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배우들의 호연

영화 <하모니>에는 2009년 최고 흥행작인 <해운대> 의 제작진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윤제균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고, <해운대>의 조감독을 거친 강대규 감독이 연출을 맡아 눈물과 감동의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하모니>는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화다. 연기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문희 선생과 월드스타 김윤진을 주축으로 하여 이다희, 박준면, 강예원, 정수영, 장영남 등이 좋은 연기로 보기 좋은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교도소가 배경이 되는 영화이다보니 각자의 사연도 참 기구하다. 남편과 후배의 외도에 분노하여 살인을 저지른 재소자, 남편의 폭력 혹은 의붓 아버지의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재소자, 프로레슬러 출신으로 자신의 외모와 정체를 숨긴채 펜팔을 통한 플라토닉 사랑을 하고 있는 재소자 등 다양하고 기구한 사연이 있다.

그만큼 캐릭터마다 톡톡 튀는 개성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아역배우의 연기가 놀랍다. 아역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생후 18개월도 되지 않아 보이는 아기(이태경)의 연기는 이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실 아기가 연기를 한 것은 아니겠으나 만족할만한 장면을 얻기 위해 노력했을 제작진의 노고를 생각하면 박수가 절로 나온다. 한편 이태경군은 깜찍한 외모와 애교로 '리틀 닉쿤'이라는 별명을 얻어 벌써부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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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속 부조화

출산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다. <하모니>의 감동스토리는 김윤진의 출산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필자에게는 영화 시작 후 약 1분간의 출산신이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감동이었고, 처음이자 마지막 감동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눈물과 감동은 고사하고 1분을 제외한 114분간의 러닝타임과 처절한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필자가 이렇게 혹평을 하는 이유는 한국 신파영화의 한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은 <하모니>인데 그 속은 '인하모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팀웍은 비교적 조화로웠으나 눈물과 감동을 강요하는 움직임이 느껴져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예컨대, 경찰청장의 멍청한 사모님이 반지를 잃어버린 것과 콤보로 이어지는 싸가지 없는 여경의 등장은 불필요한 요소였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준비한 요소가 절제의 미학을 살리지 못했다면 아예 제거를 하는 것이 억지스러운 신파로 연결되지 않는 정석적인 방법인 것 같다.

<하모니>의 가장 큰 목적은 관객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본다. 앞서 필자는 혹평을 서슴지 않았지만 한국관객들의 성향을 고려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하모니>가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신파 자체를 즐기는 관객도 많은데다가 무엇보다 이 영화는 지극히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쓸데없어 보이는(상업영화를 만드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예술성은 충실히 제거를 하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기본만 하자라는 마인드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200만만 넘기자란 심정으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모니>는 흥행에 성공할 수는 있어도 작품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술성을 추구하는 것이 예술영화만의 의무는 아니다. 필자는 상업영화를 포함한 모든 영화가 예술적인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방향만을 추구하고 안일한 생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영화인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도리를 져버리는 위험한 행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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