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마케팅의 부조리

포스터만 놓고 보면 그 내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영화 <파주>. G_Gatsby님 역시 리뷰를 통해 밝힌 바 있지만 형부와 처제의 불륜을 그린 영화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감상하기 시작했다. <파주>는 <질투는 나의 힘>을 연출했던 박찬옥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박찬옥 감독의 작가주의가 개입되어 있다보니 영화의 내러티브는 다소 골치아프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감독이 관객들에게 고도한 몰입을 요구하니 일개 관객은 그저 따를 수 밖에... 라고 얘기하기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독의 배려와 디테일이 곳곳에 살아 있음을 느낀다. <파주>는 경기도 파주를, 좀 더 나아가 파주의 재개발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재개발로 인한 갈등과 타협은 인물간의 갈등, 타협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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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파주>는 이선균과 서우가 주인공을 맡고 있지만 등장인물간의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은수(심이영)와 자영(김보경)이 더해진 여자 셋과 중식(이선균)과 의 복합적인 관계를 이해하고 나면 형부와 처제의 불륜을 예상케 하는 포스터와 마케팅의 방식에 반기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본질과 마케팅의 초첨이 완벽하게 빗나가 있기 때문에 모르긴 해도, 박찬옥 감독 역시 마케팅의 방식에 대해 썩 반가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관객을 물로 보는 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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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로 인한 속죄와 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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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이선균)과 은모(서우)는 그야말로 기구한 운명의 관계를 맺고 있다. 첫사랑인 자영(김보경)과 사랑을 나누던 중 벌어진 하나의 사건은 중식에게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게 되고, 이는 몇 년이 지난 후 아내로 맞이한 은수(심이영)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교롭게도 은수는 상처(물리적 상처를 말함)를 지니고 있는데, 그 상처가 중식을 괴롭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식은 어느 순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인다. 은수의 상처가 거대한 벽으로 느껴졌을 터인데 상처에 입을 맞추며 보듬어 주는 모습에서 중식의 엄청난 용기와 노력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중식에게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이중적 트라우마에 빠지게 된다. 그 사건은 은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이때부터 중식의 속죄와 연민이 시작된다.

은수의 동생인 은모는 중식에게 있어 연민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은모는 형부를 흠모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은모에 대한 중식의 감정은 사랑이라기 보다 연민과 속죄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중식도 자신에 대한 감정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여하튼 <파주>는 모두가 원하는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결말은 어느 정도 열려 있다. 박찬옥 감독이 <파주>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곱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필자는 중식의 지나친 연민이 은모의 이기심을 자극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죄책감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중식이기에 속죄의 의미로 은모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은모에게 썩 반가운 일만은 아니었나보다. 하긴, 제 3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그 속을 잘 모르겠는데 은모가 중식의 속내를 알 턱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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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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