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우도여행을 돌이켜 본다. 제주도에 간 김에 잠시 머물 요량으로 찾아간 우도, 악천후로 인하여 배가 끊기는 바람에 5일 동안 섬에서 갇혀 지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2박 3일 일정의 제주도 여행이 5박 6일 일정의 우도 여행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섬에 고립된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되었지만 2010년의 마지막과 2011년의 시작을 우도에서 보냈으니 대단히 특별한 여행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시작부터 평탄하지 못한 여행이었다. 제주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김포공항에서는 폭설로 인한 비행기의 결항과 회항이 이어졌고, 6시간이나 공항에 발이 묶여 있었다. 차츰 맑아진 날씨 덕분에 결국 제주행 비행기를 타긴 했지만 처음부터 꼬인 여행 일정은 결과론적인 얘기이긴 하나 불길한 징조의 시작을 알리는 복선이 되었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재미있는 건 우도에 고립되는 것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성산포에서 우도행 배에 오르기 전 일기예보를 확인한 결과 내일은 기상악화로 배가 뜨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확률은 어디까지나 확률이다. 20%의 적은 확률이긴 하나 배가 뜰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내일이 아니면 내일 모레 배를 타고 나오면 되기 때문에 섬에 고립되는 것을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감안을 하고 우도에 들어간 것이다. 누가 5일 동안이나 갇혀 있을 줄 알았나...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어쨌든 배에 올라 멀어져 가는 제주도를 바라본다. 배 위에서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일탈의 기분일까?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고자 하는 것이 여행의 주된 목적이라고 한다면 여행은 일탈의 반복과 종속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일탈을 꿈꾼다. 또한 우도행 배에 오른 순간 일탈 속의 또다른 일탈이 꿈뜰거리는 것을 느낀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눈부시게 아름다운 우도의 석양을 바라본다.
새우과자가 먹고 싶은 갈매기 녀석들이 앞에서 얼쩡거리기 시작한다.
석양을 배경으로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으니 뭔가 좀 있어 보이는 사진이 찍힌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뭔가 좀 있어 보이는 사진을 몇 장 더 찍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배가 멈춘다. 우도에 도착한 것. 배에 오른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우도에 도착하다니, 우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운 곳이구나.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우도도 식후경!"

우도에 도착하자마자 횟집에 들어가 싱싱한 해산물로 배를 채운다. 회를 한 점 입에 넣자 사르르 녹아 없어져 버린다. 바다 냄새 물씬 풍기는 해삼과 멍게를 먹으니 술도 못하는 주제에 급하게 소주가 땡긴다.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은 여행의 감성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해가 저물어 가면서 먹구름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한다. 바람도 제법 강하게 분다. 내일 날씨가 얼마나 궂으려고 벌써부터 이렇게 시동을 거는지 내심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무척이나 피곤한 하루였다. 피곤한 만큼 즐거운 하루였다. 내일도 즐겁고 피곤한 하루가 되길 기대한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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