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지난주 목요일이었나, 아무튼 주중에 비가 온 뒤로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에 해도 짧아진 것이 지긋지긋했던 무더위가 끝나고 이제는 가을이 찾아온 것 같다. 하긴 추석도 오래전에 지났고 벌써 10월이 되었으니 완연한 가을이라 할 수 있겠다. 가을이 좋은 계절이기는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썰렁한 기운과 점점 이른 타이밍에 찾아오는 어둠은 싫다. 하지만 싫어도 어쩔 수 없다. 미천한 인간으로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니까...

"거스를 수 없으면 즐겨야지!"

일찍 찾아오는 어둠을 거스를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즐기는 수 밖에... 어떻게 즐길까 하다가 가까운 공원으로 출사를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출사지는 집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야경을 담을 수 있는 곳이어야 했는데 때마침 머릿속으로 성산대교가 떠올랐다. 성산대교와 한강공원은 걸어서도 30~4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운동도 할 겸 카메라와 삼각대를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이건 여담이지만 평소에도 운동 삼아 자주 찾는 곳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는데,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다니다 보니 맨몸으로 나섰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이 정도 나들이에 체력이 달리다니... 자존심 상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어쨌든 힘겹게 성산대교에 도착, 의자에 앉아 잠시 쉬다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성산대교는 마포구 망원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다리로 1980년 6월에 준공, 한강의 12번째 다리가 되었다. 또한 성산대교는 다리의 조명이 예쁘고 자가용 및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청담대교, 반포대교, 동호대교, 올림픽대교 등과 함께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야경 촬영지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독특한 조형미와 화려한 조명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어 굳이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야경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상큼한 오렌지 빛깔이 돋보여!"

성산대교는 상큼한 오렌지 색깔 옷을 입고 있어 낮에 보아도 예쁘다. 하지만 야경이 더 예쁜 것이 사실이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오렌지색 뼈대에 오렌지색 불빛이 더해져 상큼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래서 성산대교의 야경을 촬영하기 위한 포인트는 가로등이 아니라 골조 속의 오렌지색 불빛이 된다. 한편 일몰 시간이 가까워지면 오렌지색 하늘에 오렌지색 다리, 그리고 한강물에 비친 오렌지색 반영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활한 교통을 위해 세워진 다리가 관상용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다. 그럼 깊어가는 가을밤을 상큼한 오렌지 빛깔로 물들이는 성산대교의 야경을 함께 감상해보자.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해가 떨어지기 전 성산대교의 모습.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나온 아저씨가 강바람을 쐬며 담배를 태우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자주 찾는 곳인데도 처음 보게 된 시소 의자.
신기해서 사진에 담았다.
상태를 보아하니 최근에 설치된 것 같지는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나오니 평소에 안 보이던 것도 보이는 건가?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강 건너 아파트 뒤쪽으로 해가 떨어지면서 인상적인 실루엣이 만들어졌다.
원본 사진을 보려면 클릭~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짧은 매직아워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해가 지기 전 촬영할 곳을 몇 군데 봐 두었다.
하지만 원하는 사진이 나오지 않아 그냥 계속 같은 곳에서 촬영을...;;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성산대교의 오렌지 빛깔이 더욱 돋보인다.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망원렌즈를 물려 강 건너의 풍경도 한번 담아 보았다.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성산대교의 야경을 담고 있는 사진가들.
남자 하나에 여자 셋이라니... 저 남자 촘 부럽다.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다시 망원렌즈를 물려 강 건너의 모습을 담았다.
도시개발공사의 구조물 뒤쪽으로 보이는 높은 건물은 설마 목동 하이페리온? ㄷㄷ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성산대교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야경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불빛이 강해 밤에도 아주 환해서 좋다.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옆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양화대교 뒤쪽으로 63빌딩과 쌍둥이 빌딩이 보인다.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늦은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산대교와 한강공원은 많은 시민들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성산대교 밑에서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다리의 밝은 빛이 생선들을 유혹하는 것일까?
사진을 찍으면서 낚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생선이 제법 잘 잡히는 것 같았다.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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