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명약관화 (明若觀火)

4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친정엄마>를 지난 4월 2일 시사회를 통해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친정엄마>가 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보니 시사회장은 그 어느때 보다도 많은 아주머니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모습이었다. 딸이 어머니를 모시고 극장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나 분위기는 불을 보듯 뻔하다. <친정엄마>와 마찬가지로 모녀의 가슴 찡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애자>와 비교해 봤을 때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러티브의 전개와 결말, 작위적인 설정으로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모드, 한국영화 산업의 고질적인 틀에 갇혀 안정성만을 꾀하고 있는 듯한 신인감독의 연출, 모든 것이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감사한 존재인 '엄마'에 대한 내용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딸에게만 엄마가 있는가. 아들에게도 엄마가 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엄마가 있다. 영화를 통해 엄마의 사랑,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느껴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친정엄마>의 임무는 완수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고맙게도 영화가 재밌다. 모녀의 정감어린 데이트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소소한 유머들, 시골 친정집의 순박하고 정겨운 풍경과 분위기는 <친정엄마>의 재미와 훈훈함을 배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관객들은 그 속에서 추억과 감동, 그리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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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달인

'배우가 영화를 살렸다' 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친정엄마>가 딱 그런 영화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명약관화한 작품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김해숙의 연기는 예측 불가능하다. 이 위대한 배우의 예측 불가능한 연기는 영화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나이와 경험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관록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작품에 녹아들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친정엄마>에서의 김해숙은 표정이며, 사투리며 무엇 하나 탁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경축! 우리 사랑>이라는 독립영화를 아주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데, 김해숙의 연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가히 달인의 경지에 올라 있는 것 같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김해숙의 연기를 통해 각자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감상에 젖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 관객들 역시 지숙(박진희)을 보며 자신의 딸을 생각하기 보다는 김해숙의 명연기에 심취하여 어머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만큼 모든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파워를 갖고 있는 호연이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만큼은 김해숙이 내 엄마였다.

영화 <친정엄마>는 '친정엄마와 2박 3일'이란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연극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친정엄마>에는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등장한다. 그 사건(스포일러)을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지숙과 엄마는 2박 3일간의 데이트를 즐기게 된다. 그들의 오롯한 사랑 속에서 펼쳐지는 정겨운 데이트는 극장 데이트를 즐기는 모녀 관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단, 그 선물은 매우 슬프고 감동적이어서 뜨거운 눈물과 함께 가슴이 먹먹해 지는 통증을 동반할 수도 있으니 화장지나 손수건 등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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