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Intro

100년만의 폭설... 하루아침에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혔다. 무릎까지 쌓이는 눈을 지르밟아가며 극장으로 향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한 날 영화 <더 로드>를 보게 된 것은 매우 독특한 경험이자 굉장한 행운이었다. <더 로드> 속 세상은 하루아침에 검은 잿더미로 변했고, 현실은 온통 하얀 눈더미로 변해있었기 때문에...

Movie Info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코맥 맥카시(<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이기도 함)의 원작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더 로드>는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 세상에서 생존한 아버지와 아들이 굶주림과 혹한을 피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겪게 되는 사투를 그린 가슴 찡한 로드무비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아라곤으로 잘 알려진 비고 모텐슨이 아버지 역을, 코디 스밋 맥피라는 아역배우가 아들 역을 맡아 영화를 이끌어 가고, 샤를리즈 테론과 로버트 듀발, 가이 피어스 등이 출연해 호연을 펼치고 있다.

ⓒ Dimens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몰입도 100%

눈도 많이 오고 무척이나 추운날씨였던 탓에 제법 큰 사이즈의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 잔 사들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더 로드>는 관객들의 다양한 감정을 요구한다. 기본적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극한의 상황에서 나누게 되는 교감과 사랑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일단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비를 해야한다. 슬픔과 함께 가슴 찡한 감동 역시 얻을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남쪽으로 이동을 하는 도중에는 수많은 자연재해나 강도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사실 이 긴장감이 영화의 몰입도를 올려주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반면 긴장감속에서도 계속 기대하게되는 것들이 있다. '음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이 좋아지지는 않을까?' 등의 기대... 그러한 기대속에서 음식을 찾았을 때 느꼈던 환희의 순간은 바싹 조여져 있던 긴장을 풀고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생존을 위해 인육까지 먹으며 죽음과 싸웠던 영화 <얼라이브>가 있다. <더 로드> 역시 처절함 속에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사투를 벌인다. 자식을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펼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재난영화 <투모로우>가 있다. <더 로드> 역시 황폐한 세상속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부자간의 사랑, 교감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감동이 되고 있다. 그리고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세상을 표현한 컴퓨터 그래픽은 아주 완벽해서 눈을 뗄 수 없고,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과 소름끼치는 음향은 엠씨스퀘어 마냥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카메라의 움직임 또한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헐리웃 영화 특유의 소소한 유머들이 중간에 조금씩 섞여 있어 긴장을 풀어주고 미소도 짓게 만들어 준다. 잠시 긴장이 풀린 틈을 타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분명히 뜨거운 커피를 샀는데 아이스커피가 되어 있었다.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가 이 영화의 몰입도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 Dimens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이런게 진짜 연기

<더 로드>는 몰입도 100퍼센트에 재미도 있고, 작품성과 작품의 완성도가 아주 높은 영화다. 원작소설과 비교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더 로드>에는 많은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대충 10명 내외의 인물이 등장한 것 같은데 소수정예라고나 할까, 하나같이 주옥같은 연기를 펼친다. 비고 모텐슨은 <이스턴 프라미스>에처럼 전라연기까지 불사하며 완벽한 메소드 연기를 펼쳤다. 매우 절제된 느낌을 주는 비고 모테슨의 감동적인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상씬에만 등장을 하는 엄마역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 역시 오스카 수상자 다운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으며, 잠깐 등장하지만 관객들에게 긴장과 희망을 동시에 선물한 가이 피어스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가이 피어스는 존 힐코트와의 인연으로 특별출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아들 역할을 맡은 코디 스밋 맥피는 그냥 무난한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그리고 로버트 듀발... 111분의 러닝타임동안 로버트 듀발이 등장하는 시간은 사실 얼마되지 않는다. 기껏해야 5분 남짓의 시간동안 로버트 듀발이 남긴 깊은 인상은 왜 그가 대배우인지를 설명해주는 이유가 된다. <대부> 시리즈를 통해 명성을 쌓은 로버트 듀발은 오스카에 6차례나 노미네이트(1차례 수상) 된 바 있는 명배우다. 그는 <더 로드>에서 다 죽어가는 노인 역을 맡았는데, 그가 아주 잠깐의 시간동안에 보여준 연기에서 필자는 그가 살아온 몇 십년의 인생을 경험한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그정도로 연기에 깊이가 있었다. 3월초에 있을 오스카 시상식에서 <더 로드>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등에 노미네이트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골든글로브에서는 전멸했지만 오스카가 좋아할만한 스타일의 영화이긴 하다. 개인적으로 남우조연상에 더 큰 가능성을 두고 싶다.

※ 이 영화 리뷰는 Daum 무비로거 리뷰 포스트입니다.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그 모든 권리는 ⓒ Dimension Films. 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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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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