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Movie Info

영화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라는 수작을 연출했던 최동훈 감독이 세번째 작품인 <전우치>로 돌아왔다. <타짜>와 <범죄의 재구성>은 범죄, 스릴러, 코미디 영화로써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많은 사람들의 찬사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반면 <전우치>는 기존의 두 작품에 비해서 코미디의 비중이 매우 높은 판타지, 액션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정도가 아주 유쾌하고 건전해서 관객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관람등급도 최동훈 감독의 작품중 유일하게 18세 관람가(12세 관람가임)가 아닌 것을 보면 얼마나 유쾌하고 건전한 영화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도 없고, 욕설(수위가 가장 높았던 대사는 '지랄'이었음) 역시 나오지 않으니 남녀노소 모두 부담없이 신나고 가볍게 즐길 수 있을만한 오락영화다.

페르소나들의 맹활약

<전우치>에는 최동훈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볼 수 있는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세개의 작품을 모두 함께한 김윤석과 백윤식, 김상호, 주진모 등을 비롯하여 유해진과 염정아 등 좋은 배우들이 많이 참여하여 <전우치>에 힘을 실어 주었다. 앞서 말했듯이 코미디의 비중이 매우 높은 작품이다보니 이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는데, 워낙 개성이 강한 배우들이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웃음을 유발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최동훈 감독의 지휘 아래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관객들의 배꼽을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리는데 성공했다. 136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동안 관객들이 일말의 지루함도 느끼지 않고 시종일관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명품조연들의 내공이 느껴지는 코미디연기 덕분이었던 것 같다.

ⓒ 영화사 집 / CJ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코미디를 위한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

<전우치>에서 유해진이 연기한 '초랭이'라는 캐릭터는 전우치(강동원)가 도술을 써 인간으로 둔갑시킨 개(dog)인 간이다. 초랭이는 말로 변신하기도 하는데 그 변신 과정이 아주 코믹하다. '펑'하는 소리+자욱한 연기와 함께 개나 말로, 혹은 다시 사람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예전에 꽁트에서 많이 봤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이것은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특수효과이고, 나름 봐줄만한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에 전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전우치>에서 코미디 못지 않게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액션이다. 코미디와 액션이 반반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액션마저 코미디에 활용하고 있다.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와이어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특수효과는 눈을 즐겁게 해준다. 한국 최고의 무술감독인 정두홍 감독이 참여해서인지 액션은 아주 깔끔하고 볼만했으며 웃음을 유발시키는 유쾌한 액션이 많았다. 반면 컴퓨터 그래픽같은 경우에는 어색함이 많이 느껴졌다. <전우치>에는 요괴가 등장을 하는데 특히 이 요괴의 움직임과 액션에 어색함이 보였다. 필자가 며칠전에 <아바타> 를 보고 눈이 높아졌기 때문은 아니고 객관적으로 봐도 한국영화의 CG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암튼 광고간판에서 맥주나 와인을 꺼내 마시고, 손짓 한 번에 옷이 바뀌는 등 CG의 많은 부분 역시 코미디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액션이 코미디에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

ⓒ 영화사 집 / CJ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유쾌한 천방지축 히어로 '전우치' VS 포스는 내팽개친 악당 '화담'

<전우치>는 크게 보면 아주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 500년 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전반전이 펼쳐지고, 2009년 서울을 배경으로 후반전이 펼쳐지는 퓨전사극이다. 그리고 히어로 '전우치'와 악당 '화담'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전우치를 연기한 강동원은 자신의 캐릭터를 아주 유쾌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보통 도사하면 수염을 길게 기른 백발 노인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강동원의 전우치는 그동안의 도사와는 사뭇 다른 귀엽고 재밌는 캐릭터였다. 전우치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표정 하나하나에서 유쾌함이 느껴졌다. 캐릭터도 좋았지만 강동원의 연기 역시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전우치의 라이벌 도사 화담에게서는 아무런 매력도 느낄 수 없었다. 이 영화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코믹한 연기를 펼치는데 유독 김윤석의 화담만이 진지하다. (선우선이 연기한 요괴도 아주 진지하긴 함;;)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김윤석에게 걸었던 기대가 컸던 탓이었을까, 그 진지함이 상당히 거북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가볍고 유쾌한 느낌인데 화담 혼자만 분위기를 잡고 있다 보니 화담과 영화가 따로 노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추격자>의 엄중호나 <타짜>의 아귀가 보여준 강력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본좌급 연기자인 김윤석의 연기를 탓하는 것은 아니고 화담이란 캐릭터가 영화에 잘 묻어나지 못했다라는 것이다. 화담이란 인물이 불필요한 무게감을 줄이고, 똘끼가 넘치는 싸이코 스타일의 악당이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이류 (二流)

<전우치>는 개념의 변화와 새로운 시도가 많은 한국형 히어로무비다. 만약 최동훈이 아닌 다른 감독이었다면 이류가 아닌 삼류나 아류가 됐을 정도로 쉽지 않은 시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우치>를 일류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은 영화가 가진 오락성과 대중성에서 작품성을 어느정도 포기했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는 잊고 보는 것이 <전우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전작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겸비한 수작이었다. 그러나 <전우치>를 가지고 작품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대신 유명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고,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12세관람가 오락영화이니 대중성은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바타>와 <셜록 홈즈>.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라는 헐리웃 대작들과의 경쟁속에서도 흥행에 대한 기대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영화의 자존심 '전우치'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 이 영화 리뷰는 Daum 무비로거 리뷰 포스트입니다.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그 모든 권리는 ⓒ 영화사 집 / CJ엔터테인먼트. 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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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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