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볼만한 작품

4월 8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크레이지>는 좀비물의 거장인 조지 A. 로메로의 동명 영화(한국에서는 <분노의 대결투>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비디오로 출시된 바 있다)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해서 좀비가 등장하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제목에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듯이 미치광이들이 대거 등장한다. 작은 시골 마을의 주민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하나 둘씩 미치광이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그 미치광이들은 좀비와 싸이코의 중간 정도, 좀비에 가까운 싸이코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크레이지>의 전체적인 느낌도 그러하다. A급 영화와 B급 영화의 중간 정도, B급 영화에 가까운 A급 영화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렁저렁 볼만하다는 말이다. 사실 <크레이지>의 북미 반응을 살펴 보면 볼만한 작품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4천만불 정도의 수익(제작비 2천만불)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한 것도 그렇고 평단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그렁저렁 볼만한 작품 이상은 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미에서의 평가라는 사실. 필자가 생각하는 국내에서의 성공 여부는 회의적이다. 아니, 왜?

마케팅의 차이

<크레이지>의 북미판 포스터를 보면 피를 그리고 있는 사지창에서 서스펜스와 호러가 느껴진다. 캐치프레이즈에서도 공포를 느낄 수 있다. 반면 국내판 포스터를 보면 서스펜스와 호러보다는 블록버스터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둘 다 맞다. <크레이지>는 B급 좀비영화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스케일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서스펜스와 호러를 겸비하고 있는 영화다. 그런데 북미판 포스터와 국내판 포스터의 차이, 즉 미국과 한국에서 이렇게 마케팅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Overture Films. All rights reserved.

한국 수입 업체의 홍보팀 직원들이 멍청해서? 절대 아니다. 그들은 우리나라 관객들의 성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다른 스타일의 포스터가 등장한 것이고, 마케팅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한국의 관객들은 서스펜스와 호러에 매우 인색한 편이다. 반면 <해운대>나 <2012>의 대성공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재난 영화나 블록버스터 영화는 매우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국내 배급사의 마케팅이 자연스럽게 블록버스터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크레이지>는 스케일이 제법 크다. 하지만 블록버스터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미진한 부분이 많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서스펜스와 호러에 집중하고 있는 영화다. 게다가 <아바타>처럼 괴물같은 영화를 경험한 관객이라면 <크레이지>를 보며 콧방귀를 뀌게 될 것이 분명하다. (<타이탄>과 경쟁해야하기도 하고...) 그래서 국내에서의 성공 여부가 회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스펜스와 호러

<크레이지>가 주는 공포는 제목의 자극성에 비하면 비교적 약한 편이다. 관람등급을 18세로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신(포스터에 보이는 사지창이 크게 한 건 한다)을 제외하면 그외 고어신이나 미치광이들의 외모에서 느껴지는 혐오감이 마니아들에게는 그저 애들 장난 수준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에 반해 서스펜스는 제법 강한 편이다. 스릴러영화랍시고 긴장감 대신 하품을 선물하는 영화와는 다르다. 심장을 살살 죄여 오는 분위기가 좋고, 예상하기 어려운 타이밍에 관객들을 한방씩 먹인다. 무엇보다 세차장에서의 시퀀스 등 참신함이 돋보이는 설정이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식상하다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이 <크레이지>란 영화는 화려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재난 블록버스터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 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스펜스와 재미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해 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마케팅의 차이가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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