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다사다난했던 2009년도 어느덧 일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좋았던 기억은 딱히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안좋았던 일이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신종플루가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그로 인해 아까운 생명을 많이 잃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위대한 지도자를 두 분이나 잃었습니다. 언제나 행복할 것만 같았던 한국 최고의 스타 여배우를 잃었고, 암이라는 몹쓸병과 싸우다 끝내 세상을 떠난 아름다운 여배우도 있었습니다. 영화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어느 한 여성영화인 역시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9년 한국영화계를 돌아보니 안타까운 일들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했던 영화인들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인들을 생각하며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흥행

해운대

2009년 한국영화계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얻은 것도 많았습니다. 햇수로 4년만에 관객수 1000만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와 800만명을 넘어선 '국가대표'등의 흥행작이 탄생했고, '거북이 달린다'와 '7급 공무원' 등의 영화가 관객수 300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헐리웃 영화의 홍수속에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영화의 흥행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관객수는 전국 관객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명, 개봉일, 관객수)
1. 해운대                 : 2009.07.22 - 11,398,003
2. 국가대표              : 2009.07.29 - 8,376,937
3. 과속스캔들           : 2008.12.03 - 8,201,986
4. 7급 공무원           : 2009.04.22 - 4,078,316
5. 쌍화점                 : 2008.12.30 - 3,742,317
6. 거북이 달린다       : 2009.06.11 - 3,052,459
7. 마더                    : 2009.05.28 - 3,003,824
8. 워낭소리              : 2009.01.15 - 2,952,542
9. 굿모닝 프레지던트 : 2009.10.22 - 2,583,766
10. 박쥐                  : 2009.04.30 - 2,223,429
11. 내 사랑 내 곁에   : 2009.09.24 - 2,152,845
※ 모든 통계는 영화진흥위원회(http://www.kofic.or.kr/)의 통계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2008년 말에 개봉한 '과속스캔들'과 '쌍화점'의 흥행으로 2009년 한국영화는 기분좋은 출발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해운대'와 '국가대표'를 제외한다면 눈에 띌만한 흥행작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는 헐리웃 대작들과의 경쟁때문이기도 했는데요. 6월에 개봉한 '트랜스포머:패작의 역습'은 관객수 700만명을 돌파하여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5백 9십만명)이 갖고 있던 역대 외국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5월에 개봉한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과 7월에 개봉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도 각각 4백 5십만명, 2백 9십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선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상영중인 재난 블록버스터 '2012'는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하며 순항중이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아바타'는 국내에서 무려 91.79%의 예매율을 기록하며 독주체제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오늘 개봉하는 '전우치'가 '아바타'를 상대로 얼마나 선전을 할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세워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립영화

워낭소리

무엇보다 2009년 한국영화의 가장 고무적인 현상은 독립영화의 약진에 있다고 봅니다. 올초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워낭소리'가 대략 300만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는 것은 사건중의 사건이었습니다. 2007년 '원스'라는 아일랜드 독립영화가 국내에서 22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큰 인기를 끌었었는데요. '워낭소리'의 290만명이라는 관객동원기록은 '원스'의 기록을 10배이상 뛰어넘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워낭소리'는 대략 1억8천만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작비에 비해 수익이 가장 많이 발생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또한 4월에 개봉했던 '똥파리'는 '워낭소리'의 바통을 받아 독립영화의 흥행열풍을 이어나갔나갔습니다. '워낭소리'에 비하면 초라한 관객수이지만 12만명이라는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았습니다. 뿐만아니라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무려 18번이나 수상을 기록하며 국위선양에 앞장 서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똥파리'의 주요 수상정보입니다.

(영화제, 후보부문, 수상자 양익준)
제12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2009)       올해의 독립영화감독상
제10회 도쿄필름엑스 (2009)               대상
제10회 도쿄필름엑스 (2009)               관객상
제18회 부일영화상 (2009)                  신인 감독상
제10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2009)   감독상    
제2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2009)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제17회 이천 춘사대상영화제 (2009)     심사위원대상
제13회 판타지아 영화제 (2009)           남우주연상
제13회 판타지아 영화제 (2009)           최우수 작품상
제22회 싱가폴 국제 영화제 (2009)       연기상-아시아 장편
제7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2009)         관객상  
제11회 도빌아시아영화제 (2009)         비평가상    
제11회 도빌아시아영화제 (2009)         최우수작품상  
제38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2009)     VPRO 타이거 상    

그리고 얼마전에 있었던 국내의 대표적인 영화제인 대종상 영화제와 청룡영화상에서도 '똥파리'의 수상이 있었습니다. 김꽃비는 두 시상식에서 모두 신인여우상을 받았고 양익준은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했습니다. '워낭소리'와 '똥파리' 말고도 좋은 독립영화는 아주 많았습니다. 그러나 묻혀버린 영화들 역시 많았지요. 올해 2월에 개봉했던 '낮술'역시 열악한 환경속에서 선전한 독립영화입니다. 2만 5천여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성공했습니다. 이외에도 '할매꽃'이나 '나무없는 산', '여행자' 등의 독립영화들은 각각 1,7000명, 7,700명, 1,6000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고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독립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배우

'거북이 달린다'의 김윤석, '내 사랑 내 곁에'의 김명민, '마더'의 김혜자

2009년 한국영화를 뜨겁게 달군 배우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배우는 김윤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가 된 그는 2008년 '추격자'로 한국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연극과 단역을 거쳐 꾸준히 노력해온 김윤석의 연기는 '본좌'란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는 2009년에도 '거북이 달린다'를 통해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올해 6월에 개봉한 거북이 달린다는 전국에서 3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개봉하는 영화 '전우치'에서도 김윤석의 활약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거북이 달린다'로 국내 주요영화제의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김윤석을 저지하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김본좌' 김명민 되겠습니다. 김명민은 '내 사랑 내 곁에'에 출연하여 2009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배우가 되었습니다. 김명민은 그동안 '불멸의 이순신'과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드라마에서 대성공을 거뒀지만 영화에서는 딱히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는 '내 사랑 내 곁에'를 통해 영화에서의 한(?)을 풀었습니다. 20kg이라는 체중감량을 통한 김명민의 메소드연기로 개봉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던 '내 사랑 내 곁에'는 200만명이 넘는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뒀는데요. 무엇보다 대종상과 청룡상에서 김명민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던 것 같습니다.

여배우들의 활약도 대단한 한해였습니다. 박보영과 김꽃비라는 참신한 신인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한해였고, 김혜자와 김영애, 김혜숙 등 노장배우들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된 한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장배우들의 정력적인 활동은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관록을 겸비한 그녀들의 연기를 볼때면 약간의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마더'에서 보여준 김혜자 선생의 깊이 있는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벽한 것이었고, '애자'에서 보여준 김영애 선생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따뜻한 연기였습니다. 그리고 2009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여배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하지원인데요. 하지원에게는 올해가 데뷔후 가장 뜻깊은 한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녀는 1000만영화 '해운대'에 출연하며 엄청난 흥행돌풍의 주역이 되었고, '내 사랑 내 곁에'를 통해 배우로서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고요. 내년에는 또 어떤 작품으로 돌아오게 될지 사뭇 기대가 되는군요. 2010년에도 한국영화배우들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헐리웃 진출

'닌자 어쌔신'의 비,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이병헌

2009년 영화계의 가장 뜨거웠던 핫이슈중에 하나는 바로 한국배우들의 헐리웃 진출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시아계 배우들을 좀처럼 보기 힘든 헐리웃에서 한국의 배우들은 멋진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그동안 박중훈을 제외하고는 딱히 이렇다할 헐리웃진출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만 여러명이 헐리웃영화를 통해 관객들을 찾아왔습니다. 전지현은 '블러드'로 우리곁을 찾아왔지만 국내에서 10만명이 겨우 넘는 관객수를 기록했습니다. 2008년 '스피드 레이서'로 처음 헐리웃에 진출한 정지훈은 올해 '닌자 어쌔신'으로 화려하게 돌아왔습니다. 비록 '스피드 레이서'로는 그닥 성공하지 못했지만 '닌자 어쌔신'을 통해 본 정지훈은 이소룡의 재림을 보는 것 같은 화려한 부활이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북미에서도 흥행에 대박이 난 것은 아니었지만 정지훈이라는 이름을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가 될 정도로군요.

이병헌은 두개나 되는 헐리웃 작품으로 우리곁을 찾아왔습니다. '지 아이 조 : 전쟁의 서막'과 '나는 비와 함께 간다'를 통해서 말이죠. '지 아이 조'는 국내에서 260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 닌자역을 맡아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죠. 시리즈로 제작되는 '지 아이 조'에서 이병헌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다고 하니 사뭇 기대가 됩니다. 반면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흥행에서 크게 실패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겨우 20만명을 넘겼고, 작품성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암튼 이병헌은 2009년을 정말 바쁘게 보낸 것 같습니다. 영화도 그렇지만 최근에 종영된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 때문에 몸이 2개라도 모자랐을 것 같습니다. 스캔들까지 터져서 마음고생도 굉장히 심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헐리웃 영화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이병헌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더불어 2010년에도 한국영화의 선전과 발전을 기대하고, 좋은 영화와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영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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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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