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Intro

며칠전 퍼블릭 에너미를 보고 나서 결심이 하나 생겼다. 오래간만에 <히트>를 다시 한번  보는 것.
퍼블릭 에너미 리뷰  ▶ 조니 뎁의 아날로그 액션 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2009)

10년도 더 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보는 것.. 두려운가?
물론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영화가 <히트>라면...? 전혀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1996년 여름 친구와 함께 <히트>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히트>는 18세 이상 관람가였기 때문에 당시 고등학생 신분이던 나는 입장이 불가한 상황이었지만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기어코 극장을 찾았다. 나름 삭았던 친구와 나의 외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교복바지 때문이었는지 결국 뺀찌를 먹게 되었고 몇 년이 지난 후 성인이 되어서야 <히트>를 보게 되었다. 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히트>는 내 생애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이 되었고 바로 어제 이 영화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Movie Info

영화 <히트>는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 두 대배우의 투탑 스릴러다. 여기에 발 킬머와 톰 시즈모어 등이 조연으로 출연하고 애슐리 쥬드와 나탈리 포트만의 신인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히트>는 LA 경찰국 강력계 수사반장인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와 프로 범죄자인 닐 캑컬리(로버트 드니로)의 숨막히는 추격전과 심리전, 그리고 화려한 총격전이 일품인 영화다. 과거 '라스트 모히칸'을 연출했던 마이클만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아 쉽지 않아 보이는 '두 거장배우를 컨트롤함'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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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니로

프로 범죄자인 닐 맥컬리는 왠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다. 절도와 은행털이를 하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지만 동료를 챙기는 모습과 연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면 그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범법자이기는 하나 <퍼블릭 에너미>의 존 딜린저 처럼 정이 가는 인물이랄까.. 은행을 터는 장면에서도 은행돈에만 손을 대고 존 딜린저와 마찬가지로 '당신들 돈은 넣어둬, 난 은행돈에만 관심이 있어' 라는 멘트를 날리기도 한다.

그래도 법을 어기는 범죄자일 뿐인데 미화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지 않겠냐... 로버트 드니로가 닐이라는 역할을 워낙 멋지게 소화해 낸 것이 이유라면 이유일까 마이클 만이 닐 맥컬리를 좋게 포장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설사 의도를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소화해 내는 것은 배우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정말 대단한 거다. 뭐냐면 로버트 드니로가 정말 훌륭한 배우라는 거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누가 봐도 나쁜 인간인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자기편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 <트레이닝 데이>의 덴젤 워싱턴이나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 <퍼블릭 에너미>의 조니 뎁 처럼... 나쁜 놈을 연기하는 주제에 어떻게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냐는 것이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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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
 
범죄자인 닐 맥컬리에 정이 가는 이유는 빈센트 한나 덕분일 수도 있다. 그는 냉정한 강력계 수사반장이다. 잔챙이서부터 마약계의 거물까지 다뤄보지 않은 범죄자가 없을 정도의 베테랑 중에 베테랑 형사다. 수십년간 범죄자를 잡아들이느라 항상 가정에는 소홀했던 그는 2번의 이혼 경력을 갔고 있다. 일밖에 모르는 경찰과 결혼생활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빈센트 한나는 세번째 결혼마저 위기를 맞고 있다. 역시 같은 이유다. 일 때문에 불안정한 사생활을 이어가고 불안정한 사생활 때문에 더욱 일에 집착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래서 그렇게 차갑고 냉정한 형사가 되었나 보다.

로버트 드니로 못지 않게 알 파치노 또한 이 영화로 관객의 감성을 빨아들인다. 베테랑 형사역엔 정말 알 파치노만한 배우가 없다. 잘 생긴 외모와는 상반되는 하루에 담배 3갑은 족히 피는 듯한 가래낀 목소리, 언제나 잠이 부족해 보이는 인상과 고민과 삶에 찌든 듯한 표정 등 알 파치노의 외면 연기는 흔히 이야기하는 내면 연기보다 훨씬 훌륭한 것이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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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치노

러닝타임이 3시간에 달하는 이 긴 영화는 시작한지 1시간 30분이 다 돼서야 두 주인공의 만남을 갖게 한다. 이 둘의 약 5분간의 대화는 <퍼블릭 에너미>에서 철창을 사이에 두고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이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은 긴장감을 준다. 자존심을 내세우면서도 서로를 인정하고 알수 없는 공감대를 느낀다. 형사와 범죄자의 만남에서 나올 수 없어 보이는 이 두 사람의 얆은 미소가 그 공감대를 우리에게도 느끼게 해준다. 이 두사람이 적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동료로 만났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히트>는 이야기할 거리가 참 많은 영화다. 하지만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영화속에서의 추격전과 심리전, 그리고 영화밖에서의 연기 대결과 연기 호흡... 이를 조련하는 마이클 만의 연출력과 시나리오.. 여기에 조연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최고의 액션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디테일에 목숨거는 마이클 만이 한 장면도 놓칠 수 없어 2시간 50분을 넘겨 편집한 <히트>. 그 긴 시간동안 진짜 남자들의 의리를 배울 수 있었고 가족과 연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배신과 복수를 알 수 있었고 화려한 총격씬을 즐길 수 있었다. <히트>는 액션 영화지만 적어도 내게는 단순히 즐기기 위한 영화는 아니었던 것이다.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그 모든 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 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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