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리틀 코엔과 제이슨 라이트먼

마틴 스콜세지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영화 <라임라이프>는 미국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하여 가족간의 갈등과 이혼 문제, 사춘기 소년의 성장기 등을 잔잔하게 그린 독립영화이다. 맥컬리 컬킨의 두 동생인 키에란 컬킨과 로리 컬킨이 형제로 출연하고 있으며, 알렉 볼드윈과 티모시 휴튼, 신시아 닉슨 등의 중견 배우와 최근 떠오르고 있는 하이틴 스타 엠마 로버츠가 출연하여 호흡을 맞추고 있다. <라임라이프>는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형제가 만든 작품인데, 이제 막 30대 중반에 접어든 데릭 & 스티븐 마티니 형제는 리틀 코엔 형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영화에 대한 애착과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형인 데릭이 연출을, 동생인 스티븐이 음악을 맡고, 각본 작업은 함께 하여 자전적인 이야기와 감성을 영화에 충분히 담아냈다고 보이기 때문에 리틀 코엔 형제로서의 서막을 알림과 동시에 차기작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부풀려 준다.
Reignman
<라임라이프>는 데릭 마티니라는 젊은 피의 처녀작이다. 그만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다소 파격적인 결말을 포함한 다양한 시도를 겸하고 있지만 막장으로 치부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절제하는 미덕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잔잔하면서도 경쾌하다. 미국 중산층 가정과 사춘기 소년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보니 욕설과 폭력, 베드신, 마·약 등이 등장하면서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자칫 우중충해질 수도 있는 분위기를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살리는 세련된 연출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데릭 마티니의 연출 방식은 마치 <인 디 에어>와 <주노>의 제이슨 라이트먼을 연상케 한다. 제이슨 라이트먼은 장편 데뷔작인 <땡큐 포 스모킹>을 통해 젊은 감각을 십분 활용하여 정석의 틀을 벗어난 독특한 연출 방식을 선보이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 A Martini Bro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필자는 앞서 코엔 형제를 들먹이며 마티니 형제의 작가주의를 암시하기도 했지만 <라임라이프>만 놓고 본다면 마티니 형제가 추구하는 대중성 또한 충분히 확인해 볼 수가 있다. 마치 잘 섞인 한 잔의 칵테일처럼 작품성과 대중성을 같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이슨 라이트먼과의 비교도 어색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마티니 형제는 마티니 형제. 자기들만의 색깔은 확실히 가지고 있다. 예컨대, 다소 올드한 음악을 배경삼아 장면의 분위기를 관객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장면의 분위기를 관객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그러한 여지를 배경음악을 통해 소거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라임라이프>의 배경음악은 화면에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음악의 역할은 홈쇼핑의 배경음악과도 비슷하다. 홈쇼핑에서 최신음악 대신 약간 오래된 댄스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음악보다 제품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져감과 동시에 생기발랄한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라임라이프>의 OST는 철처히 영화에 녹아드는 역할로 사용되고 있다해도 무방하다.Reignman

Rhyme Life

<라임라이프>의 원제는 <Lymelife>. 제목에 라이프가 들어가 있으니 일단 삶에 관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럼 Lyme은? 이는 사슴 진드기에 의해 전염되는 감염병으로 주로 미국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라고 한다. 구글링을 통해 라임병에 대해 좀 알아봤더니 이거 아주 무서운 병이다. 라임병에 걸리게 되면 발열, 발진,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신경학적 문제까지 일으키게 된다. 결국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주인공 스캇(로리 컬킨)의 성장통을 라임병에 비유해 묘사한 영화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사실 라임병이라는 것이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생소한 병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에 간단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면 보다 이로운 영화 감상이 될 것 같다.Reignman

ⓒ A Martini Bro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본 단락의 제목을 Rhymelife로 지은 이유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복합적인 갈등 구조 때문이다. 얽히고설켜 있는 인물간의 갈등 구조가 미티니 형제의 통찰 속에서 리드미컬한 라이밍(rhyming)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라임라이프>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이자 우리네 삶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작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무능력으로 인한 자괴와 아내의 외도로 심리적인 불안함을 보이고 있는 남자, 남편의 외도 혹은 무능력함으로 인해 결혼 생활에 점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여자들, 부모의 이혼 문제와 여자친구 문제, 동급생의 괴롭힘 등으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사춘기 소년 등 인물간의 갈등 구조가 절묘한 교집합을 이루는데 우리네 삶의 갈등 구조와 그 운(rhyme)이 맞아 떨어지면서 사실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의 가정, 정서에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100%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같은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져 공감도는 다소 떨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괴리를 오히려 반겨도 좋을 것 같다. 공감도가 떨어지는 만큼 충격은 더 강해지지 않겠는가. 정서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 정도는 가볍게 무마시킬 수 있을 뿐더러 오히려 한국 관객이기에 더 파격적이고 강렬한 임팩트의 결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Reignman

에필로그

블라인드 시사회를 통해 감상한 영화 <라임라이프>. 필자는 이 영화를 <주노>에 버금가는 성장 드라마로 평가했는데 사춘기 소년의 성장통과 두 가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 다소 어두운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밝고 경쾌하게 그려냈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또한 교차편집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운에 맞게 정리하면서 긴 여운을 느끼게 하는 마무리, 연륜이 느껴지는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와 삶의 변화를 강조하는 대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라임라이프>는 올 하반기(9월 2일 확정)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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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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