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독립된 내용의 미묘한 연결

제목을 통해 바로 알 수 있듯이 '이웃집 좀비'는 좀비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이고, 호러에 집중하는 미국산 좀비영화와는 색다른, 매우 인간적인 좀비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형식 또한 독특한데 여섯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이고, 각 에피소드의 내용은 완전히 독립되어 있긴 하나 그 내용의 흐름은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컨대, 첫번째 에피소드인 <틈사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좀비의 정체를 각인시키고, 두번째 에피소드인 <도망가자>에는 한쪽 눈이 변해버린 1차 좀비가 등장, 코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좀비=호러'라는 공식을 깨고 있다. 세번째 에피소드인 <뼈를 깎는 사랑>에서는 완벽한 좀비로 변해버린 엄마와 딸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네번째 에피소드인 <백신의 시대>에서는 두눈이 다 변했지만 이성을 가지게 된 좀비가 등장하여 시원한 액션을 보여준다. 다섯번째 에피소드인 <그 이후... 미안해요>에는 과거에 좀비였던 남자가 등장을 하고, 여섯번째 에피소드인 <폐인킬러>에서 모든 에피소드를 정리한다. 이처럼 에피소드가 바뀔 때마다 좀비 역시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내용 또한 좀비의 진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에피소드마다 선보이는 각기 다른 장르적 요소는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덤이 되고 있다.

무한도전

'이웃집 좀비'는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영화이니 만큼 모두 네 명의 감독이 참여하고 있다. 네 사람은 영화 현장에서 만난 절친한 선후배관계이며 오영두, 장윤정 감독은 부부의 인연까지 맺은 관계라고 한다. 류훈, 홍영근 감독까지 모두 네 명의 감독이 연출과 각본, 촬영, 미술, 조명, 편집, 연기 등 거의 모든 부분에 참여하고 있고, 심지어 영화의 장소적 배경이 되는 공간은 모두 그들의 집 혹은 동네라고 한다. 시사회가 끝나고 가진 GV에서 그들의 힘들었지만 재밌었던 촬영 에피소드들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이웃집 좀비'는 2천만원의 초저예산이 투입된 B급영화이긴 하지만 공을 들인 시간과 키노망고스틴('이웃집 좀비'를 제작한 영화패밀리)의 열정은 2천만원의 몇 배가 되는 값진 것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배우들도 거의 무보수로 영화에 출연을 해줬기 때문에 이렇게 적은 돈으로 촬영을 끝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암튼 그들의 열정과 노력은 영화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능력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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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대한민국에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있었나? 그동안 좀비영화는 많이 봤지만 국산 좀비영화는 잘 모르겠다.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이웃집 좀비'가 처음 만나본 국산 좀비영화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국산 좀비영화는 만나보지 못했을 터, 신선하면서도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운 소식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웃집 좀비'는 비주류 독립영화이다보니 다수의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이(18일 전국 10개관에서 개봉예정) 어려울 것이고, 그만큼 많은 관객들과 만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단,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 재미가 있고 작품성과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면 '워낭소리'와 같은 신드롬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독립영화가 관객들의 감상욕구를 자극하고 입소문을 유발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그 무엇보다 대중성에 기인되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웃집 좀비'의 흥행여부는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웃집 좀비'는 할리우드 B급 호러물을 자처하며 대중적이고 쉬운 오락영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필요 이상으로 난해하고 무거운 느낌의 독립영화를 자주 봐왔다. 그런 영화들을 생각하면 '이웃집 좀비'의 미래는 더욱 밝아 보인다.

그렇지만 좀비를 소재로 하고 있다보니 손가락을 자르거나 자신의 발을 뜯어 먹는 등의 잔인한 고어씬이 등장을 하는데, 이것은 분명히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잔인한 장면을 즐기는 필자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옆자리의 커플관객은 초반의 고어씬에 짜증을 내며 상영중에 컴백홈 하기도 했다. (이후 4명이 더 집에 가는 것을 목격)  본의 아니게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이 영화가 지향하고 있는 대중성을 생각해 봤을 때, 불편함을 상쇄하는 요소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이웃집 좀비'는 웃음과 감동, 서스펜스 등의 요소를 적절히 배합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배합에서 어색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좀비를 통한 공포는 익히 느껴왔던 감정이었지만  좀비를 통한 재미나 감동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일까,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지루하기도 하고 몰입이 잘 되지 않기도 했다. 결국 이 영화를 통해 긴장감과 박진감을 느끼고, 유쾌한 웃음과 가슴뭉클한 감동을 얻는 것은 관객들의 취향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 같다. 고로 '이웃집 좀비'는 대중적인 영화를 지향하고 있으나 결코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로 남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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