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는 다양한 축제들이 열린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축제'를 쳐보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는 저 아래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노출이 되고, 다채로운 지역축제의 일정과 축제 관련 광고들이 검색결과의 상단을 차지한다. 그만큼 축제가 많이 열린다는 것이다.

특히 축제의 계절인 봄과 가을에는 더 많은 축제들이 열린다. 날씨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아 야외 활동을 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올봄에도 크고 작은 규모의 다양한 축제들이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축제의 진정한 꽃은 사람!"

예술, 문화, 음식, 꽃, 스포츠, 과학, 역사, 음악, 사진, 문학 등 축제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축제의 주제가 무엇이 됐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축제의 주인은 사람이며, 사람이 없는 축제는 축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축제, 사람 냄새 나는 축제가 비로소 성공적인 축제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다녀온 강화도의 <고려산 진달래 예술제> 역시 마찬가지, 꽃을 매개로 하는 축제이지만 축제의 진정한 꽃은 사람이 된다. 물론 고려산을 아름답게 수놓은 진달래꽃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와 함께 또, 서로서로 가볍게 주고받는 대화와 함께한다면 축제의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 분명하다.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고려산에 오르기 전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입구의 한 노천 식당을 찾았다. 왠지 모르게 주문한 음식을 만들고 있는 아주머니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아니 어머니, 왜 그렇게 웃고 계셔요?"

"니가 그렇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으니 무안해서 그려, 이놈아!"


고려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푸짐한 해물파전과 도토리묵을 먹으며 주린 배를 채운다. 인자한 미소를 가진 아주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이라 그런지 이거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다.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커피 한 잔 하고 가세요."

해물파전과 도토리묵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본격적인 산행에 돌입하려는 찰나, 고려산 등반 1코스 입구에서 어느 아저씨 한 분이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빈티지한 가죽재킷을 입고 멋지게 수염을 기른 아저씨의 모습이 마치 마도로스 같다. 그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쭈뼛거리고 있으니 멋쟁이 아저씨는 커피를 내리다 말고 선뜻 모델로 나서 주신다. 모델료는 하산 후 커피 한 잔 하는 것으로 대신하라며 이내 멋진 포즈를 취해 주신다.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봄꽃과 함께하는 산행!"

고려산은 진달래축제로 한창이지만 개나리와 벚꽃 등 여러 봄꽃들이 만개해 있다. 은은하게 꽃향기를 내뿜고 있는 알록달록한 봄꽃들을 구경하며 걸을 수 있어 산행이 아주 즐겁다.

또한 사람이 있어 즐겁다. 꽃을 구경하며 걷는 것 만큼이나 재미있는 것이 또 사람 구경 아니겠는가. 봄꽃 만큼이나 화사하고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산행이 아주 즐겁다.


강화도 고려산 백련사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백련사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백련사 2011, ⓒ Reignman


사람들은 정상에 오르기 전 고려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백련사에 들러 잠시 동안 시간을 보낸다. 절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카메라가 뭔지 아는 듯 팔짝 뛰며 미소를 보낸다. 이 귀여운 강아지는 사람을 잘 따르고 성격도 아주 활발하다. 그런 녀석과 더 놀아주고 싶지만 목표가 있기에 쿨하게 자리를 벗어난다. 멀어져 가는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을 짖는 강아지가 그립다.

"멍멍. 내가 너랑 놀아준거야!"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

아까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고 했자나! 사실 입구에서부터 백련사까지는 완만한 경사에 포장이 잘 된 도로를 걷는 것이라 등산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제부터는 흙길이 이어지고, 경사 또한 제법 높은 길이 이어진다.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안전 산행 하세요!"

일찍부터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하산을 하고 있는 등산객들이 가볍게 인사를 건넨다. 한편 정상에 다다르자 많은 사람들이 산 정상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강화도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진달래축제와 등산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

흙길을 벗어나면 정상까지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고려산 정상에는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고, 그 바로 아래에는 또 청룡부대가 있기 때문에 차량의 이동이 수월하도록 도로를 포장해놓은 것 같다.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아니, 이 사람은?"

고려산 정상에서 숀 코네리와 싱크로율 100%인 외국인 아저씨를 만났다. 미군부대 입구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길래 처음에는 미군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해보니 독일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한다. 고려산의 진달래축제가 유명하다고 하여 이렇게 정상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그를 처음 본 순간 숀 코네리를 닮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본인도 그 사실을 아는지 자신과 숀 코네리가 닮지 않았냐며 너스레를 떤다. 어쩌면 숀 코네리 컨셉을 위해 일부러 수염을 기른 건지도 모르겠다. 영어 울렁증이 있기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짤막한 대화를 끝으로 작별인사를 나눈다. 사실 독일인인 그도 영어를 그리 잘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는 멋쟁이 신사였다.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2011, ⓒ Reignman

군데군데 피어 있는 진달래꽃들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한다.
사람들은 한가로이 꽃을 구경하고, 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으며 더디어지는 산행 시간을 즐긴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진달래축제를 즐긴다.


강화도 고려산 낙조대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낙조대 2011, ⓒ Reignman


"강화 8경 낙조대!"

고려산 정상에서 낙조봉까지 이어지는 2.5km의 능선을 지나 낙조대에 도착했다. 낙조대에는 이렇게 부처를 모시고 있는 법당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태양이 비추면서 불상의 표정이 더욱 온화해 보이는 것 같다. 이제 잠시 후면 강화 8경 중 하나인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강화도 고려산 낙조대 2011, ⓒ Reignman

슬슬 해가 떨어지고 있다.
실루엣을 언뜻 보면 바위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 사람의 머리이다.
역시 축제의 진정한 꽃은 사람인 것 같다.


강화도 고려산 낙조대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낙조대 2011, ⓒ Reignman


"진달래축제의 또 다른 꽃, 낙조!"

한반도의 서쪽에 위치한 강화도에는 낙조를 감상할 만한 포인트가 여러 군데 있다. 그중에서도 낙조봉의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으뜸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낙조를 감상하기가 얼마나 좋으면 낙조봉 낙조대라 이름을 지었겠는가. 해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주홍빛의 노을이 붉게 물들어 간다. 낙조봉에 너무 일찍 도착하여 일몰 때까지 제법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낙조의 황홀함이 인내에 대한 보상이 되는 것 같다. 배고픔과 추위까지 참아가며 기다린 보람이 있다.

2시간을 넘게 기다렸지만 붉은 빛의 태양이 산 너머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여 분. 이건 뭔가 손해보는 장사를 한 것 같지만 황홀한 낙조의 모습을 끝까지 감상하며 위안을 삼는다. 낙조 감상을 끝으로 이날의 여행은 끝이 났다. 여담이지만 그날 저녁에는 강화도 특산물인 밴댕이회무침을 먹었다. 밴댕이는 처음 먹어 보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낙조 감상 후 먹는 밴댕이회, 이걸 또 언제 할 수 있을까?



강화도 고려산 낙조대 2011, ⓒ Reignman

강화도 고려산 낙조대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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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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