. 케이프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올드퀘벡은 북미 유일의 성곽도시이기도 한데 올드퀘벡의 성벽은 프랑스로부터 이 지역을 빼앗은 영국이 미국과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쌓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250년 전의 일, 올드퀘벡은 이렇게 200~300년 전에 지어진 건물과 구조물이 많아 캐나다 최대의 역사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역사성을 가진 올드퀘벡은 지난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어퍼타운과 로어타운의 절묘한 앙상블, 그리고 잘 보존된 옛날 건물과 기념물이 빚어 낸 올드퀘벡의 치명적인 유혹을 유네스코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현지인보다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이 더 많은 올드퀘벡.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올드퀘벡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어퍼타운과 강가의 로어타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어퍼타운에는 <샤토 프롱트낙 호텔> 비롯한 대규모의 건물들이 있으며, 성벽 바깥쪽의 로어타운은 아기자기한 건물이 주를 이룬다. 어퍼타운에서 '푸니큘라' 혹은 '퓌니퀼레르(Funiculaire)'라고 하는 케이블카를 타거나 '목 부러지는 계단(Escalier Casse Cou)'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계단을 내려오면 1900년 초의 건물을 이용한 쇼핑지역이 등장한다. 이름하여...

"올드퀘벡 최고의 번화가, 프티 샹플랭가!"

길의 폭은 매우 좁지만 하루에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찾는 프티 샹플랭 거리는 올드퀘벡의 대표적인 쇼핑가이다. 면세점이나 관광 명소의 쇼핑몰과는 달리 액서사리, 그림, 조각품, 유리공예품, 수제 초콜릿 등 예쁘고 독특한 상품을 취급하는 점포가 많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카페도 많다. 또한 가게마다 인테리어와 간판의 개성이 모두 달라서 카메라의 앵글을 어느 곳에 맞추더라도 예쁜 사진엽서가 된다. 

개인적으로 쇼핑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쇼핑의 즐거움 때문에 퀘벡에 머무는 동안 프티샹플랭 거리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사람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고 카메라에 담을 만한 피사체가 매우 풍부하다는 것도 프티샹플랭 거리의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찍은 사진들을 몇 장 공개하는 것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프티샹플랭 거리의 아기자기한 풍경을 함께 감상해보자.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어퍼타운과 로어타운을 연결하는 케이블카 퓌니퀼레르.
공중으로 연결된 케이블카가 아니라 레일을 타고 오르내리는 독특한 구조가 인상적이다.
이 정도 경사면 홍콩의 피크트램을 능가하겠는걸?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이 계단이 바로 목 부러지는 계단(Escalier Casse Cou)이다.
이 독특한 이름은 계단이 가파른데다가 과거에 밤새 술을 마신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다 자주 넘어졌고,
그래서 목이 부러지는 일이 많이 생겼다는 일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관광시즌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퓌니퀼레르를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목 부러지는 계단이 있으니 걱정 없다.
그렇다고 목이 부러지지는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목 부러진 계단 위에서 내려다본 프티샹플랭 거리의 모습.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목 부러진 계단 중간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호객을 하고 있던 아가씨.
아리따운 외모에 쏠려 사진을 한 장 부탁했더니 흔쾌히 포즈를 취해 주었다.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독특한 의상과 물건들을 팔고 있는 프티샹플랭 거리의 상점들.
다들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다.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여아들이 입을 만한 깜찍한 아동복도 보인다.
사진을 찍느라 상점 내부를 자세히 둘러보지 않는 것이 아쉽다.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한 상점에서 발견한 퀘벡 주기와 프티샹플랭가를 나타내는 깃발.
퀘벡에서는 캐나다 국기보다 퀘벡 주기를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프티샹플랭 거리 끝자락에 모인 학생들.
단체로 소풍을 온 것 같은데 퀘벡은 특히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심지어 한글이 써 있는 관광버스도 몇 대 보았다.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또 다른 단체 관광객들.
올드퀘벡이라 그런지 올드한 어르신들이 유독 많았던 것 같다.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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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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