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토론토, 몬트리올과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3대 대도시, 산과 바다를 모두 가진 아름다운 도시, 온난한 기후와 맑은 날씨로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캐나다의 관문 밴쿠버. 밴쿠버 여행기를 작성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실 지난 캐나다 여행의 기점은 밴쿠버였다.

밴쿠버는 나에게 시련을 가져다준 도시로 기억된다. 밴쿠버 공항에서 여행용 트렁크를 분실하며 여행 첫날부터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 여행에 동행한 악랄가츠군의 블로그를 통해 가방 분실과 관련된 에피소드인 '해외여행시 자신의 짐이 감쪽같이 사라진다면?'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나중에는 여행용 트렁크를 되찾을 수 있었고, 액땜을 제대로 한 덕분에 남은 캐나다 여행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되는 밴쿠버의 캐나다 플레이스 여행기는 가방을 되찾기 전 우울한 기분으로 작성한 글이다. 조금이라도 더 기분 좋게 여행을 하지는 못한 것이 지금 생각하면 무척이나 아쉽다.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가벼워진 몸, 무거워진 마음!"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전 짐을 풀기 위해 호텔로 향하는 길이다. 악랄가츠의 손에는 트렁크 손잡이가 쥐여 있지만 트렁크가 도착하지 않은 나는 빈손이다. 몸은 가볍지만 마음은 무겁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고층 빌딩 사이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눈 덮인 산 아래로 건물들이 보이고, 그 아래로 바다가 보인다. 갈매기도 보이는 걸 보면 바다가 맞는 것 같다. 나는 담배를 꺼내물며 악랄가츠에게 물었다.

레인맨  :  저기 어디?
가츠     :  밴쿠버요.
레인맨  :  아나 장난함?
가츠     :  모르겠어요. 이따 함 가 보아요.

신경이 곤두서 있었기 때문인지 나는 작은 일에도 까칠하게 반응을 보였다. 그런 나의 짜증을 악랄가츠는 다 받아 주었다. 평소에는 개김성이 풍부한 동생이지만 나의 상황이 워낙 우울했던 터라 최대한 비위를 맞추어 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는 이렇게 회포를 풀었다. 그때 당시 자기가 형이었으면 나는 이 세상에 없다고... 형을 때린다는 소문이 돌던데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다.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GG!"

짐을 풀기 위해 예약해 놓은 호텔을 찾았다. 악랄가츠가 방에 들어가 짐을 푸는 동안 나는 호텔 직원에게 상황을 이야기했다. 호텔 직원은 의미심장한 멘트로 나의 기분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레인맨  :  짐을 잃어버렸는데 항공사에서 오늘 밤에 호텔로 보내준다고 했으니 좀 받아 주세요.
직원     :  Good Luck! ^^

완전 GG... 웃으며 행운을 빈다는 호텔 직원의 친절함은 오히려 불안함을 증폭시켰다. 그렇게 호텔을 나와 가까운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달콤한 스콘을 주문하고 밴쿠버에서의 일정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플레이스와 콜하버(Coal Harbour), 개스타운 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니 우울한 기분이 아주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한층 나아진 기분으로 캐나다 플레이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커플 천국, 솔로 지옥!"

캐나다 플레이스에 도착하자 수많은 커플들의 다정다감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배경을 뒤로 하고 사랑을 나누는 커플들의 모습은 분명 보기 좋은 풍경이겠지만 가방을 잃어버린 솔로남에게는 그저 단순한 염장질에 불과했다. 커피와 스콘 덕분에 조금 좋아진 기분이 다시 다운되는 것 같았다. 한편 악랄가츠는 커플들의 사진을 찍어 주며 자신의 여친님을 그리워했다.

레인맨  :  아나 장난함? 여자친구가 벌써 그립다고요?
가츠     :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니까요!

가방 잃어버려서 짜증, 커플들의 염장질에 짜증, 불과 하루만에 여친이 보고 싶다는 악랄가츠의 무리수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묵묵히 셔터 버튼을 누르며 밴쿠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 것으로 올라오는 짜증을 억제했다.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도심 속의 작은 여유, 캐나다 플레이스!"

캐나다 플레이스는 1986년에 열린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으며 밴쿠버 무역 컨벤션센터와 아이맥스 영화관, 크루즈 선박 터미널, 호텔,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는 밴쿠버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또한 캐나다 플레이스와 스탠리파크 사이의 버라드만에는 수상비행기 터미널과 항구, 주유소 등이 자리를 잡고 있는 콜하버 지역이 있다. 콜하버에는 고층빌딩과 아파트, 콘도미니엄 등이 고급 주택지를 이루고 있어 바다와 함께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레인맨  :  가츠님, 우리 여기서 한 3년만 살죠.
가츠     :  싫어요. 저는 여자친구랑 살래요.
레인맨  :  아나, 그러니까 당신은 당신대로 나는 나대로 여기서 살자고요.
가츠     :  그건 좋아요. ㅋㅋ

캐나다 플레이스와 콜하버의 이국적인 풍경에 심취하여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 풀리는가 싶었는데 악랄가츠의 닭살 돋는 멘트에 다시금 기분이 다운되었다. 기분을 풀기 위해 찍던 사진을 계속 찍기로 하였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몇 장 공개한다.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악랄가츠

악랄가츠군이 캐나다 플레이스를 배경으로 찍어 준 사진.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다.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수상 비행장이 있는 콜하버에는 비행기들이 수시로 이착륙을 시도하며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친구 사이라는 남과 여. 친구끼리 이런 곳에서 데이트를 한다고?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커플 목도리를 둘러맨 또 다른 커플의 등장. 둘 다 아주 모델같다.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솔로들은 이렇게 책을 본다. 아니, 캐나다 플레이스가 만남의 장소라는 것을 생각하면 책을 보며 애인을 기다리는 커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닭살 행각의 종지부를 찍는구나!"

캐나다 플레이스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처음 발견한 이 커플은 수많은 커플 중에서도 진정한 닭살 커플이었다. 오다가다 마주칠 때마다 안고 비비고 입을 맞추는 모습이 아주 가관이었다.

레인맨  :  저 커플 좀 짜증나지 않음?
가츠     :  보기 좋은데요. ^^

악랄가츠의 말에 순간 나만 나쁜놈이 되었다. 사실 보란 듯이 사랑을 나누던 저 커플은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였다. 결혼식을 마친 커플이 친구들과 함께 캐나다 플레이스로 잠시 놀러 온 것이었다. 애인도 없는 누구는 가방까지 잃어버렸는데 누구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냈다.

레인맨  :  콩그레이츄레이션!
커플     :  땡큐! ^^

그리고 카메라를 보여 주며 사진을 보내 줄테니 이메일을 알려 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나의 심기를 건드린 닭살 커플에게 아직 사진을 보내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사진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Vancouver, British Columbia, Canada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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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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